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문재인의 착각, 박근혜의 착각

지역내일 2012-11-26

남봉우 편집국장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야당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대선 진용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 야당 문 후보로 정리됐다. 몇몇 군소후보가 있기는 하지만 대세에 영항을 미칠 정도가 아니니 오랜만에 양자구도의 선거를 치르게 됐다.

2주일 남짓 진행된 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단일화 과정은 야당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맏형론'도 '새정치'도 말잔치였을 뿐, 실제는 권력게임의 초라한 모습만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과정이 어떻게 되었건 자당 후보로 결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도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감동적인 단일화'를 우려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나쁜 모양새로 야당 진용이 정리됐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이긴다면 그것은 '국민의 팍팍한 삶' 때문

야당은 겉으로는 자세를 낮추고 있다. 안철수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말 한마디도 조심하려고 한다. 선거캠페인도 여전히 안철수를 앞세운다. 야권단일 후보가 된 만큼 안철수 지지층만 잘 챙기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양자대결로 정리된 후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 문 후보는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일화의 상처가 아물고 부동층으로 돌아선 안철수 지지층이 마음을 정하면 약간의 시너지효과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승리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지난 4·11총선 당시에도 야당은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과는 대패였다. 그때도 야당은 전국적으로 단일후보를 출전시켰다. 야당이 총선에서 진 이유를 꼽으라면 백가지는 될 것이다. 민생외면, 자만감, 구태의연한 공천과 선거전, 특정세력의 배타적 권력욕….

그럼 지금 민주당은 그때와 달라졌나? '아니올시다'이다. 총선 패배 후 민주당은 제대로 된 반성문 한장 쓰지 않았다. 당시 총선패배의 책임 주체들은 아무런 자성없이 자기 세력의 대선후보를 밀어붙였고, 그리고 결선까지 올라왔다.

야당이 승리하려면 우선 고개를 외로 튼 안철수 지지층의 마음을 사야 한다. 당내 경쟁자였던 손학규 김두관 지지층도 보듬지 못한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더 멀리 있는 그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글쎄올시다'이다. 만약 문 후보가 이긴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국민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 과정이 파행으로 끝난 것을 보며 미소를 감추지 않는다. 승리는 따논 당상이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하긴 안철수 지지층 몇 %만 끌어와도 승부가 끝날 것이라는 계산은 나름 근거가 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안철수 현상'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럼 박 후보가 그들의 마음을 살 정도로 새로운가. 4·11총선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새롭기 위해 몸부림쳤다. 당명도 바꾸고, 경제민주화 이슈도 선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과거로 돌아갔다. 집토끼를 잡겠다며 중도와도 벽을 쌓았다.

역대 대선을 복기해보면 '과거'가 '미래'를 이긴 경우는 없었다.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선거가 '과거' 대 '과거'의 대결이라지만 지금 박 후보가 보여준 모습은 더 '과거'다. 박 후보가 이긴다면 그는 87년체제 이후 '과거' 이미지로 대통령이 된 첫 번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박 후보 이긴다면 '과거 이미지'로 당선된 첫 사례 될 것

대선이 아직 20여일 남았다. 선거 시기의 하루는 평상시의 한달, 1년과 맞먹는다고 한다. 아직 판이 바뀔 시간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2002년 대선 20일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승리를 의심한 이는 별로 많지 않았다. 지난 4·11총선 20일 전 민주당의 승리를 의심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실제 웃었던 사람은 예상과 달랐다. 그것은 이변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이었다.

선거가 끝나면 당사자나 전문가들은 늘 '유권자가 무섭다' '유권자가 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토록 무섭고, 현명한 유권자들을 왜 선거과정에서는 제대로 못 챙길까.

박·문 두 후보는 지금이라도 유권자들의 깊은 걱정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라고 고개를 젓는지. 그리고 '5년 뒤에나 보자'며 마음을 달래는지. 그것에 대해 해답을 내놓는 이가 12월 19일 진짜 웃을 사람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