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은혜’] 하나님의 가장 완벽한 선물

지역내일 2012-12-07


아드폰테스
맥스 루케이도 지음/최요한 옮김 13000원

연말이다.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지 않아도 연말임을 알 수 있는 증좌는 도처에 있다. 세계적인 불황이 일개 필부의 가슴까지 헛헛하게 하지만, 거리엔 예년처럼 성탄절을 기리는 갖가지 장식들로 현란하고, 오가는 인파는 종종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한다. 게다가 5년만에 돌아오는 대통령선거까지 겹쳐 사회 분위기가 공연히 어수선하다.

하지만 기독교인에게 12월은 묵상과 회개를 통해 경건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성스런 기간이다. 이번주부터 대강절(또는 대림절)이 시작되기 때문. 대강절은 4주 후인 성탄절에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고른 책이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 작가인 맥스 루케이도의 책이다. 서문(감사의 글)에서 '은혜는 하나님의 가장 좋은 생각'이라고 확신에 차 말하는 저자는, 은혜를 평생 화두로 삼아 '은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전도자다. 마치 워런 버핏이 입만 열면 돈에 대해 말하듯이.

12장으로 구성된 책은 매 장마다 다양한 예화로 풍성하다. 예화는 루케이도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것도 있고, 미국 사회와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있다. 그런 예화를 도구로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에게 어떻게 임하는지, 구제할 수 없을 것같은 인간을 어떻게 구원하는가를 설파한다. 그 사이사이에 맞춤형의 성경구절이 삽입돼 있다.

다양한 예화로 제시한 하나님의 은혜

1장 '은혜없이 살 수 없다'를 보자. 몇 년 전 부정맥으로 심장수술을 받은 그는 의사에게 "(심장을 지지는) 수술을 하면서 내 안에 있는 욕심과 이기심 교만과 죄책감도 다 태워달라"로 주문한다.

그는 그것을 영혼의 심장이식이라 부른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한다는 것. 그리고 은혜를 주실 존재는 오직 하나님(또는 주님) 뿐이라는 것이다.

2장 '낮은 곳에 임하는 은혜'엔 두 가지 예화가 소개된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간음하다 서기관과 바리새인에게 적발돼 중인환시 리에 짐승 취급을 받는 여인에 관한 것과 빅토르 위고 원작 '레미제라블'에서 장 발장과 미리엘 주교 사이에 있었던 감동적 반전.

간음한 여인의 처리를 위해 예수님이 분기탱천한 폭도들에게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절묘한 반문으로 그들을 퇴각시켰음은 잘 알려진 일화. 그것은 정죄보다는 은혜로 중생들을 감싸 안는 주님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다음, 장 발장과 미리엘 주교의 만남. 빵 한 조각 후친 죄로 무려 19년을 복역하고 추운 겨울에 출소한 장 발장은 돈도 없고 머물 곳도 없는 노숙자다. 나흘 동안 배회하면서 문전박대 당한 그가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린 곳은 주교관.

주교는 걸인의 몰골을 한 장 발장에게 풍성한 저녁과 안락한 잠자리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제버릇 개 못 주는 장 발장. 아침 일찍 은그릇과 은수저를 배낭에 숨겨 주교관을 빠져나간다. 잠시 후 장 발장은 경찰에 붙들려 미리엘 주교 앞에 선다. 그런데 주교는 충격적인 말로 장 발장과 경찰을 놀래준다.

"내가 은촛대도 가져가라 하지 않았나!" 경찰이 가자 주교는 장 발장에게 말한다. "오늘 나는 그대의 영혼을 샀네. 악한 생각, 악행, 지옥의 영으로부터 그대의 영혼을 가져와 하나님께 드렸네."

그 후 장 발장이 개과천선해서 소도시의 시장이 되고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멋진 사람으로 변신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이 미리엘 주교를 통해 주신 은혜 덕분이다.

4장 '은혜는 결코 마르지 않는다'에는 칠레 광부 매몰 사건이 예화로 등장한다. 2010년 8월 지하 600m 갱도에 갇힌 광부 33명의 생존 투쟁이야기. 미항공우주국(NASA) 도움으로 캡슐을 만들어 뚫은 터널에 넣고 광부들을 차례로 구조한 인간승리의 드라마다. 하지만 그것은 갇힌 광부들이 구조의 기약도 없는 가운데도 낙담하지 않고 오직 주께 기도하며 구조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생황이라는 은혜를 주셨다.

7장 '겸손한 고백에는 능력이 있다'에서 저자는 자신의 치부를 고백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그는 몇 년 전 묘한 충동으로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마켓에서 산 캔맥주를 차 안에 숨어 홀짝였다. 그러다가 목회자인 자신의 위선에 소스라친다. 그는 철저히 회개하고 먼저 시무하는 교회의 장로 그룹에, 이어 교인들에게 자신의 일탈을 고백했다.

솔직한 고백의 놀라운 위력

그런데 그는 놀랐다. 아무도 그를 정죄하지 않고 오히려 교회가 활기를 찾은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고백의 능력은 이처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책의 성격을 굳이 재단한다면 세상의 지친 영혼들을 위한 치유서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생이 영육 간에 피곤과 절망으로 파김치가 되어 있다면 지금 여기에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라.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크고 넓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은혜는 선택 사양이 아니라 절대 필수 항목이라는 점이다.

구원 역시 우리의 노력이 아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것. 흔히 하나님은 착한 사람만을 구원하신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럼 얼마나 착해야 하는가. 혹시 기준이 있다면 그것에 도달할 사람은 과연 있을까?

다행히 하나님은 더 좋은 생각을 갖고 계신다.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나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엡 2:8).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전혀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보이 스카우트의 공로 배지와는 달리 영혼의 구원은 딸 수 있는 게 아니다.

구원은 선물이다. 우리의 공로는 가치가 없다. 하나님의 공로가 전부다. 이제 하나님의 가장 완벽한 선물인 은혜를 받아 안식을 누리며 살라. 하나님의 본심은 지친 당신이 주 안에서 편히 쉬는 것이다. 은혜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당신, 이제부터라도 은혜에 갈급한 심령이 되시라!

이 책은 번역이 상당히 잘된 것 같다. 단문 위주로 끊어가면서 얘기를 전개해 박진감이 있고 진도도 잘 나간다.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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