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대선 TV 토론

지역내일 2012-11-27

김의기/세계무역기구(WTO) 참사관

미국 대통령 선거 제 1차 TV 토론을 지켜보다 나는 너무 놀라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이 토론은 PBS 방송의 베테랑 언론인 짐 레러가 사회를 보고 있었다.

PBS 방송은 역사 다큐, 미의회 토론 생중계 등,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공공성 방송이다. 롬니 후보가 짐 레러를 보고 "짐,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만 내가 대통령이 되면 PBS에 주는 정부 보조금을 없애 버릴 거요"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PBS는 예산의 6%를 정부 보조금으로 지원 받고 있다. 토론 사회자를 향해 소속 회사에 주는 보조금을 없애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보통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나는 롬니가 당선되면 이 말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PBS는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어린이 프로그램 '세스미 스트릿'을 방영한다. 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 보조금이 중단되면 '세스미 스트릿'이 폐지되고 그 프로그램의 인기 출연자인 큰 새, 빅 버드를 못보게 될 것이라는 논란까지 일었다.

롬니는 여세를 타고 정부의 모든 사업을 엄격하게 심사,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사업은 모두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롬니는 선거에 졌다. 하지만 나는 롬니가 작은 정부를 지향해 선거에 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바마도 사실 큰 정부를 지향하지 않는다. 큰 정부를 지향할 돈도 없다.

'세스미 스트릿' 방송이 중단될 것인가

의료보장제도를 제외하고는 두 후보 사이에 정책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부자증세를 한다고 하지만 흉내만 낼 뿐이다.

미국 민주당은 월가에 장악되어 있다. 2008년 폭풍처럼 몰려운 금융위기 때 오바마 정부는 바주카 포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금액을 은행에 퍼부어 은행의 도산을 막았다. 그러나 정작 고통을 당하는 국민들에게는 별로 돈을 쓰지 않았다.

한국의 대선 후보가 입을 열 때마다 나는 소름이 끼친다. 직불금을 늘이겠다, 가계부채를 줄여주겠다, 무슨 부처를 도로 살리겠다, 이 지역에는 이것을, 저 지역에는 저것을 하겠다고 선심성 공약은 파도처럼 늘어나는데 국민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30년 후면 우리나라가 세계 제1위의 노령사회가 될텐데, 대선후보들은 복지라는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들고 사람들은 냉소만 보내고 있다. 도대체 무슨 선거가 이 모양인가?

롬니가 진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민들은 롬니가 정부사업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정부사업의 전면 폐지를 원칙으로 하고, 재심사해서 정말 필요한 사업은 계속하겠다고 했으면 국민이 믿었을 것이다. 둘째, 은행에게만 돈을 주지말고 국민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국민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게 해야 한다.

진보가 살 길은 작은 정부

정치논리에 따라 돈을 쓰지 말고 국민이 시장원리에 따라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소비가 늘고 생산 투자 고용이 늘어난다. 기업도 좋고 국민도 좋다. 기업이 하는 일에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된다.

진보정치의 문제는 큰정부라는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진보 = 큰정부 공식을 유지하는 한 진보의 희망은 없다. 큰 정부는 진보주의에 내린 저주이다. 진보적 학자이긴 하지만 엠마누엘 월러스타인은 큰 정부의 개념은 1968년에 이미 죽었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보수는 큰정부를 지향하는 이상한 보수이다. 진보정치가 내다버려야 할 큰정부를 보수가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디 딴 사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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