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기치로 내건 문용린호가 출항한 지 22일째다. 그를 지지한 보수든, 지지하지 않은 진보든 서울교육을 진두지휘하는 문용린호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어렵다. 이순을 훌쩍 넘긴, 수많은 명저를 자랑하는 명망있는 교육학자 출신 교육감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문 교육감은 9일 "거대한 항공모함에 올랐지만 아직 조타실을 못 찾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기자들과의 신년 오찬자리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 서기가 힘들고 (나를 지지한) 보수쪽의 훈수도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책임감과 부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문 교육감의 발언을 십분 수긍하고도 남는다. 혁신학교 추가지정을 놓고 시의회와의 격렬한 대립이 예정돼 있다. 해당학교 학부모들도 "당초 약속을 지키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손대고 싶은 학생인권조례도 시의회 협조 없이는 기대난망이다.
'내 편'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공약으로 내건 '중1 시험폐지 시범안'을 놓고 보수측은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게다가 문 교육감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1년반이다. 진퇴양난에 사면초가다.
교육감으로서 그의 꿈은 바로 '행복교육의 도입'이다. 그의 학문적 업적도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의 수많은 저서에서는 물론 이번 선거에서도 누누이 강조됐던 바다. 문 교육감은 그동안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당위적 규범만을 강요하고 정작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다양한 능력과 성향에 대한 배려와 존중, 경쟁보다는 협력과 소통, 그리고 예술·공예 등 몰입하는 활동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일각에서도 "이렇게 구체적이고 분명한 교육이론과 교육관을 가진 교육감은 민선교육감 제도가 생긴 이래 최초"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문 교육감은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임기를 관통할 구체적 정책 방향을 내놓는다. 그때는 분명 항공모함 어딘가에 조타실을 마련했을 터다. 하지만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진보냐 보수냐를 따져 방향을 잡는다면 문 교육감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은 단지 '꿈'으로 남을지 모른다. 조타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김은광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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