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출발을 알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인수위는 정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파악해 국정기조를 설정하고 국정과제를 마련하는 게 핵심임무다. 이를 구현하는 가장 큰 수단인 정부조직 개편도 마무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국회 안팎에서는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조직이 확정되면 국무위원 청문회를 거쳐 내년 2월 차기정부가 출범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를 공약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에 기반한 신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담조직 신설과 해양수산부 부활도 약속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이뤄진다면 개편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기술부만 하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장기전략국 기능과 연구개발 예산편성기능,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연구개발지원기능,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과학기술예산 배분기능 등 6~7개 부처의 기능을 합쳐야 한다.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려면 국토해양부를 손봐야 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의 부처가 조직개편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상호 유사기능 한데 묶어 영역다툼 없애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부처를 새로 만들거나 합치고 쪼개는 일은 되풀이됐다. 경제·사회적 여건 변화나 국정목표에 따라 개편의 규모와 시기가 달라졌을 뿐이다. 국민의정부와 이명박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문민정부와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가 아닌 임기 중간에 정부조직을 개편했다. 시기만 다를 뿐 모두 정부조직을 손질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정부조직을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정부조직의 상호 유사기능을 한 데 묶어 영역다툼으로 인한 부처 간 갈등과 이기주의를 방지해야 한다. 인위적인 쪼개기와 붙이기를 통해 탄생한 부처는 융합과정에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 좋은 예가 이명박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다.
다음으로 정부조직은 적정한 규모여야 한다. 여성가족부처럼 부처조직이 너무 작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반대로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처럼 조직이 방대해도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려 정책추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행정안전부처럼 정부의 인사와 조직을 담당하는 지원 부처는 조직이 방만해서는 안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같은 공룡부처에 힘이 쏠리게 되면 부처 간 상호견제기능이 떨어져 필요 없는 갈등만 양산할 것이다. 따라서 적정한 규모로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지자체-민간의 역할이 잘 분담되도록 정부조직이 짜여야 한다. 중앙정부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미래지향적 과제와 국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상대적으로 국내정책의 비중은 줄이고, 지방정부와 민간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거버넌스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다. 민간과 지방정부의 역할을 늘리려면 분권과 자치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중앙정부조직이 개편돼야 한다.
개방혁신과 국민통합 기조에 부응하는 조직체계를
큰 정부와 작은 정부는 부처의 규모와 공무원의 수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구분된다. 박 당선인은 미래 먹거리를 찾고 국민의 각종 욕구를 담아내려면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이명박정부는 '큰 시장,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대부처 체계를 도입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에게 위임하지 않았고, 확대된 업무영역에 맞는 장관후보군을 확보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일부 부처의 경우 업무의 공백이나 사각지대가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기간 동안 개방혁신과 국민통합의 국정기조에 부응하는 정부조직체계를 제시해야 한다. 차기정부의 조직개편이 5년짜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편작업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공무원들과 이익집단이 인수위에 사람을 넣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5년 뒤 또다시 개편대상이 되는 조직을 만들면 국민에게 부담을 주고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 적어도 10~20년을 내다보는 신중하고 현명한 결정을 바란다.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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