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비/손영옥 지음/
1만2000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에 숨어있는 뒷이야기는 무엇일까. 밝고 은은한 녹색에 가까운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이며 무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창비 청소년문고' 시리즈에서 옛 그림을 통해 한국사를 이야기하는 '한 폭의 한국사'가 출간됐다.
저자 손영옥은 선사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한국사를 관통하는 16가지 대표 예술품을 정해 그 하나하나를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듯 친절히 설명한다.
또 작품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도 소상히 알려준다.
입시에 시달리다 보니 단순 암기과목으로 전락한 역사교과 시간. 정보 전달을 우선하는 탓에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마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서 청소년들은 역사의 참재미를 알기에 앞서 지레 겁부터 먹는다고 한다.
기껏 현장실습을 한다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한 청소년들이 설명문을 공책에 베끼거나 카메라로 찍기에 바쁜 모습을 보면 과연 예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품조차 암기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보는 즐거움'은 뒷전이다.
하지만 '한 폭의 한국사'는 눈높이를 바꿔 미술이라는 창으로 역사를 살펴봤을 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알려준다.
교과서에서 사진 한두 줄 설명만으로 넘어가는 예술품의 매력을 조목조목 친절히 설명하며 예술 감상의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
반구대 암각화를 보며 신석기인들의 수렵 생활을 파악하고, 고인돌을 보며 청동기 시대의 계급 탄생에 대해 깨닫는 것이다.
또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을 배우고, 이차돈의 순교비를 보며 왜 신라의 귀족들이 그토록 불교를 반대했는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일월오봉도'에 숨은 조선 개국의 이념과 진경산수화를 통해 알아보는 소중화 사상까지 손영옥이 펼쳐 보이는 역사의 창은 손에 잡힐 듯 촉감이 전해져온다.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 당시의 사회 분위기까지 전해준다.
하지만 저자 손영옥은 감상의 도입부터 결말까지 시시콜콜하게 다 안내하지는 안는다. 생각거리를 남겨 주며 독자들이 자신만의 감상을 완성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암기한 지식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한 폭의 한국사'를 읽으면 단편적인 정보를 달달 외우느라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 어려웠단 한국사의 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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