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해양구조협회 창설을 앞두고

지역내일 2013-01-23
윤종휘 해양환경안전학회장 해양대 교수

우리는 예로부터 바다를 두려워하는 문화 속에 자랐다. '물가에 가지 마라'라는 어른들의 당부나, '올해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점쟁이의 충고는 바다가 무섭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바다를 두려워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문화는 우리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이나 수백 년간 해상 교역을 차단한 해금정책, 그리고 쇄국정책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줄곧 바다를 외면했다.

이러한 폐쇄정책은 각국과의 교류를 단절시켰고 결국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급진적 발전을 이룬 일본에 합병되는 뼈아픈 역사를 초래하게 되었다.

반면 서구 열강들은 같은 시기, 대항해 시대를 열며 해상교역을 통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였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던 영국은 바다를 인식하는 자세가 우리와는 사뭇 달랐다. 영국인들은 바다를 무서운 곳이 아닌 도전과 모험이 가득 찬 흥미로운 대상으로 여겼다. 바다로 나가고자 하는 국민적 열망은 공격적 항해로 이어졌고 곧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게 되었다.

시민들이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

이러한 영국의 해양 지향적 문화는 사실 정부보다는 민간 주도로 발전되고 확산되어 왔는데, 그 중심에 민간 해양구조단체인 '왕립구명정협회'가 있다.

이 단체는 바다에서 직접 인명을 구조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응방법 등의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이 협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시민들에게 바다와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다양한 해양 체험 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가 두려운 곳이 아닌 즐기는 곳, 재충전할 수 있는 휴식 공간이자 풍요로 가는 열쇠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단체의 운영비가 정부 지원금 전혀 없이 기부금으로 충당되며, 전체 수입원의 60%가 유증(유언을 통한 기부)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의 바다 사랑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도 23일 영국의 '왕립구명정협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창립된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민간 해양구조협회의 창설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 안전한 바다 이미지를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은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해양 구조와 구난은 해양경찰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한 정부 주도의 정책이 해양 친화적 문화를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금번 발족되는 한국해양구조협회가 그 동안 정부에서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체험활동과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과 바다 사이의 심리적 간격을 좁혀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생산가치가 육지의 2배에 달하는 바다는 국부의 원천

이제 바다는 단순한 '해상교통로'로써의 기능을 넘어, 해양자원과 해양산업 등으로 그 효용이 다양해지고 있다. 바다의 연간 생산가치가 육지의 2배에 달하는 등 바다는 이미 국부의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저마다 바다 관할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바다를 통해 국력과 부를 얻을 수 있는 '제2의 대항해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처럼 바다를 두려워해서는 결코 바다에서 금광을 캐낼 수 없다.

과거 영국이 바다에 대한 도전 정신으로 세계를 지배했듯이, 우리도 바다를 위험한 곳이 아닌 도전과 기회가 가득한 공간으로 받아들일 때 해양강국으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제2의 대항해 시대에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한국해양구조협회가 해양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마중물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우리가 한국해양구조협회에 거는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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