장성 편백 숲으로 가는 사람들 … 피톤치드 향에 취하면 아토피 사라져
무한경쟁의 삶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라는 지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자살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아토피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힐링'이 생활속으로 들어왔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숲'이 치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이 다양한 '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 치유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전국의 지방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각종 숲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장성치유의 숲'에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노랑색 가방을 메고 온 아이들은 편백나무 숲으로 빨려들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숲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장성군 사창면 사창병설유치원생 47명은 서부지방산림청 소속 치유의 숲과 장성보건소가 진행하는 아토피치유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성 치유의 숲에서 아토피체험학습을 하는 장성 사창병설유치원생들. 편백숲에서 뛰어논 아이들은 장성보건소와 함께하는 아토피 예방교육과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전호성 기자>
아이들은 아름드리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산림치유지도사가 들려주는 숲 이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50년 넘은 편백나무가 인간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손을 잡은 아이들은 각자 편백나무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이경숙 산림치유지도사는 "유치원 아이들은 특별히 교육프램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숲에 온 아이들은 돌아갈 때쯤에는 얼굴이 환해지고 생기가 넘쳐난다"며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숲에 오면 가려움 증세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인근 백련동 농가에서 유기농 식단으로 짠 점심을 먹고 아토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천연재료를 이용해 직접 편백비누를 만들기도 했고, 아토피 영상물을 감상한 후 건강한 일상생활을 다짐했다.
박영선 장성보건소 아토피 담당 교사는 "아토피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때를 밀지 마라'거나 '비누칠을 자주 하지 마라'고 엄마와 다투기도 한다"며 "아토피 관련 친환경 교육은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장성보건소는 아이들과 부모 1300여명을 대상으로 연 25회 아토피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장성 편백나무 숲을 이용한 아토피 치유프로그램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장성보건소는 일회성보다 지속적인 교육이 건강과 환경문제를 깨닫는게 중요하다며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을 펼쳤다. 올해 아토피 안심학교를 지정해 교육했고,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박영선 교사는 "장성중앙초교 40명을 대상으로 2개월 교육한 결과 아버지 담배 끊기, 집안에서 애완동물 기르지 않기, 세제 적게 쓰기 등 아이들이 엄마를 교육한다"고 말했다.
◆편백 숲, 자연의 의사 = 장성 치유의 숲에서는 숲이 지닌 환경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심신의 쾌적함과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이 보유한 보건의학적 치유기능을 활용해 치유를 도와준다.
요가 명상 향기요법 등을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환우를 위한 치유프로그램도 주 1회 화요일에 진행한다. 이 밖에 도시생활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증진을 위한 '해피 락', 인터넷 게임 중독이나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드림 락', 고혈압 우울증 아토피 치유와 증세 완화를 위한 '힐링 락', 환우의 면역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케어 락'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아토피예방교육에 참여한 유치원생들. 아이들이 직접 편백비누를 만들고 있다. 전호성기자>
가족과의 갈등으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주부 박경희(가명·54·서울 서초)씨는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숲길을 걸으며 치유사와 대화를 나눈 후 가족에게 편지를 썼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우울증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속이 후련하게 뚫렸다.
이경숙 산림치유지도사는 "치유는 병을 고친다는 것보다 예방적 개념이 강하다. 산림을 활용해 오감을 치유하며 마음 치유가 가장 중요하다"며 "욕심을 버리고 마음 비우기를 하면 몸의 질병도 서서히 사그라든다"고 말했다.
치유의 숲에는 숲해설가와 달리 산림치유사가 상주한다. 산림치유사는 올해부터 국가자격증을 소지해야만 활동이 가능한데 주로 산림분야 경력자들이 시험에 응시한다.
◆피톤치드, 아토피 불면증 치유 = 장성 편백나무숲이 치유의 숲으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아졌다. 전북 순창출신 고 임종국 선생은 21년 동안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일대 569ha에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편백 153㏊, 삼나무 37㏊, 낙엽송 50㏊를 심고 가꾸었다. 극심한 가뭄에 나무가 말라죽자 임종국 선생은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렸다. 가족과 주민들이 돕기 시작했고,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냈다. 이런 노력으로 전국 최대의 편백 삼나무 조림성공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성 편백숲에는 지난해 15만2000여명이 다녀갔고, 54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치유 명소가 되었다.
숲의 의사 피톤치드는 나무가 병원균·해충·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면역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강도 높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좋다.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낸다. 피톤치드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숲에 들어서면 혈압이 저절로 낮아진다.
아토피 환자들이 편백숲에 들어가면 치료가 되는 것도 피톤치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독성을 중화시키는데 가려움증을 완화시킨다.
숲 치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커지자 산림청은 2009년 경기도 양평 산음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강원도 횡성과 전남 장성에 추가 조성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81.5%, 질환자의 78.5%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0년 산림문화와 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숲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지자체들도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장성치유의숲안내센터 061-393-1777
장성=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관련기사]
- 청소년 문제, 숲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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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의 삶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라는 지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자살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아토피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힐링'이 생활속으로 들어왔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숲'이 치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이 다양한 '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 치유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전국의 지방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각종 숲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소개한다.
