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 ‘공론화’, 핵연료 재처리 수순밟기?

지역내일 2012-12-04 (수정 2012-12-04 오후 3:18:48)
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논란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붙잡고 있던 지난달 20일, 정부는 2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사용후 핵연료 관리대책 추진계획안'을 의결했다.

2013년 상반기에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공론화에 착수해서 2015년부터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건설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1978년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35년간 각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가 1만2342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임시보관 중인 각 원전의 수조들도 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은, 맞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선후를 바꿔 논의할 수는 없다.

알려져 있다시피, 사용후 핵연료는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위험한 쓰레기다.

원자로에서 꺼낸 다음에도 엄청난 붕괴열과 방사능을 내뿜기 때문에 수십 년 간 수조 안에 보관한다. 자연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이 무해하게 되기까지 최소 10만 년이 걸린다던가.

인류는 아직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현재로선 지하 암반 깊숙이 묻어 수십만년(!)간 아무도 손대지 못하게 한다는 방법이 고작이다. 이른바 직접처분법이다.

미국 독일 스웨덴 등이 이렇게 방향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최종처분장을 완성한 나라는 없다. 미국은 네바다 사막 한가운데 유카산을 처분장 부지로 결정했지만, 지반에 문제점이 발견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사용후 핵연료를 최종처분 전에 다시 활용한다는 게 재처리 방식이다. 핵분열로 생성된 플루토늄239를 뽑아내(재처리해) 다시 원전연료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핵연료는 고속증식로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만 논의?

이 과정에서 나온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재처리의 숨은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인도는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원자폭탄을 만들었다.

문제는 재처리를 했다고 해서 최종처분장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닐 뿐더러, 재처리 공장 자체가 엄청난 비용이 드는 핵시설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1990년대초부터 로카쇼무라 원전단지에 재처리공장을 짓고 있는데, 지금까지 30조원을 쏟아 부었음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지난 9월 19번째로 준공을 연기했다.

그러니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공론화한다면, 무엇보다 직접처분할 것인지 재처리를 할 것인지가 핵심이 될 것이다.

사실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이 문제를 공론에 붙이기로 결정돼 2009년 공론화위원장이 내정되기까지 했다. 그러다 돌연 중단된 공론화 과정이 이제 5년 만에 새로 가동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정부는 4차 원자력진흥종합개발계획(2012~2016)을 확정했다.

계획의 핵심은 건식재처리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이와 연계한 고속로 등 순환핵연료주기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작년 755억원, 올해 772억원의 예산을 집행했고, 내년엔 946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미국과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고, 2014년 개정되는 한미원자력협정에서 재처리가 허용되도록 협상중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진행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을까.

재처리시설과 고속로, 고준위핵폐기장 등을 한 자리에 모은 한국판 롯카쇼무라, 원자력클러스터를 놓고 경북도와 전남도가 지금 물밑에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정부 원전확대정책 재검토부터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을 공론에 부친다는 것, 옳은 방향이다. 국민 모두가 알고 결정해야 할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 '공론화'는 직접처분할 것인지 재처리할 것인지부터 핵연료에 대한 모든 핵심적인 문제를 다뤄야 한다. 공론위원회가 중간저장시설 부지선정만을 논의하며, 재처리를 기정사실화하는 수순밟기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차기정부는 현상황에서 원전확대 정책을 계속할지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원전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재처리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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