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로 만나는 우리 문화

지역내일 2013-01-14
한국화가 이호신 '가람진경' '지리산진경' 펴내 … 20년 작업의 결정판

그림은 '더하기 예술'이다. 그림의 대상이 되는 어떤 사물에 대해 화가는 자신의 느낌을 더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진경산수(眞景山水)를 그리는 화가조차도 자연을 그대로 옮기지 않는다. 산세, 지세, 물줄기, 풀 한포기까지 세세히 관찰하지만 화가가 교감한 내면의 목소리를 더해 새로운 자연을 탄생시킨다.

우리나라, 우리 땅, 우리네 마을의 아름다움에 감복해 아예 살 곳을 지리산자락으로 옮긴 한국화가 이호신 화백의 화집 2권이 출간됐다.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절을 소재로 한 '가람진경'과 화가 자신을 품고 있는 어머니의 산 지리산을 그린 '지리산진경'이 그것이다.(도서출판 다빈치 펴냄, 각권 288, 328쪽)

'진경'이라고 이름붙인 까닭은 이 화백의 화풍이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기법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진경작업은 화실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대상-절, 마을, 나무, 산, 계곡-의 구체적인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 고민해 그리는 '발로 그린 그림'이다.

이 화백은 어디를 가나 화첩을 들고 다닌다. 평소 가 보고 싶어서 찾은 곳이건, 길을 가다가 마주친 장면이건 이 화백의 마음을 움직인 그 무엇이 있으면 화첩과 붓을 꺼내 스케치를 한다.

'가람진경'에는 전국 83개 사찰, 130점의 그림이 수록됐다. 이 화첩에는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이 화백의 20년의 세월이 녹아 있다. 그것은 단지 가람을 대상으로 한 그림이 아니다. 4세기 한반도에 전래돼 1600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 한 한국인의 의식, 문화, 역사의 결정체다.

'명찰순례'의 작가이자 겸재의 진경산수에 대한 최고 전문가 중 한명인 간송미술관 최완수 연구실장은 '가람진경'의 의미에 대해 "단순한 이 시대 명찰의 진경화보가 아니라 자연과 역사, 건축과 조각, 회화가 한데 어우러져 숨쉬는 이 시대 문화의 총화"라며 "진경화법 수련의 교본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리산진경'은 이 화백이 기대 살고 있는 어머니 산에 대한 사모곡이다. 경북 울진 바닷가 출신의 화가는 몇 년 전 아예 지리산 자락 남사마을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지리산의 장엄한 봉우리와 깊은 계곡, 그리고 그 산이 품고 있는 마을의 넉넉함이 '이호신식 진경산수'를 더욱 완숙하게 만들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 대한 화가의 찬사는 160점의 그림으로 정리됐다.

'가람진경'과 '지리산진경'은 단순한 화집이 아니다. '지리산진경'에는 문장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이 화백의 이야기가 그림 사이사이에 맛깔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가람진경'도 각 사찰에 대한 설화나 관련된 글을 배치해 독자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화가의 마음으로 그린 그림과 화가의 가슴으로 쓴 글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우리문화, 우리땅, 우리역사의 순례자가 된다.

'가람'과 '지리산'에 대한 작가의 20여년 작업이 총화되었지만, 요즘 이 화백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이 책의 수제본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신년 출고를 기다리던 중 지난해 마지막날 소방대원 1명이 순직한 화재(일산 문구류 창고 화재)로 500질만 남기고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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