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문화 상징 소싸움이 3차 레저산업 … 농업용 저수지는 생태관광지로
경상북도는 전국 최대의 농업생산지다. 생산품목도 200여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사과 포도 참외 자두 한우 등 전국 1위 품목이 14개다. 사과는 전국 생산량의 64%, 자두와 참외는 84%나 차지한다. 전업농 비율도 6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경북이 '농도'로 불리는 이유다. 경북도는 최근 농업 환경의 악화에도 농업을 사양산업이 아닌 각광받고 지속가능한 생산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개방농업 시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농업이 '근심 산업' 아닌 '희망 산업'으로 발돋움하는 현장을 찾아 소개한다.
농촌은 우리문화의 뿌리인 농경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의 보고다. 농경사회의 생활양식과 주거형태, 농기구와 농사방식, 놀이문화와 전통음식 등 소중한 문화 자산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농경문화는 위축되거나 사라져갔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가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정신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면서 이 농경문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보전·전수·활용이 필요한 농어촌의 자원을 농어업 유산으로 지정해 지역 브랜드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농어업 유산은 전통적 농어업활동 시스템과 농어촌의 경관 등 모든 산물을 포함하고 있다. 전남 완도의 구들장논, 경남 남해의 다랑이논, 전남 신안의 염전, 경북 상주의 공검지 등 오랜 시간 주민의 전통적 농어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것을 말한다.
특히 경북은 대표적인 농도답게 다양한 농경문화가 곳곳에 살아있다. 그래서 농촌과 농업 유산을 문화산업으로 재가공하거나 새단장해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는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6.1㎞ 돌담길로 유명한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홍수로 떠내려온 돌을 쌓아 만든 돌담길이 마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되살아났다. 사진 군위군 제공>
◆목동놀이 소싸움을 관광레저 산업으로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에 대형 돔경기장이 있다. 청도군 지방공기업 청도공영사업공사가 199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민자유치를 통해 어렵게 완공한 소싸움 전용경기장이다.
1만1245석의 관람석을 갖춘 이 경기장은 지난해 9월 개장해 주말마다 소싸움경기를 열고 있다. 매 경기마다 적게는 5000여명 많게는 1만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1인당 10만원까지 배팅해 우권(소싸움경기투표권)을 살 수 있다. 토요일·일요일 각 10게임이 열린다. 지난 17일부터는 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소가 모두 출전하는 왕중왕전이 진행 중이다. 다음달 16일까지 체중별 승자대결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도군이 소싸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 1999년부터 매년 3월 천변에서 소싸움축제로 열다가 2009년부터는 소싸움 전용경기장에서 열고 있다. 국내 소싸움 축제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리며 대한민국 10대 지역문화관광축제로 꼽히기도 했다.
청도군은 2002년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일회성 축제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소싸움경기 사업에 나섰다. 농경문화의 대표적 상징이고 목동들이 망중한을 즐기기 위한 즉흥적인 놀이로 시작된 소싸움이 상설경기장이 생기면서 3차 산업인 관광레저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3대가 함께 즐기는 레저문화로 인식되면서 하루 1억8000만~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인 3억5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싸움경기장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일자리 창출. 심판, 조교사, 발매원 등 새로운 일자리가 250개나 생겼다. 이밖에 인근 상권과 관광지 활성화, 레저세 등 신규세수원 확보, 청도군 이미지 홍보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청도군의 설명이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1차 산업인 축산업을 3차 산업인 레저산업으로 새롭게 발전시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내년에 장외발매소가 조성되면 경영안정화는 물론 가장 한국적인 겜블 경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돌담길 유명세로 체험관광 인기 = 경북 군위군에는 명품 돌담길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팔공산 북쪽 자락의 전통마을인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이다. 돌담 길이가 자그마치 6.1㎞에 이르러 '내류의 제주도'라 불린다.
1930년 대홍수로 마을 전체가 휩쓸려간 후 팔공산에서 떠내려 온 돌을 처리하기 위해 돌담을 쌓은 것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돼 마을의 명품이 됐다. 논밭을 되찾기 위해 돌담을 쌓았다. 하지만 이제는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해 마을주민에게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는 2005년 이 마을을 전국 돌담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했다. 주변에 송림과 문화유적도 많아 체험형 자연휴양지로 손꼽힌다.
