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더갭/강도현 지음/1만3600원
착한 게 멍청하다는 말과 동의어로 취급되는 세상이다. 아이들에게까지 착한 게 밥 먹여 주느냐며 핀잔을 줘야 한다. 그런데 '네! 착한 게 밥 먹여 줍니다!'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 강도현은 미국 리버티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스펙의 소유자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착하게 살겠다며 소셜카페 '카페바인'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에 거역하려는 자영업자의 삶은 쉽지 않았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 카페바인은 망하기 직전의 상황이 된다. 카페바인이 망해가는 과정과 망하기 직전까지의 경험을 고백한 책이 바로 그의 첫 저서 '골목사장 분투기'다. 이번엔 그가 다시 카페바인을 살리기 위해 도움말을 얻기 위해 찾아갔던 성공한 착한 카페 이야기를 다룬 두번째 책을 냈다.
정신과 환자들이 일하는 수원의 '우리동네' 카페,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신길동그가게' 카페, 장애인이 당당히 일하는 안산의 '행복한카페', 신도시에서 아이들에게 대안적인 쉼터를 제공하는 '커피마을', 의정부 시장골목에 변호사 사무실 겸 카페를 운영하는 '동네변호사카페', 유기농 식자재로 진심이 담긴 먹거리를 제공하는 카페 '이로운', 길고양이를 함께 키우는 '책읽는 고양이' 등등. 어디를 봐도 착한 이 카페들의 이야기는 착한 게 어떻게 밥 먹여주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아무리 쌓아도 불안하기만 한 스펙 같은 인테리어 대신 쌓으면 쌓을수록 소통의 자산이 되는 착한 스토리를 택했다. 또 타인을 향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착함과 그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어떤 대형 프랜차이즈도 따라올 수 없는 착한 카페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유목민 도시인들은 이런 카페 안에서 스토리와 교감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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