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성공회대 교수 사회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브랜드 정치 상품은 국민대통합이다. 당선인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군사정권 시절의 원죄 사건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원심의 유죄 판결이 옳다고 강변하며 노골적으로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 노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는 통합이 아닌 탄압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연말에 법원은 유신 시절인 1975년에 박정희가 선포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죄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재심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긴급조치 9호는 1·4호와 마찬가지로 헌법을 고치자는 얘기만 해도 구속해 교도소에 보내라는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다. 검찰은 즉각 법원의 결정에 불복 하여 항고했다. 또한 판사가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무죄 판결을 내린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태씨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지금까지 판결 추세를 보면 양쪽 모두 결국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겠지만 검찰의 태도는 불길한 예감을 주고 있다.
최근까지도 재심 자체를 검찰이 거부하는 일은 없었다. 더구나 고문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공안 사건의 경우에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사례가 많았다.
간단하게 말해 현재 검찰은 원죄 사건의 피해자가 무죄 판결을 거쳐 불법 구금에 대한 형사 보상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민사 보상을 받는 시간을 최대로 지연시켜 골탕을 먹이고 보수정권에 대한 충성도 입증하려는 행동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작은 자존심을 지키려 군사정권 시절에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박근혜 차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 좌클릭한 보수정당에 기대 걸어
또한 이는 박정희의 딸이 집권하니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시중의 악담을 사실로 만든다. 이미 새누리당도 긴급조치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한다는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검찰과 여당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민감한 사안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국민대통합은 순식간에 물 건너 갈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뜻을 해석하면 건전한 보수세력이 각종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토목공사를 벌여 이권을 챙기는 구닥다리 보수, 막무가내로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진보, 정책적 차별성이 희미하고 작고한 대통령 얘기나 꺼내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시민들이 좌클릭한 보수정당에 마지막 기대를 건 것이다.
야당이나 사회운동 세력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수준의 이념 논쟁에 안주하고 있으면 건전한 보수는 성장할 수 없다. 대선에서 좌파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복지, 교육, 등의 사회정책을 실천하고 대북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새누리당은 건전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건전한 보수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믿고 밀어주는 새로운 주체세력이 있어야 한다. 보수언론이나 여권 일각에서는 선거공약 따위는 빨리 잊어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는 성숙한 자세를 가지라고 당선인을 채근한다. 만일 박근혜정부가 우선회하며 공약은 선거에서 필요한 것이었고 현실 정치는 다르다는 구태를 연출하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아버지 음울한 유산 스스로 청산해야
새정부가 보수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국민대통합은 필요하다. 한국에서 건전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은 과거의 음울한 보수를 스스로 해소해야 정착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한 30~40년 전에 발생한 긴급조치 사건도 검찰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집권세력이 현실적으로 첨예한 이익 대립이 발생하는 노동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을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는 인간적 고뇌를 극복해야 한다. 부모에 대한 반항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긴급조치를 비롯한 과거사 사건을 처리하는 수준과 방법은 차기 박정권의 성숙도를 측정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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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브랜드 정치 상품은 국민대통합이다. 당선인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 군사정권 시절의 원죄 사건에 대해 포괄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검찰은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원심의 유죄 판결이 옳다고 강변하며 노골적으로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 노력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아직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는 통합이 아닌 탄압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연말에 법원은 유신 시절인 1975년에 박정희가 선포한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죄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재심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긴급조치 9호는 1·4호와 마찬가지로 헌법을 고치자는 얘기만 해도 구속해 교도소에 보내라는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다. 검찰은 즉각 법원의 결정에 불복 하여 항고했다. 또한 판사가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무죄 판결을 내린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김종태씨에 대해서도 항소했다. 지금까지 판결 추세를 보면 양쪽 모두 결국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겠지만 검찰의 태도는 불길한 예감을 주고 있다.
최근까지도 재심 자체를 검찰이 거부하는 일은 없었다. 더구나 고문으로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공안 사건의 경우에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고 사건을 종결하는 사례가 많았다.
간단하게 말해 현재 검찰은 원죄 사건의 피해자가 무죄 판결을 거쳐 불법 구금에 대한 형사 보상과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대한 민사 보상을 받는 시간을 최대로 지연시켜 골탕을 먹이고 보수정권에 대한 충성도 입증하려는 행동을 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작은 자존심을 지키려 군사정권 시절에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박근혜 차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 좌클릭한 보수정당에 기대 걸어
또한 이는 박정희의 딸이 집권하니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한다는 시중의 악담을 사실로 만든다. 이미 새누리당도 긴급조치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한다는 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했다. 검찰과 여당이 과거사 청산이라는 민감한 사안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국민대통합은 순식간에 물 건너 갈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유권자들의 뜻을 해석하면 건전한 보수세력이 각종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토목공사를 벌여 이권을 챙기는 구닥다리 보수, 막무가내로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진보, 정책적 차별성이 희미하고 작고한 대통령 얘기나 꺼내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실망한 시민들이 좌클릭한 보수정당에 마지막 기대를 건 것이다.
야당이나 사회운동 세력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수준의 이념 논쟁에 안주하고 있으면 건전한 보수는 성장할 수 없다. 대선에서 좌파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민주화, 복지, 교육, 등의 사회정책을 실천하고 대북정책을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새누리당은 건전한 보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건전한 보수가 능력을 발휘하려면 믿고 밀어주는 새로운 주체세력이 있어야 한다. 보수언론이나 여권 일각에서는 선거공약 따위는 빨리 잊어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는 성숙한 자세를 가지라고 당선인을 채근한다. 만일 박근혜정부가 우선회하며 공약은 선거에서 필요한 것이었고 현실 정치는 다르다는 구태를 연출하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아버지 음울한 유산 스스로 청산해야
새정부가 보수적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국민대통합은 필요하다. 한국에서 건전한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은 과거의 음울한 보수를 스스로 해소해야 정착할 수 있다. 그러나 비교적 간단한 30~40년 전에 발생한 긴급조치 사건도 검찰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집권세력이 현실적으로 첨예한 이익 대립이 발생하는 노동 문제나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유산을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는 인간적 고뇌를 극복해야 한다. 부모에 대한 반항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긴급조치를 비롯한 과거사 사건을 처리하는 수준과 방법은 차기 박정권의 성숙도를 측정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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