한밤마을은 돌담길과 유교문화유산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농촌체험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전통예절교육을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 양정리 '공검지'는 충북 제천 의림지, 전북 김제 벽골제와 함께 삼한시대 3대 저수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농경사회의 중요한 유산인 공검지는 못을 축조할 때 공갈이라는 아이를 묻고 둑을 쌓았다는 전설에 따라 '공갈못'이라고도 부른다. 1959년 12월 공검지 서남쪽에 오태저수지가 완공되면서 1964년 일부만 남기고 모두 논으로 만들었다가 1993년 옛터 보존을 위해 1만4716㎡의 크기로 개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경작중심의 생산 공간인 논에서 지역 내 생물 다양성을 유지·부양하는 생태공간(논습지)으로 변모한 공검지를 활용해 생태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공검지는 지난해 6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람사르습지 등록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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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지도자들 헌신·봉사가 농촌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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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우리문화의 뿌리인 농경문화가 살아있는 문화의 보고다. 농경사회의 생활양식과 주거형태, 농기구와 농사방식, 놀이문화와 전통음식 등 소중한 문화 자산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 하지만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농경문화는 위축되거나 사라져갔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가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정신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면서 이 농경문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도 보전·전수·활용이 필요한 농어촌의 자원을 농어업 유산으로 지정해 지역 브랜드 및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농어업 유산은 전통적 농어업활동 시스템과 농어촌의 경관 등 모든 산물을 포함하고 있다. 전남 완도의 구들장논, 경남 남해의 다랑이논, 전남 신안의 염전, 경북 상주의 공검지 등 오랜 시간 주민의 전통적 농어업활동의 결과로 형성된 것을 말한다.
특히 경북은 대표적인 농도답게 다양한 농경문화가 곳곳에 살아있다. 그래서 농촌과 농업 유산을 문화산업으로 재가공하거나 새단장해 도시민들의 휴식처로 제공하는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6.1㎞ 돌담길로 유명한 경북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 홍수로 떠내려온 돌을 쌓아 만든 돌담길이 마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되살아났다. 사진 군위군 제공>
◆목동놀이 소싸움을 관광레저 산업으로 =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에 대형 돔경기장이 있다. 청도군 지방공기업 청도공영사업공사가 199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민자유치를 통해 어렵게 완공한 소싸움 전용경기장이다.
1만1245석의 관람석을 갖춘 이 경기장은 지난해 9월 개장해 주말마다 소싸움경기를 열고 있다. 매 경기마다 적게는 5000여명 많게는 1만20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다. 입장료 없이 무료로 운영되며 1인당 10만원까지 배팅해 우권(소싸움경기투표권)을 살 수 있다. 토요일·일요일 각 10게임이 열린다. 지난 17일부터는 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소가 모두 출전하는 왕중왕전이 진행 중이다. 다음달 16일까지 체중별 승자대결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도군이 소싸움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 1999년부터 매년 3월 천변에서 소싸움축제로 열다가 2009년부터는 소싸움 전용경기장에서 열고 있다. 국내 소싸움 축제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리며 대한민국 10대 지역문화관광축제로 꼽히기도 했다.
청도군은 2002년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일회성 축제에서 벗어나 합법적인 소싸움경기 사업에 나섰다. 농경문화의 대표적 상징이고 목동들이 망중한을 즐기기 위한 즉흥적인 놀이로 시작된 소싸움이 상설경기장이 생기면서 3차 산업인 관광레저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3대가 함께 즐기는 레저문화로 인식되면서 하루 1억8000만~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손익분기점인 3억5000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싸움경기장의 가장 큰 성과는 바로 일자리 창출. 심판, 조교사, 발매원 등 새로운 일자리가 250개나 생겼다. 이밖에 인근 상권과 관광지 활성화, 레저세 등 신규세수원 확보, 청도군 이미지 홍보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청도군의 설명이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1차 산업인 축산업을 3차 산업인 레저산업으로 새롭게 발전시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내년에 장외발매소가 조성되면 경영안정화는 물론 가장 한국적인 겜블 경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돌담길 유명세로 체험관광 인기 = 경북 군위군에는 명품 돌담길로 유명한 마을이 있다. 팔공산 북쪽 자락의 전통마을인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이다. 돌담 길이가 자그마치 6.1㎞에 이르러 '내류의 제주도'라 불린다.
1930년 대홍수로 마을 전체가 휩쓸려간 후 팔공산에서 떠내려 온 돌을 처리하기 위해 돌담을 쌓은 것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돼 마을의 명품이 됐다. 논밭을 되찾기 위해 돌담을 쌓았다. 하지만 이제는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재탄생해 마을주민에게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재청과 한국관광공사는 2005년 이 마을을 전국 돌담마을 중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했다. 주변에 송림과 문화유적도 많아 체험형 자연휴양지로 손꼽힌다.
한밤마을은 돌담길과 유교문화유산을 기반으로 내년부터 농촌체험관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전통예절교육을 콘텐츠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북 상주시 공검면 양정리 '공검지'는 충북 제천 의림지, 전북 김제 벽골제와 함께 삼한시대 3대 저수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농경사회의 중요한 유산인 공검지는 못을 축조할 때 공갈이라는 아이를 묻고 둑을 쌓았다는 전설에 따라 '공갈못'이라고도 부른다. 1959년 12월 공검지 서남쪽에 오태저수지가 완공되면서 1964년 일부만 남기고 모두 논으로 만들었다가 1993년 옛터 보존을 위해 1만4716㎡의 크기로 개축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경작중심의 생산 공간인 논에서 지역 내 생물 다양성을 유지·부양하는 생태공간(논습지)으로 변모한 공검지를 활용해 생태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공검지는 지난해 6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으며 람사르습지 등록도 추진되고 있다.
대구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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