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화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가다] 버려진 섬 전체가 예술품으로

지역내일 2013-01-18
기업가 투자와 주민참여로 세계 명소 탈바꿈

문화·예술로 경쟁력을 키우려는 도시는 흔치 않다.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도시는 드물다. 도시들이 너도나도 기업유치를 통한 경제정책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 문화와 예술은 구색 맞추기 용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세토내해에 위치한 나오시마가 주목받고다. 우리나라 남해의 다도해와 풍경이 유사한 이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예술과 문화, 디자인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인 섬이다. 산업화의 후유증으로 주민들조차 버렸던 섬을 한 기업인이 주민들과 호흡하며 예술과 문화로 채색, 일본의 명품 관광지로 만들었다.

나오시마는 둘레 16㎞에, 면적 8㎢, 인구 3500여명인 작은 섬이다. 일본 혼슈 서부 오카야마현과 가가와현 사이에 있다. 오카야마현 우노항에서 페리를 이용하면 20분 거리에 있다.

나오시마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구리 제련소에서 쏟아내는 공해와 산업폐기물이 섬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한 때 인구가 200명까지 줄었다.

이런 나오시마가 구세주를 만난 것은 지난 1987년.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섬을 현대건축과 현대미술,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경제는 문화의 충실한 하인" = 섬 개발은 후쿠다케 회장의 선친이 1985년 '어린이를 위한 지상낙원을 만들어 보자'며 구상했던 계획을 물려받아 실천한 것이다. 선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유지를 물려받은 후쿠다케 회장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미술관 건축을 맡겼다. 그 첫 작품이 1992년 문을 연 베네세하우스다. 이때부터 무명의 섬 나오시마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른바 나오시마프로젝트의 첫 성과물인 셈이다. 이어 지중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을 잇달아 개관해 세계적인 이목을 끌게 됐다.

후쿠다케 회장은 미술관 등을 짓기 전에 철저하게 주민과 함께 했다. 학교와 마을회관은 물론 항구도 초현대식으로 정비하면서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나오시마에 도착하면 정갈한 부둣가 풍경을 처음 만나게 된다. 미야노우라항에 들어서면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인 '빨간호박'과 조각공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터미널과 카페, 기념품판매 등의 기능을 하는 여객터미널(마린스테이션)도 예사롭지 않다. 조각공원 한쪽에 설치된 자전거와 오토바이주차장도 눈길을 끈다.

◆3명의 세계적 작가를 위한 지중미술관 = 마린스테이션을 중심으로 섬의 오른쪽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빌려 15분정도 이동하면 '베네세 아트 사이트 나오시마'의 간판격인 지중미술관이 나온다. 미술관 정문을 지나 주차장이 있는 매표소로 가는 길옆에 조성된 정원에는 클로드 모네가 수련을 그린 장소인 프랑스 베르니 연못을 재현해 놓았다.

안도 다다오가 최초로 설계한 지하미술관으로 노출콘크리트와 자연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지중공간에 자연채광을 끌어들인 이색공간이다. 2004년 개관했다.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 미국의 영상설치작가 제임스 터렐, 미국의 조각가 월터 드 마리아 3명의 작품만 전시하고 있다.

모네의 방에는 수련 그림 5점이 있다. 바닥은 이탈리아산 백색 대리석을 가로 세로 높이 2㎝씩 75만개로 장식했다. 월터 드 마리아의 '타임, 타임리스, 노타임' 전시실은 극장식 계단에 14톤이나 되는, 지름 2.2m로 가공된 인도산 화강암과 27개의 목재 조형물이 놓여있다. 자연채광에 따라 작품모양이 항상 변한다. 제임스 터렐의 세 작품은 세 개의 전시실에 나눠져 있다. 그의 작품은 예술로서 빛의 실체를 보여준다. '애프름 페일 블루'는 조명을 이용해 벽면에 육각형의 디자인을 나타낸다.

◆한국인 작가 전용미술관 = 지중미술관 근처에 2010년 문을 연 이우환미술관은 한국관광객에게 자부심과 부끄러움을 한꺼번에 준다. 한국이 낳은 세계정상급 작가의 전용미술관을 일본의 기업가가 지어줬다는 게 부끄럽고,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지중미술관, 베네세하우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은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이우환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도쿄의 타마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백남준에 이어 한국인으로 두 번째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 미술관은 후쿠다케 회장이 이우환 작가에게 제안해 건립했다. 여기에 이우환 작가와 오랜 교분을 갖고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참여했다. 돌과 철판, 오벨리스크와 둥근 자연석 등을 배치한 야외공간을 지나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 방식의 미술관이 나온다. 삼각형 공간에 철판과 자연석이 마주보는 조응의 공간을 시작으로 '만남의 방', '대화의 방' '그림자 방' '명상의 방' 등이 이어진다.

◆체류형 리조트 '베네세하우스' = '베네세하우스'는 '자연, 건축, 예술의 공생'이라는 주제로 개관한 4개동의 호텔과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이뤄진 복합시설이다. 1992년 개관한 본관 '뮤지엄'은 현대예술의 갤러리를 갖춘 숙박시설로 갤러리에는 앤디 워홀, 유키노리 야나기, 리처드 프린스, 브루스 나우만, 잭슨 플록, 백남준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본관과 모노레일로 연결된 '오벌'은 별관이며 2006년에는 '파크'와 '비치' 두 개 동이 증설됐다. 베네세하우스 안팎과 각 건물동, 해변 등에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56점이 전시돼 있다. 선착장에 있는 구사마 야요이의 노랑호박 조형물은 미야노우라항의 빨강호박과 함께 나오시마의 또 다른 상징이 됐다.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버려진 섬을 기업인과 마을주민들의 노력으로 보석과 같은 섬으로 가꿨고 특히 기업인이 2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혼무라지구의 오래된 전통집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제작한 아트하우스 프로젝트, 낚시공원, 입탕객 15만명을 달성했다는 '나오시마 목욕탕', 그리고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춘 '쓰쓰지소(진달래집)'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 포인트다. 정성진 경북도 디자인업무담당은 "걸어서 4~5시간이면 전체를 돌 수 있는 작은 섬이지만 이곳을 제대로 알려면 2~3일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오시마(일본) =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