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원의 세상탐사] 중·노년층이 ‘세대갈등’ 풀어야 한다

지역내일 2013-01-04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그들과 교류하다 보니 이 시대 젊은이들의 생각을 제법 아는 편이다.

그 하나하나와 어울려 보면 다들 반듯하고 성실한 청년이자 '고민하는 청춘'이다. 30여년 전 대학에 다니던 나나 내 친구들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그 젊은이들이 '뿔났다'.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음 아고라에는 '노인들의 전철 무임승차를 전면 폐지하자'는 청원이 올라와 순식간에 1만명 넘는 누리꾼의 서명을 받았다.

기초노령연금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중·노년층이 주상인인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극언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50대 이상을 향한 적대감을 집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그들이 분노한 까닭은 명료하다. 50~60대가 똘똘 뭉쳐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는 바람에 정치·사회 혁신의 꿈이 좌절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선 당일 지상파 방송 3사의 합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50대의 62.5%가 박근혜 후보를 선택한 반면 20대는 65.8%가 문재인 후보를 찍었다.

연령대별 투표율은 50대가 89.9%로 가장 높았고 20대는 65.2%로 가장 낮았다. 게다가 인구 구성비마저 역전됐다. 10년 전에는 20대 유권자(23.2%)가 50대(12.9%)의 2배에 가까웠는데 이번에는 50대(19.2%)가 20대(18.1%)보다 오히려 많았다.

수적으로 적은 데다 투표율에서 현격히 뒤진 20대는 자신들과 상반된 선택을 한 50대가 판을 깼다고 원망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노년층 때문에 정치·사회 혁신의 꿈 좌절"

이같은 젊은이들의 반응을 접한 중·노년층 또한 심사가 편할리 없다. 투표도 하지 않고 웬 잔말이냐는 둥 너희가 뭘 아느냐는 둥 곱지 않은 대거리를 하기 일쑤이고, 일부에서는 버릇을 고쳐놓아서 통쾌하다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20대에게는 노년층에 비해 투표에 적극 참여하지 않은 원죄가 있다. 그렇더라도 투표하지 않은 34.8%의 속사정은 모르겠으되, 내가 아는 한 투표를 한 젊은이들의 열망은 뜨거웠다. 아둥바둥 아르바이트를 해도 마련하기 어려운 고액 등록금, 죽어라 공부해도 열리지 않는 취업문, 따라서 연애는 사치요 결혼은 꿈도 못 꾸며 하루하루 지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회 곳곳에서는 끊임없이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온다. 이 사회에 좌절하고 분노한 젊은이들에게 18대 대선은 '새로운 정치'를 이루어 내 자신들의 처지를 바꿀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뭉치자고 외쳤고 서로 독려하며 투표소로 향했다. SNS에는 다양한 '인증샷'이 넘쳐났다. 여태껏 젊은이들이 이처럼 정치에 열성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그 열성만큼이나 패배에 따른 후유증은 깊다. 기성세대는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는 '실버 민주주의'의 폐해가 새롭게 대두됐다. '실버 민주주의'란 일본 언론이 만든 신조어로, 노년층이 자기세대의 이익만 따져 투표하는 행태를 뜻한다. '실버 민주주의'가 횡행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복지 혜택은 노년층에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젊은이들을 위해 쓸 돈은 빈약해진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세대별 선택이 극명하게 엇갈린 현상을 보면 우리사회에도 '실버 민주주의'가 이미 시작되지 않았나 걱정된다.

하지만 노년층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젊은이 이기는 노인은 없다.' 세대 갈등이 '세대 전쟁'으로 확대되면 패배하는 쪽은 당연히 노인들이다.

2030 무엇에 절망하는지 이해해야

머릿수가 많으니 선거에서 매번 이기면 된다고? 그래서 혜택을 누리는 대신 젊은이들을 부실하게 키우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까. 초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접어드는 한국 땅에서 미래를 확실하게 보장받는 길은 젊은이들에게 집중 투자하는 것 뿐이다.

대선이 끝난 지 보름 남짓 됐다. 아직도 적잖은 젊은이들이 '멘붕(정신적 공황상태를 일컫는 은어. '멘탈 붕괴'를 줄인 말)'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하소연한다.

내 자식, 내 손자 세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에 절망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세대 갈등을 풀고 '세대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건 우리 중·노년층에게 부과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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