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모험 … ‘보수 편가르기’

지역내일 2012-12-14
꼴통보수 VS 합리적 개혁적 보수로 새 프레임 설정
윤여준 효과? 박근혜도 민주당도 싫다는 층에 화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막바지 '모험'을 시도했다. '합리적 보수' 프레임을 통한 '보수의 분화' 전략이다. 꼴통보수 대 합리적 개혁 세력 (민주당+진보정의당+시민사회+합리적 중도 보수)의 새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급진 좌파, 친노가 싫지만 그렇다고 박근혜를 찍기도 어렵다'는 이른바 '신보수층'에게 구애를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당신은 보수다, 그러나 개혁적이고 합리적이라 박근혜를 찍을 수 없으니 야권연대가 아닌 '국민연대'로 오라"는 심리전이다.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닌, '합리적 보수를 안는' 프레임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이후 본격 등장했다. 문 후보는 6일 대선 공조기구인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 발대식 인사말에서 본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바라는 민주, 진보, 개혁 진영에 '건강한 중도와 합리적 보수진영'까지 다 아우르는 국민후보이다."

이어 9일 기자회견에서 '대통합 거국내각'을 제시하면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은 물론, 안철수 전 후보 지지세력, 진보정의당, 다양한 시민사회, 건강한 합리적인 중도보수 인사들이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국민연대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11 총선에서 민주당이 구심점 역할을 했던 '범야권연대'와는 다른 대목이다. 즉 2012년 대선을 보수 일부를 포함하는 '국민연대' 출범의 신호탄으로 강조해, '새누리당 인사들의 문재인 캠프 합류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보수성향이나 박근혜 후보에 대해 속으로는 탐탁해하지 않는 세력에 대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전략은 효과가 있을까.

초기에는 캠프 내부에서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한나라당(새누리당) 실세 출신들과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과 손을 잡다니 너무하다'는 불만이 일부 제기됐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과정에서 백원우 전 의원이 안철수 캠프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에 대해 비판한 것이 이런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사건 전후 문 후보 측 일부 관계자들은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새누리당 출신들에 대해 '한나라당'이라고 칭했다. 이들이 '한나라당'이라는 용어를 쓰는 배경에는 '진보진영에서 이탈해 꼴통보수와 손을 잡은 배신자'라는 거부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문 후보가 국민연대 출범을 계기로, 새누리당에서 이탈해 합류한 이들에 대해 '합리적 보수' '범민주화운동 세력'이라고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면서 이런 논란은 다소 잦아들었다. 특히 '이념을 뛰어넘는 통합' 명분과, 이른바 '윤여준 효과'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에서 '책사' 역할을 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 측에 합류한 윤여준 국민통합위원장은 12일 TV 찬조연설에서 '이념갈등을 뛰어넘는 통합'을 거듭 주장했다. 또 '문재인은 친노'라고 우려하는 물밑 여론을 인정하면서도 '문재인은 반대편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췄다는 반론을 펼쳤다.

그의 찬조연설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연설이 방송된 12일은 물론 다음날인 13일 오후에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 상위권에 '윤여준'이 올랐다. 특히 40대 이상 유권자 중 '친노 싫고, 민주당은 한심하고, 그래도 박근혜가 이 시대의 대통령감일까'라고 고민하던 층에서 화제가 됐다는 후문이다.

'나는 보수다, 그러나 개혁적이고 합리적이니 박근혜와 거리가 있다'는 새로운 논리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윤 위원장은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박근혜 후보에 대해 미래형 리더십을 갖춘 인물인지 의문을 표시했던 보수성향 인물 중의 한명이다.

한편 윤여준의 논리와 더불어 이은미의 감성 전략이 뒤를 이었다. 가수 이은미씨는 13일 찬조연설에서 "이쪽이냐 저쪽이냐 편 가르기 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는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사회여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 역시 '보수나 진보냐를 뛰어넘는 통합'을 감성적으로 설득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막바지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10% 내외이며,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는 추세다. 다음주로 대선이 다가오면서, 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놓고 유권자들이 마음을 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합리적 보수' 프레임이 막바지 부동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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