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문제는 언론이다

지역내일 2012-12-11
최홍운 언론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였던 고 후석 천관우 선생은 1969년 '언관 사관'(言官 史官)이란 책을 썼다. 언론인은 조선시대 언론 삼사(三司)였던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언관과 같이 하고, 글을 쓰기를 목숨을 내놓고 임금의 언행과 정치, 문무백관의 행정 등에 관한 사초를 썼던 사관과 같이 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언관의 자세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1810년 유배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큰 아들에게 보낸 편지, 시학연가계(示學淵家誡)라는 제목의 글에서 "위로는 임금의 잘못도 공격하고, 아래로는 알려지지 않은 백성들의 고통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언관의 임무는 임금의 잘못을 공격해야 하며, 그 다음이 알려지지 않은 백성들의 고통을 통치자에게 상달해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관 또한 언론인이 본받아야 하는 모범이다. 사관은 직필로 국가의 사건과 왕의 언행, 백관의 잘잘못, 사회상을 기록해 후세에 올바른 정치가 행해지도록 한 제도였다.

사관이 기록한 사초는 시비(是非)를 가리지 못하고, 고치지도 못했으며, 사관의 기록행위도 면책권이 있어 신분이 보장되었다. 그러나 폭군 시절에는 목숨을 잃은 사관도 많았다. 사관은 어떤 경우에도 정확한 기록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언론이건만

1968년 '신동아 필화사건'으로 동아일보 편집국장직에서 물러나 있던 천관우 선생이 당시 대통령 박정희의 3선 개헌 직전, 그 광폭의 시대에 이 책을 내놓은 의미는 크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언론인들이 깊은 성찰의 기회를 갖기도 했다. 그런 자성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3선 개헌과 뒤이은 유신독재 및 80년 전두환의 신군부 등장을 막지 못했다. 목숨을 걸고 언론인의 자리를 지켰던 참 언론인은 극소수였고,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독재자들을 '구국의 영도자'로 치켜세우며 진실을 외면한 언론인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 캄캄한 전제군주시대에도 언관과 사관은 직언과 정확한 기록을 위해 목숨을 걸었건만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논하던 시대의 언론인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꼭 8일 앞으로 다가왔다. 8일 후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결정된다. 진정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후보를 선택하는 문제는 국민의 손에 달렸다.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정파를 떠나 각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소상한 정보와 정책 공약이 국민들에게 풍부하면서도 공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 막중한 일을 언론이 해야 한다. 언론은 이 중대한 사명을 "목숨 걸고 정확하게 한다"는 각오로 해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 언론은 어떠한가. "목숨 걸고 주어진 사명을 다한다"는 각오로 공정한 보도를 하기는커녕 특정 정파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언론이 판치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한 언론사 노조위원장이 "매일 매일 뉴스가 홍보 일색이다. 이것은 편파 정도가 아니다. 방법은 우리 회사 보도를 대선 전까지 보지 않아야 한다"고까지 했을까. 그는 자신이 소속한 언론사를 "특정 정당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뛰어들었다"고도 했다.

역사에서 편파보도의 혹독한 대가 배워야

또 다른 언론사의 사정도 같다. 이 언론사의 대선 보도에 대해 한 시민단체는 "과거 독재 정권 시대에나 있음직한 편파 · 왜곡 보도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편파 · 왜곡 보도를 하는 언론사는 이외에도 많다. 일일이 지적하기도 힘들다. 이들 언론사의 보도를 보면 사실을 사실대로 기록하고 전해야 하는 언론의 정도를 훨씬 벗어난 보도가 대부분이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언론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짓을 할 때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이번 대선은 우리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릴 것인가 하는 중대한 국가적 대행사다. 문제는 언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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