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식 인사검증 때문에 몇 명이 (공직 제안을) 거절을 하더라. 그러니 인사를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고, 비밀주의식으로 비춰진다. 총체적인 어려움이 있다." 지난달 3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남지역 여당 의원들을 만나 털어놓은 말이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총리후보자 낙마 이후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는 1일 "김 후보자가 헌재소장 출신에 입지전적 인물이어서 검증에 소홀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이미 직간접적으로 검증을 거친 사람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어 인재풀이 더 좁아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박 당선인, 비대위 초심으로 돌아가야" = 박 당선인으로선 정권 출범도 하기 전에 인사문제로 위기에 몰린 형국이 됐다.
새누리당 수도권 재선의원은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당선인은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야당에 몸담았던 김종인 전 장관을 비롯해 합리적 보수학자로 평가받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 등을 깜짝 발탁했다. 당시 한나라당의 행태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이들을 위원으로 영입한 것이다.
대선 때에는 대검 중수부장 재직 당시 '포청천'으로 이름을 날렸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기용했다. 논란은 있었지만, 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전 DJ비서실장도 기용했다. '합리적 반대파'를 발탁함으로써 여당 내부 체질도 바꾸고, 쇄신의지도 과시한 셈이다. '경제민주화-정치쇄신'과 같은 야당의 어젠다를 선점하는 효과도 보태졌다.
그러나 대선 이후 박 당선인의 인선방식이 '보수화'함으로써 역풍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위와 총리 인선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매번 '깜깜이-밀봉인사'란 비판에 직면했다.
◆정권비판 전문가 기용한 박정희 =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용인술이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나쁜 점만 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면서 "반대파라도 과감히 발탁해 인재풀도 넓히고 정국을 반전시켰던 박 전 대통령의 용인술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도 "박정희 전 대통령도 야당인사를 총리·장관직에 임명했다"면서 "시야를 넓히면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선 무자비했지만 정부정책에 비판적이던 전문가를 영입하는 파격도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서강대 교수이던 남덕우 전 총리를 재무부장관으로 발탁하면서 "남 교수,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 많이 하던데 이제부터 맛 좀 봐"라고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남 전 총리는 재무부 장관을 4년11개월간 지낸 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임명돼 다시 3년3개월간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장관직뿐만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에 비판적 논조를 보이던 당시 동아일보 기자 이만섭 전 국회의장을 기용하기도 했다.
자신의 반대세력을 추천해 재계에서 활동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념보다는 국익을 앞세운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6·3한일회담반대 운동에 가담했다가 박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현대건설에 입사한 경우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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