지난달 30일 전남 장성군 서삼면 '장성치유의 숲'에 유치원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노랑색 가방을 메고 온 아이들은 편백나무 숲으로 빨려들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숲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장성군 사창면 사창병설유치원생 47명은 서부지방산림청 소속 치유의 숲과 장성보건소가 진행하는 아토피치유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장성 치유의 숲에서 아토피체험학습을 하는 장성 사창병설유치원생들. 편백숲에서 뛰어논 아이들은 장성보건소와 함께하는 아토피 예방교육과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전호성 기자>
아이들은 아름드리 편백나무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산림치유지도사가 들려주는 숲 이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50년 넘은 편백나무가 인간에게 어떤 선물을 주는지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 손을 잡은 아이들은 각자 편백나무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이경숙 산림치유지도사는 "유치원 아이들은 특별히 교육프램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숲에 온 아이들은 돌아갈 때쯤에는 얼굴이 환해지고 생기가 넘쳐난다"며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숲에 오면 가려움 증세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인근 백련동 농가에서 유기농 식단으로 짠 점심을 먹고 아토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천연재료를 이용해 직접 편백비누를 만들기도 했고, 아토피 영상물을 감상한 후 건강한 일상생활을 다짐했다.
박영선 장성보건소 아토피 담당 교사는 "아토피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때를 밀지 마라'거나 '비누칠을 자주 하지 마라'고 엄마와 다투기도 한다"며 "아토피 관련 친환경 교육은 어릴 때 할수록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장성보건소는 아이들과 부모 1300여명을 대상으로 연 25회 아토피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장성 편백나무 숲을 이용한 아토피 치유프로그램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장성보건소는 일회성보다 지속적인 교육이 건강과 환경문제를 깨닫는게 중요하다며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을 펼쳤다. 올해 아토피 안심학교를 지정해 교육했고,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박영선 교사는 "장성중앙초교 40명을 대상으로 2개월 교육한 결과 아버지 담배 끊기, 집안에서 애완동물 기르지 않기, 세제 적게 쓰기 등 아이들이 엄마를 교육한다"고 말했다.
◆편백 숲, 자연의 의사 = 장성 치유의 숲에서는 숲이 지닌 환경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심신의 쾌적함과 건강을 유지·증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숲이 보유한 보건의학적 치유기능을 활용해 치유를 도와준다.
요가 명상 향기요법 등을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환우를 위한 치유프로그램도 주 1회 화요일에 진행한다. 이 밖에 도시생활 스트레스 해소와 면역력 증진을 위한 '해피 락', 인터넷 게임 중독이나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드림 락', 고혈압 우울증 아토피 치유와 증세 완화를 위한 '힐링 락', 환우의 면역력을 높이고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케어 락' 등의 치유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아토피예방교육에 참여한 유치원생들. 아이들이 직접 편백비누를 만들고 있다. 전호성기자>
가족과의 갈등으로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주부 박경희(가명·54·서울 서초)씨는 우울증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숲길을 걸으며 치유사와 대화를 나눈 후 가족에게 편지를 썼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우울증도 호전되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준 후 서로를 안아주고 눈물을 흘리고 나면 속이 후련하게 뚫렸다.
이경숙 산림치유지도사는 "치유는 병을 고친다는 것보다 예방적 개념이 강하다. 산림을 활용해 오감을 치유하며 마음 치유가 가장 중요하다"며 "욕심을 버리고 마음 비우기를 하면 몸의 질병도 서서히 사그라든다"고 말했다.
치유의 숲에는 숲해설가와 달리 산림치유사가 상주한다. 산림치유사는 올해부터 국가자격증을 소지해야만 활동이 가능한데 주로 산림분야 경력자들이 시험에 응시한다.
◆피톤치드, 아토피 불면증 치유 = 장성 편백나무숲이 치유의 숲으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아졌다. 전북 순창출신 고 임종국 선생은 21년 동안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일대 569ha에 253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편백 153㏊, 삼나무 37㏊, 낙엽송 50㏊를 심고 가꾸었다. 극심한 가뭄에 나무가 말라죽자 임종국 선생은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렸다. 가족과 주민들이 돕기 시작했고,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냈다. 이런 노력으로 전국 최대의 편백 삼나무 조림성공지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성 편백숲에는 지난해 15만2000여명이 다녀갔고, 5400여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치유 명소가 되었다.
숲의 의사 피톤치드는 나무가 병원균·해충·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면역력을 강화해주기 때문에 강도 높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좋다. 편백나무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낸다. 피톤치드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코르티솔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숲에 들어서면 혈압이 저절로 낮아진다.
아토피 환자들이 편백숲에 들어가면 치료가 되는 것도 피톤치드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 독성을 중화시키는데 가려움증을 완화시킨다.
숲 치유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가 커지자 산림청은 2009년 경기도 양평 산음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강원도 횡성과 전남 장성에 추가 조성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81.5%, 질환자의 78.5%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2010년 산림문화와 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숲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지자체들도 치유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장성치유의숲안내센터 061-393-1777
장성=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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