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나는 국회의원, 꼼수는 계속된다

지역내일 2013-01-21
김준석 동국대 교수 정치외교학

"우리 월급으로서 선거비용의 일부 또는 금액을 뽑게 된다는 말은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 변호사하는 사람도 개업도 하지 않고, 농사짓는 사람도 농사도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본업을 두고도 안하고 있습니다. 서울호텔의 1박이 점심도 먹지 않고 500원, 수행원은 점심도 먹지 않고 담배도 피지 않고 자동차도 아니 타고 하루에 천원은 듭니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쓰드라도 우리가 상당히 희생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 국민에 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위 말은 약 60년 전인 1948년 7월 2일 제헌의원 박해정의 국회 내 의사진행 발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날 오전 동아일보는 의원의 세비가 너무 많다는 비판기사를 게재했다. 국회의원들이 2년의 임기를 마치게 되면 서울의원은 (당시 돈으로) 46만원, 지방의원은 72만원을 받는 데다 여기에 더해 특별배급까지 받게 된다고 적고, 이를 다 합치면 국회의원이 선거에 쓴 비용 이상을 뽑는다는 내용이었다.

인상된 봉급과 수당을 지난 1년 소급해서 받겠다고…

의원들이 이 보도를 놓고 분노의 목청을 높였고, 신익희 의장도 "봉급으로 작정된 것도 아니고 임시로 노나드린 것을 갖고 신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것은 부당하다"고 동의한다. 이 직후 국회는 헌법 제2독회로 들어가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통과시켰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눈을 의심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 제헌의원들이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국가의 기틀을 '민주공화국'으로 정하는 그 순간에도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국회의원 봉급·수당'이 많다고 비판한 언론 기사에 대한 불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듬해 5월 국회의원들은 낯 뜨거운 일을 벌인다. 그해 국회의원 보수가 2만8000원에서 6만원으로 3배가 올랐음에도, 이것이 적다고 느낀 국회는 인상안을 통과시킨다. 직무수당도 대폭 올리고, 국회 출석수당도 추가했다.

사망 및 부상에 대한 조위금 신설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상된 봉급과 수당을 지난 1년 소급해서 받겠다고 한 것은 몰염치의 극치였다. 오죽하면 동료의원 일부가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안된다(조헌영 의원)",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박순석 의원)"이라고 반대의사를 표시했을까.

1951년에는 국회의원들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시키면서 제 수당 3배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1950년 말 3배 인상된 봉급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전쟁의 북새통에도 세비 올리기는 계속되었다. 전쟁 직후 1954년 국회는 봉급과 제 수당을 16배 인상했다. 국회의원 세비는 1만800환에서 18만환으로 올랐고, 이 보수 또한 소급해서 받았다.

60년도 넘은 일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먼저 국회의원의 수당인상 욕심과 이를 통과시키려는 꼼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에 '윤리 의식' 부재를 꾸짖고 공적의식의 회복을 목 놓아 외쳐봐야 흘러간 유행가를 다시 트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모두 밀실에서 결정, 내용도 전혀 공개되지 않아

한 가지 더. 우리 국회가 60년 전 제헌국회에 비해 투명해졌다고 생각하는가? 필자가 위의 사례를 여기에 적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회의원의 보수인상과 관련된 국회 내의 논의가 회의록을 통해 명확히 기록되어 있고, 국회의원의 보수가 법률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의 세비가 얼마인지, 그리고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의회 연구자인 필자도 알 길이 없다. 모두 밀실에서 결정되고 있고, 그 내용이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작년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공무원 봉급인상률에 6배나 되는 20.3% 올렸다는 사실도 1년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것도 여당의 원내 대표가 원내 대책회의에서 세비가 20%로나 늘었으니 의원 생산성도 함께 올라야 한다며 '실수로 언급하지 않았다면' 알 길이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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