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칼럼] MB 5년, 그리고 다음 5년

지역내일 2012-11-21 (수정 2012-11-21 오후 4:30:22)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MB 5년'이 끝나가고 있다. 최근 한 경제계 인사들과의 모임에서 'MB 5년'이 화제에 올랐다. 한 참석자가 "다른 나라들은 모두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데 우리나라만 신용등급이 오르고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외국에서도 호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참석자는 "나는 그런 평가에 공감 못한다. 양극화는 최악으로 벌어졌고 재정상태가 엉망이 되면서 국가경제는 골병이 들었다. 최악의 정권이다"고 반박했다. 'MB 5년'의 경제성적표를 둘러싼 상반된 평가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20일 가계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엥겔지수'가 MB 집권이래 내내 상승하다가 올해 상반기에는 1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엥겔지수는 13.6%로, 2000년 하반기 14.0% 이후 가장 높았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후진국에 가깝다는 의미다.

엥겔지수는 MB 집권 이후 상승세로 돌아선 이래 내리 수직상승, MB정권 하에 민생이 벼랑끝으로 몰려 왔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2008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4년6개월 연속으로 치솟았다.

올해 엥겔지수가 12년래 최악으로 악화된 것은 식료품 물가 폭등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명목 식료품 지출은 MB 집권이 시작된 2008년 상반기보다 33.3%나 늘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 등 가격변동 요인을 뺀 '실질' 식료품 지출은 겨우 5.7% 느는 데 그쳤다. 먹는 양은 거의 변화가 없으나 식료품값 폭등으로 지출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처럼 식료품비 지출이 급증하자 소비자들은 나머지 지출을 크게 줄였다.

엥겔지수 12년 만에 최고치 기록

주류ㆍ담배 지출이 명목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2.13%로 통계치가 존재하는 1970년 이래 최저로 줄어들었다. 의류ㆍ신발 지출(5.1%)도 과거(5.5%ㆍ2007년4분기)보다 낮은 수준이다.

음식ㆍ숙박 지출(8.3%) 역시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물렀다. 웬만해선 마지막까지 줄이지 않는다는 가계의 교육비 지출 역시 금융위기 당시 7%대 후반(7.7%ㆍ2008년 4분기)이었던 것이 올해 2분기 6.6%로 내려앉았다.

이 모든 현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삶의 질이 크게 후퇴했다는 얘기다. 'MB 5년'의 적나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흔히 일본을 일컬어 "국가는 부유하나 국민은 가난하다"고 말한다. 엥겔지수를 보면 지금 우리 모습이 꼭 그렇다. '제2의 일본'이 돼서는 안된다고 모두를 말하나 점점 그 뒤를 따라가는 모양새다.

한 기업인은 벌써부터 내년 이후를 걱정했다. "새 정권이 과연 대선기간때 내놓은 현란한 공약들을 반이나 지킬 수 있을까.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도 확대하고 경제민주화도 한다고 했는데 얼마나 할 수 있겠으며, 그러면 국민들은 과연 '그럴 줄 알았다'고 체념하며 또다시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갈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랬다가는 한번 크게 폭발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경제민주화 원조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사석에서 "대기업들이 끊임없이 계열사를 늘리는 것은 아들에 이어 손주들까지 모두 사장을 시켜주고 싶어하는 탐욕 때문"이라며 "이러다 보니 실력으로는 수직성장할 수 없으니, 동네 빵집에다가 구멍가게까지 잡아먹은 수평확장을 하면서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 주변 현실을 둘러보면 그리 과장되지 않은 분석이다.

사회적 분노 대폭발 가능성

이렇듯 우리 사회는 외형적으론 잘 나가는듯 비치나 곳곳에 지뢰밭이다. '우연을 매개로 필연은 관철한다'는 역사법칙대로 어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분노가 대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과거같은 밀어붙이기식 리더십 갖고는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켜켜이 쌓여 있다.

압도적 표차로 집권한 MB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집권초기에 곧바로 레임덕이 걸렸듯, 다음 정권도 승리에 도취해 독주하려다간 동일한 전철을 밟을 공산이 농후하다.

더욱이 다음 정권은 누가 잡더라도 근소한 표차의 집권이 예상되고 있다.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는 12월19일 당선일부터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앞길은 대단히 험난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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