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청소년 ‘힐링’의 중심에 서다] “숲에서는 욕설도 거친 행동도 없어요”

지역내일 2012-11-08 (수정 2012-11-08 오후 4:04:13)
'오감만족' 체험교육 어울림 캠프 … 남부산림청 학교폭력예방과정 인기

무한경쟁의 삶이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OECD 회원국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아동청소년 행복도 조사에서 '꼴찌'라는 지표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자살 학교폭력 인터넷중독 아토피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힐링'이 생활속으로 들어왔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해 '숲'이 치유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림청이 다양한 '숲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질병 치유에 나섰다. 내일신문은 전국의 지방산림청에서 진행하는 각종 숲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소개한다.

경북 구미 금오산 자락에 위치한 경북자연환경연수원. 아이들이 푸른 잔디밭에서 미니축구시합에 열중하고 있다. 직접 뛰거나 응원하는 아이들 모두 경기에 빠져있다.

욕을 빼면 말을 못한다는 요즘 아이들과 달리 욕설이나 거친 행동은 없었다. 아이들의 얼굴엔 건강함이 넘친다.

지난 9월 27~28일 경북 예천중학교 36명은 구미 자연환경연수원 숲속힐링스쿨 '어울림(林)'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는 남부지방산림청과 경북교육청 경북지방경찰청이 주관해 마련했다.


<남부지방산림청이 주관하는 학교폭력예방 '어울림'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북 예천중학교 학생들. 금강소나무 부산물로 목공예 체험을 하면서 숲의 중요성과 자신의 단점을 찾거나 친구를 존중하는 마음을 채워나갔다. 사진 산림청 제공>

어울림 캠프는 학생들이 학교폭력 고위험군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남부지방산림청이 기획한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이다.

첫날은 행복마인드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듣고 목공예치유체험, 숲사랑 올림픽, 야간 숲 명상 및 트레킹, 자신의 장점 찾기, 어울림 골든벨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다음날은 식물원예치료, 숲산책, 나에게 편지 쓰기 등 숲속 생활이 이어졌다.

모든 과정은 6명씩 한조로 진행했고, 각 조에는 숲해설가, 원예치료사 등 숲교육 전문가들이 학생들과 함께했다. 2학년 이주호 학생은 "학교는 못하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답답하고 성적대로 반을 옮기는 이동식수업도 싫다"며 "숲 교육은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친구랑 대화할 시간도 많아 자유롭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잔소리 없어도 알아서 '척척' = 학교에서 지적을 당했던 아이들은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목공예치유체험 후 자기가 만든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에는 친구의 작품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미니축구 게임에는 한 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가했고, 승부와 무관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웃고 떠들었다.

숲 교육장에 '해라 마라' 잔소리하는 어른은 아무도 없다. 아이들은 스스로 조장을 뽑고, 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휴대전화기는 전원을 끄고 한곳에 보관했다.

아이들은 휴대폰이 없어도 더 즐거웠다. 평소에 서먹서먹하던 옆자리 친구나 조별 선생님과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 이야기에 가슴을 열었다.

미니축구게임에서 MVP로 뽑힌 박주호 학생은 "학교는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킨다"며 "여기서는 선후배가 함께 어울려 놀고 속마음을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라고 좋아했다.

김윤병 남부지방산림청 구미국유림관리소장은 "어울림 프로그램은 강의보다 숲 체험활동 중심으로 진행해 숲에서 안정과 재미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모든 활동을 조별 단체 활동으로 구성해 친구관계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어울림', 숲해설 전국 최고 = '어울림'이 올해 전국 숲해설 경연대회에서 최우수기관으로 뽑혔다. 남부청은 지난 10월 26~27일 서울 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린 제6회 숲해설 경연대회에서 학교폭력 예방 치유 '헤아림' '어울림'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헤아림과 어울림은 남부청이 경찰청, 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업무협의를 통해 교육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을 반성하는 내용이 돋보인 점도 심사위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숲길 걷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과 일체감을 느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 사진 산림청 제공>

남부지방산림청은 어울림 프로그램 외에 학교폭력 고위험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헤아림'과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학교폭력 예방·치유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숲에서 허락된 자유와 긍정의 일탈을 경험하고, 소외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한다.

경북환경연수원 김태진 교수는 "들어올 때는 심드렁했던 아이들이 나갈 때는 다시 오고 싶어한다"며 "숲교육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체험형 교육으로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청과 경찰청 등 관련 기관들과 업무협의가 효과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남부지방산림청은 프로그램과 기획·예산·운영인력을 지원하고 경북자연환경연수원이 숲해설가 원예치료사 등 전문인력을 제공했다. 경북교육청은 교육생을 발굴하거나 행정지원을 맡았고, 경북지방경찰청 직원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김판석 남부지방산림청장은 "숲 교육을 다문화가정 및 소외계층학생으로 확대해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 전념할 것"이라며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산림교육이 될 수 있도록 숲을 배움터로 제공하고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 김성자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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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은 친구와 소통하는 최고의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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