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대기업 총수들부터 실명 기부를

지역내일 2012-12-12
박병현 부산대 행정대학원장 사회복지학

60년대와 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간 아시아계 사람들 중에서 한국계가 미국 사회에 적응하고 성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으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 고유의 계모임이 있기 때문이란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 사람들은 항공료만 겨우 마련했을 뿐 무일푼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그들은 계모임을 통해 사업에 관한 정보교환도 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어 사업자금을 제공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미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두레나 품앗이도 서로 나누는 우리나라의 전통적 미풍양속이다. 향약도 나눔문화가 표출된 미풍양속이었다.

향약은 수재나 화재, 재난, 질병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정신적·물질적 측면을 모두 포함한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금품을 부조하여 도와주거나 치료와 간호를 해주고 농사일을 돕는 등 다양한 원조를 제공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나눔문화가 저변에 확산되어 있었다. 이러한 지역사회 속의 나눔문화는 일제강점기 시기를 거치면서 서서히 사라졌으나 최근에 다시 부활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눔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이다.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깃든 미국 부자들의 나눔정신은 존경할 만하다.

재산이 10억달러 이상인 미국의 부자 403명 가운데 15%인 69명이 본인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도록 권하는 캠페인을 시작하여 약 60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기부 교육 필요

이러한 미국 부자들의 기부는 자신들만의 기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자들의 기부는 미국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미국인들의 98%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소액기부가 전체 기부액의 77%에 달한다. 미국에서의 기부문화는 소수 부자의 기부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대다수 국민들이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눔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1999년에 213억원을 모금했으나 지난해 2593억 원을 모금하여 12년 만에 모금액이 12배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에 나눔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금액 중 기업 기부금이 70%에 가깝다는 것이다. 개인기부가 70% 이상인 미국이나 영국 같은 소위 기부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나눔문화가 저변으로 확대되려면 기업이나 단체의 기부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기부 비중이 늘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도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과 같이 기업 명의가 아닌 개인 이름으로 여러가지 기부에 참여하게 되면 나눔문화 확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기기부보다 비정기 기부가 많다. 연말연시에 기부의 70%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의 경우 전체 인구의 25%가 정기적으로 기부하거나 공익 사회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일상생활 속에 기부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 속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기부문화를 몸에 익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모금회 모금액 12년 간 12배 늘어

기부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 월급 일부를 떼어 기부에 참여하는 '직장인나눔캠페인', 국민연금 등 개인연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행복한연금나눔캠페인' 등은 일상생활 속 나눔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일찍 찾아온 강추위로 몸을 더 움츠리게 되는 요즘이다. 우리 주변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단칸방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 그들은 산비탈이나 외진 곳에 살고 있어 우리들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중의 하나는 '나눔'일 것이다. 물질이든 재능이든 혹은 시간이든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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