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림씨가 돌아가실 당시 품에 안고 있던 겁니다."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개발지역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이원호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불길에 그을린 공문 한 장을 꺼내들었다. 발신자는 용산구청, 수신자는 용산참사 당시 사망한 고 이상림(당시 나이 72)씨였다.
2007년말 이씨는 "세입자 보상협의회가 열리지 않았으므로 관리처분인가를 미뤄달라"고 용산구청에 요청했다. 관리처분인가는 철거 및 이주 직전의 행정절차다. 그러나 구청은 "보상계획에 대한 협의가 없었다고 관리처분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이 공문에 담아 보냈다. 결국 철거는 강행됐고 이씨는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2010년 11월 법원은 이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판결했고 조합은 계약을 해지했다.
이 사무국장은 "무분별한 속도전식 개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구청, 조합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철거민들만 감옥 가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전식 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나라 개발사업에 특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분양가를 통한 이익창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데다 실제로 약간의 투자금만 있으면 다양한 (대출 및 PF 등의) 금융기법으로 충분히 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세입자는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서둘러 치워야 할 물건일 뿐이다.
이 사무국장은 "한국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은 자본금이 거의 없거나 미약한 시행사들도 토지매입 계약만으로도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열려 있었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와 빠른 시간내 사업을 추진해 이윤을 보려는 건설사, 부동산거래를 통한 세원 확보를 위한 관청이 실거주자를 내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건설사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고 공적자금을 지원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실패정책"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교훈삼아 새 정부가 개발정책을 전면 전환하지 않으면 같은 비극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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