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타는 곳'에서 머물며 쉬어가는 공간으로
갤러리·찻집·아기사랑방 … 시민 발길 붙들어
"서울 외에 경기도 수원이나 부천에 사는 분들도 참석이 편해요. 지하철만 타면 되니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 일도 없고…."
13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세종문화회관 방면) 지하 1층 '베세토갤러리'. 이주노동자인 부모를 따라 입국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말과 함께 배운 무언극과 사진 수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잔치가 한창이다. 권영옥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전에 실학강의에 참가하면서 베세토갤러리를 알게 됐다"며 "지하철역 내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아 전시효과도 크기 때문에 일부러 선택했다"고 말했다.

<'5678ⓘ행복미소'는 시민들을 위한 안내시스템과 지하철역 내 안전시스템을 결합한 최첨단 역무운영체계다. 주길성(맨 왼쪽) 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광화문역에 설치된 행복미소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진명 기자>
◆"빈공간을 시민에" 선두주자는 광화문역 = 도심 지하철역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열차를 타기 위해 통과하는 곳에서 머물며 쉬어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하철 운영사로는 후발주자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5~8호선 역사 안에 전시·공연공간은 물론 찻집과 음식점, 책과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서점과 직거래장터까지 유치해 시민들 발길을 붙들고 있다. 특히 심도(深度)가 깊다는 상대적 약점을 역으로 이용, 역사 밖에서 개표기를 거쳐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방치돼있던 자투리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유휴공간을 시민들에 내어준 선두주자는 광화문역이다. 베세토갤러리는 한일교류패션쇼를 비롯해 매달 서너차례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 등 다양한 전시회와 모임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영아를 둔 엄마들이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하는 한편 임산부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한 아기사랑방도 하루 평균 10여명이 이용한다.
지하 2층에 자리잡은 비알시디(BRCD)는 지하철 역사에 처음으로 입주한 고급 양식당. 10~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안쪽 방에는 프로젝터가 설치돼있어 회의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사도 이미 몇차례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실용성을 확인했다.
공사는 여기에 더해 직원들 회의공간으로 쓰고 있는 옛 매표실을 작은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기증받아 비치하고 저자사인회나 작가와의 만남 등 관련 행사를 하기로 협의까지 마친 상태다. 주길성 역장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민편익이 커지고 공사 입장에서는 임대수익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역에서 시도한 시민편의공간은 5~8호선 전체 역으로 확대 중이다. 아기사랑방은 62개 역 고객상담실 옆에 설치됐고 17개 역에는 제과전문점이, 7개 역에는 도넛가게가 들어서있다. 일반 편의공간은 물론 장애인 생산품 판매장과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지원하는 나눔가게, 할인도서를 판매하는 서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직거래장터 등 공동체를 고려한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질·서비스도 ↑ =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설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게 지하철역 진화를 이끄는 요인도 있다. 역시나 광화문역에서 처음 시도, 5~8호선은 물론 1~4호선까지 전파되고 있는 안내센터 '5678ⓘ행복미소'가 대표적이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몰리는 출구 주변에 설치한 칸막이 안에서 직원 1명이 상시 근무하며 이용객들 편의를 돕는다. 교통카드 충전과 자동발매기 이용, 역사 내 편의시설 등 지하철 이용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인근 역세권 시설안내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공사는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지켜보면서 각종 편의시설 제어부터 역사 안전감시까지 가능한 행복미소가 '첨단 역무운영체계'라고 자부한다. 실제 한국능률협회에서 올해의 '고객가치 최우수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철도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첨단 공기질 관리체계를 도입, 역사를 '청정 지하공간'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대합실과 승강장 내에 설치한 공기질 자동측정장비는 이산화탄소 라돈 등 7가지 항목을 실시간 측정하는 기기로 환기시설과 연계해 오염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공기질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되면 시민들은 역사 내 공기질 현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특수한 흙을 이용해 대합실 주변 공기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친환경 공기정화시스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집진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공기질 개선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박덕신 도시철도공기질개선연구단 단장은 "첨단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역사 공기 중 미세먼지가 50% 이상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전동차 내 공기청정시스템과 함께 1년가량 시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되면 전체 역사와 열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춘 사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대표역에서 시민 쾌적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광화문역 환경과 편의시설이 개선되면 5~8호선 전 역사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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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찻집·아기사랑방 … 시민 발길 붙들어
"서울 외에 경기도 수원이나 부천에 사는 분들도 참석이 편해요. 지하철만 타면 되니까.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니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 일도 없고…."
