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모든 것을 비워야 부동층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 후보는 과감한 양보와 결단의 모습보다 자신의 것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경쟁에서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단일화 룰 협상과정에서 안 전 후보측이 지난 23일 제안한 이른바 '지지도+가상대결'을 거부하고 '적합도+가상대결'을 고집했다. 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안 전 후보를 누르는 게임의 룰에만 집착한 것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당시 여론조사에서 밀리던 노 후보가 과감하게 정 후보의 제안을 수용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결과적으로 23일 안 전 후보의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과 같이 과감하게 양보하면서 판을 주도하지 못하는 데는 그만큼 지킬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자신과 일부 측근을 빼면 사실상 가진 게 없었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야권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친노'를 먹여살려야 할 문 후보는 처지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비주류 의원은 "문 후보는 지금 대선후보이면서 당 대표 권한대행, 국회의원까지 모든 것을 다 쥐고 있다"며 "대선에서 패배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한데 왜 자꾸 쥐고만 있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국회의원도 버리고 대선에서 지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한 것과 대비된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야권 안팎에서는 문 후보가 말로는 새정치선언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하지만 당내 리더십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 22일 TV토론에서 안 전 후보와 마지막까지 국회의원 정수 조정 문제로 다퉜던 것처럼 정치권의 양보와 고통분담을 이끌어낼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장 안 전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생겼던 감정으로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 등을 끌어안기 위해 문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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