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국민은행 인재개발원 팀장
자녀에게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 세상이다. 일전에 부모가 소득이 많을수록 자녀와 자주 만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인구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1% 많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주1회 이상 대면할 가능성은 2배 가량 높아진다고 한다. "유전유효 무전무효" 즉, 부모가 돈이 많으면 자녀들이 효도경쟁을 벌이지만 돈이 없으면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 유행하는 "목돈 없는 장모는 사위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늘그막에도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여지없이 확인시켜주는 조사결과다.
돈 있어야 효도 받을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집 장만에, 자녀교육에 당장 먹고 사는 데 급급하다 보면 모아놓은 돈도 없이 덜컥 은퇴를 맞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자녀와 부모를 연결하는 '경제적 탯줄'은 평생 끊어지지 않는다. 실제 2007년 HSBC그룹이 세계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83%)와 70대(64%) 대부분이 은퇴 후에도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평균(60대 38%, 70대 30%)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도 '자녀부양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렇게 공들여 키운 자녀들이 부모의 희생을 고마워하기는커녕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엄마가 뿔났다'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주인공 김한자 여사가 휴가를 받아 이사하는 모습이었다. 평생 가족밖에 모르고 살던 그녀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간 것이다. 그것은 가족들에겐 반란이자 일탈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반응이 제각각 이었다. 시아버지는 휴가를 달라는 며느리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해준다. 최대 피해자(?)인 남편마저 볼멘 얼굴을 하면서도 이삿짐을 날라준다. 하지만 출가한 자녀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남들 다 그러고 사는데 왜 그리 유난을 떠느냐" 며 어머니를 타박하고 못마땅해 한다. 그렇게 자녀들은 부모의 고생과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아니 나이 들어서도 부모한테 떠받듦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취직해서 결혼하고 가정까지 꾸렸으면서도 아직도 부모의 돈을 자신의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자녀들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중년자녀들이 아이양육비를 부모에게 타 쓴다고 해서 '3대 캥거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얼마 되지도 않는 부모의 노후자금마저 사업자금이다 손주교육비다 온갖 핑계를 대서 곶감 빼먹듯이 빼간다. 그러다 보니 은퇴준비에서 최대의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을 뒷바라지해온 자녀들이다.
은퇴준비 최대의 적은 자녀
물론 피 같은 '노후자금'까지 건네줄 만큼 자녀를 위해서라면 세상에 아까울 게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노후자금 한 푼 없는 부모는 이제 자녀에게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만 자신들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현실에서 자녀는 부모가 내미는 손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결국 부모가 노후에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자녀에게 감당하기 버거운 부양의 짐을 지우거나 불효자의 멍에를 씌울 수밖에 없다. 나무가 너무 빼곡하게 들어서면 서로에게 안 좋은 법이다. 부모와 자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간에 지나친 기대와 부담감은 결국 원만한 관계를 훼손하고 부모와 자녀 모두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다.
부모는 자녀의 물주가 아니다
부모의 영원한 물주 노릇은 부모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부모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서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자녀의 경제적 홀로서기를 지켜보고 부모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를 준비한다는 쿨한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 '유전유효 무전무효'의 시대에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공존의 지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자녀에게도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 세상이다. 일전에 부모가 소득이 많을수록 자녀와 자주 만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인구학회의 논문에 따르면 부모의 소득이 1% 많아지면 부모와 자녀가 주1회 이상 대면할 가능성은 2배 가량 높아진다고 한다. "유전유효 무전무효" 즉, 부모가 돈이 많으면 자녀들이 효도경쟁을 벌이지만 돈이 없으면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요즘 유행하는 "목돈 없는 장모는 사위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늘그막에도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진리라는 것을 여지없이 확인시켜주는 조사결과다.
돈 있어야 효도 받을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집 장만에, 자녀교육에 당장 먹고 사는 데 급급하다 보면 모아놓은 돈도 없이 덜컥 은퇴를 맞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자녀와 부모를 연결하는 '경제적 탯줄'은 평생 끊어지지 않는다. 실제 2007년 HSBC그룹이 세계 2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83%)와 70대(64%) 대부분이 은퇴 후에도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평균(60대 38%, 70대 30%)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노후에도 '자녀부양의 짐'을 내려 놓지 못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렇게 공들여 키운 자녀들이 부모의 희생을 고마워하기는커녕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엄마가 뿔났다'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주인공 김한자 여사가 휴가를 받아 이사하는 모습이었다. 평생 가족밖에 모르고 살던 그녀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간 것이다. 그것은 가족들에겐 반란이자 일탈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의 반응이 제각각 이었다. 시아버지는 휴가를 달라는 며느리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해준다. 최대 피해자(?)인 남편마저 볼멘 얼굴을 하면서도 이삿짐을 날라준다. 하지만 출가한 자녀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남들 다 그러고 사는데 왜 그리 유난을 떠느냐" 며 어머니를 타박하고 못마땅해 한다. 그렇게 자녀들은 부모의 고생과 고마움을 알지 못한다. 아니 나이 들어서도 부모한테 떠받듦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서글픈 현실이지만 취직해서 결혼하고 가정까지 꾸렸으면서도 아직도 부모의 돈을 자신의 쌈짓돈 정도로 생각하는 자녀들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중년자녀들이 아이양육비를 부모에게 타 쓴다고 해서 '3대 캥거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얼마 되지도 않는 부모의 노후자금마저 사업자금이다 손주교육비다 온갖 핑계를 대서 곶감 빼먹듯이 빼간다. 그러다 보니 은퇴준비에서 최대의 적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생을 뒷바라지해온 자녀들이다.
은퇴준비 최대의 적은 자녀
물론 피 같은 '노후자금'까지 건네줄 만큼 자녀를 위해서라면 세상에 아까울 게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노후자금 한 푼 없는 부모는 이제 자녀에게 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부모는 어쩔 수 없이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만 자신들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현실에서 자녀는 부모가 내미는 손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진다. 결국 부모가 노후에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자녀에게 감당하기 버거운 부양의 짐을 지우거나 불효자의 멍에를 씌울 수밖에 없다. 나무가 너무 빼곡하게 들어서면 서로에게 안 좋은 법이다. 부모와 자녀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간에 지나친 기대와 부담감은 결국 원만한 관계를 훼손하고 부모와 자녀 모두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다.
부모는 자녀의 물주가 아니다
부모의 영원한 물주 노릇은 부모자신뿐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부모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서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한다. 자녀의 경제적 홀로서기를 지켜보고 부모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노후를 준비한다는 쿨한 자세가 필요하다. 바로 '유전유효 무전무효'의 시대에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공존의 지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