13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세종문화회관 방면) 지하 1층 '베세토갤러리'. 이주노동자인 부모를 따라 입국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말과 함께 배운 무언극과 사진 수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잔치가 한창이다. 권영옥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은 "이전에 실학강의에 참가하면서 베세토갤러리를 알게 됐다"며 "지하철역 내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아 전시효과도 크기 때문에 일부러 선택했다"고 말했다.

<'5678ⓘ행복미소'는 시민들을 위한 안내시스템과 지하철역 내 안전시스템을 결합한 최첨단 역무운영체계다. 주길성(맨 왼쪽) 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광화문역에 설치된 행복미소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진명 기자>
◆"빈공간을 시민에" 선두주자는 광화문역 = 도심 지하철역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열차를 타기 위해 통과하는 곳에서 머물며 쉬어가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하철 운영사로는 후발주자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5~8호선 역사 안에 전시·공연공간은 물론 찻집과 음식점, 책과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는 서점과 직거래장터까지 유치해 시민들 발길을 붙들고 있다. 특히 심도(深度)가 깊다는 상대적 약점을 역으로 이용, 역사 밖에서 개표기를 거쳐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방치돼있던 자투리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유휴공간을 시민들에 내어준 선두주자는 광화문역이다. 베세토갤러리는 한일교류패션쇼를 비롯해 매달 서너차례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 등 다양한 전시회와 모임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영아를 둔 엄마들이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하는 한편 임산부들이 잠깐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한 아기사랑방도 하루 평균 10여명이 이용한다.
지하 2층에 자리잡은 비알시디(BRCD)는 지하철 역사에 처음으로 입주한 고급 양식당. 10~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안쪽 방에는 프로젝터가 설치돼있어 회의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공사도 이미 몇차례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실용성을 확인했다.
공사는 여기에 더해 직원들 회의공간으로 쓰고 있는 옛 매표실을 작은도서관으로 꾸밀 계획이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기증받아 비치하고 저자사인회나 작가와의 만남 등 관련 행사를 하기로 협의까지 마친 상태다. 주길성 역장은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민편익이 커지고 공사 입장에서는 임대수익을 올리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광화문역에서 시도한 시민편의공간은 5~8호선 전체 역으로 확대 중이다. 아기사랑방은 62개 역 고객상담실 옆에 설치됐고 17개 역에는 제과전문점이, 7개 역에는 도넛가게가 들어서있다. 일반 편의공간은 물론 장애인 생산품 판매장과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지원하는 나눔가게, 할인도서를 판매하는 서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계하는 직거래장터 등 공동체를 고려한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질·서비스도 ↑ =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설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게 지하철역 진화를 이끄는 요인도 있다. 역시나 광화문역에서 처음 시도, 5~8호선은 물론 1~4호선까지 전파되고 있는 안내센터 '5678ⓘ행복미소'가 대표적이다.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몰리는 출구 주변에 설치한 칸막이 안에서 직원 1명이 상시 근무하며 이용객들 편의를 돕는다. 교통카드 충전과 자동발매기 이용, 역사 내 편의시설 등 지하철 이용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인근 역세권 시설안내까지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공사는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지켜보면서 각종 편의시설 제어부터 역사 안전감시까지 가능한 행복미소가 '첨단 역무운영체계'라고 자부한다. 실제 한국능률협회에서 올해의 '고객가치 최우수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공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철도기술연구원과 손잡고 첨단 공기질 관리체계를 도입, 역사를 '청정 지하공간'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대합실과 승강장 내에 설치한 공기질 자동측정장비는 이산화탄소 라돈 등 7가지 항목을 실시간 측정하는 기기로 환기시설과 연계해 오염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했다. 공기질 현황을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되면 시민들은 역사 내 공기질 현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특수한 흙을 이용해 대합실 주변 공기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친환경 공기정화시스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집진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공기질 개선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박덕신 도시철도공기질개선연구단 단장은 "첨단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역사 공기 중 미세먼지가 50% 이상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전동차 내 공기청정시스템과 함께 1년가량 시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되면 전체 역사와 열차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기춘 사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대표역에서 시민 쾌적지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광화문역 환경과 편의시설이 개선되면 5~8호선 전 역사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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