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조직개편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부총리의 부활을 통한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 강화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명박정부에서 폐지됐던 경제부총리와 해양수산부를 부활하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그 밖에 부처간 기능과 역할 조정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외교부로,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부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이로써 정부조직 규모가 노무현정부 때 18부 4처에서 이명박정부 들어서 15부 2처로 축소되었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17부 3처로 늘어나게 됐다. 그동안 강조되어 왔던 '작고 효율적인 정부'에서 '큰 정부'로 회귀함에 따라 우려 섞인 시각이 없지 않다. 경제민주화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보듯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거의 무한대로 증가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려면 큰 정부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허나 큰 정부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큰 정부는 방만해지기 쉽고 규제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비대해진 조직을 유지하는 데는 국민세금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의 세출감축 약속과도 배치되는 대목이다.
전문성과 리더십 두루 갖춘 인사 발탁해야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부처마다 쪼개고 붙이는 업무와 기능조정이 뒤따르게 된다. 조직문화가 다른 여러 부처의 기능이 옮겨가게 되면 화학적 융합으로 조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질적인 기능과 조직원들이 서로 이합집산하면서 파벌을 만들고 파벌 간 갈등을 빚게 될 경우 조직은 삐걱거리게 되고 업무효율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조직을 융합하고 분위기를 정상화하여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두루 갖춘 인사를 장으로 발탁해야 한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제부총리의 부활이다. 경제부총리는 17개 부 중 11개 부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의 경제정책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불황과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되살리고 135조원이 소요되는 방대한 복지공약을 실현하는 데 중추역할을 맡기겠다는 의도로 이해된다.
경제부총리의 부활로 총리는 비경제통이 앉을 가능성이 높다. 부총리의 역할과 책무가 무겁게 됐다. 그래서 비대형에 대한 우려를 넘을 힘이 실렸다. 장관을 겸직할 기획재정부 조직을 손대지 않았다. 조직이 흔들리지 않고 정책을 운영토록 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우선 경제 관련 공약의 우선순위를 조절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킬 수 있는 공약과 당장 지키기 어려운 공약을 구분하여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잠재성장률 하락, 환율과 수출경쟁력 악화, 가계부채과 국가채무 문제, 부동산 문제, 물가불안 등에 대한 위기대응력을 강화하는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부처 간 이해충돌과 칸막이로는 실기하기 십상이고 정책효과도 반감하기 마련이다. 과거 부처간의 이해 갈등에 대한 조율과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정책실패를 거듭해 왔던 경험이 적지 않다. 특히 경제부총리가 있을 때에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지휘라인 갈등으로 정책 혼선을 자주 빚기도 했다.
위기 해법 만들고 중장기 과제 풀 방안 개발해야
경제부총리는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같은 현실 과제와 함께 성장동력 개발, 대기업 수출위주의 구조 개편, 내수와 수출 산업 동반발전, 경제민주화 실현을 통한 양극화 해소, 1대 99로 상징되는 승자독식 구조를 따뜻한 경제로 탈바꿈시키는 정책 등 중장기적인 과제를 풀어내는 방안도 개발해야 한다.
문제는 인사다.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정통하고 중량감 있는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부총리는 정부조직을 규정한 헌법에 없는 직제다. 때문에 더욱 대통령의 신임과 힘의 무게가 중요하다. 책임과 권한을 보장하고 임기도 대통령과 동행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정책은 팀웍이다. 부총리와 호흡을 맞출 인물을 부처 장관으로 골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총리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인사를 보면 새 정부의 미래가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의 성패는 인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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