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청문회 통과할 청렴후보 못 찾아 곤혹 … "부와 권력 중 하나 택해야"
청백리. 관직을 수행할 뛰어난 능력과 함께 청렴과 근검, 도덕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 관료를 뜻한다. 이황과 이원익 이항복 맹사성 등이 대표적 청백리로 꼽힌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른 이들은 국민의 0.1%에 속하는 인재다. 전문성과 경력을 두루 갖춘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검증대 앞에만 서면 부동산투기와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따위의 추악한 과거가 쏟아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청백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국민 수준의 도덕성만 갖추면 발탁할텐데, 그 기준을 맞출 공직 후보자를 찾기 힘든 것이다. 박 당선인측 관계자는 "검증망을 통과할 후보가 많지 않은 현실이 대한민국의 비애"라며 고개를 저었다.
◆2000년 이후 쏟아지는 낙마 = 김용준 총리후보가 낙마했다. 당초 김 후보는 야당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꼽혔다. 장애인이었지만 최연소 판사와 첫 장애인 대법관이라는 인간승리의 산증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명 닷새 만에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수십억원대 부동산투기 의혹이 쏟아지면서 백기를 들었다.
이런 장면은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이 지명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도 같은 운명이었다. 이들은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편법증여, 자녀 이중국적, 자녀교육비 이중공제, 재산 축소신고 등 추문에 휩싸여 낙마했다.
2009년 검찰총장에 지명된 천성관 후보는 오랜 기간 스폰서로부터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2010년 문화부장관에 지명된 신재민 후보는 부동산투기와 차량 스폰, 위장전입 등 의혹에 휩쓸려 중도탈락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잇따라 낙마한 총리후보(장 상, 장대환)도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다.
◆청문회 통과에 목매는 박 당선인 = 박 당선인도 총리후보로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을 찾는 데 나름 애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인과 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 능력을 갖춘 이들로 후보군을 압축해 검증에 들어가려 했지만, 본인들이 손사래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인사청문회 낙마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에 적지 않은 인사들이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자진포기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측 인사는 "상당수 인사가 검증과정에서 걸러지거나 스스로 포기했다"며 "일부인사는 부모로부터 편법증여를 받은 사실 때문에 검증동의서 제출마저 포기하더라"고 전했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살다가 검증요청이 들어오니 포기한 것이다.
현재 고위공직자 후보군이 될 만한 연령대인 40∼70대 사회지도층 상당수는 1960∼199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평균적 도덕수준에도 미달하는 삶을 산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도덕과 청렴보다 편법과 술수를 더 가까이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0일 "사회지도층들은 개발시대식 사고에 젖어 결과만 중시할 뿐 수단과 방법을 가볍게 여겼고, 대접받고 혜택 누리는데 익숙할 뿐 져야 할 도덕적 책임은 외면하기 일쑤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사회지도층은 부과 권력을 함께 가지려는 욕심을 애당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청백리. 관직을 수행할 뛰어난 능력과 함께 청렴과 근검, 도덕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 관료를 뜻한다. 이황과 이원익 이항복 맹사성 등이 대표적 청백리로 꼽힌다.
대한민국 고위공직자 후보에 오른 이들은 국민의 0.1%에 속하는 인재다. 전문성과 경력을 두루 갖춘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검증대 앞에만 서면 부동산투기와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따위의 추악한 과거가 쏟아진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청백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국민 수준의 도덕성만 갖추면 발탁할텐데, 그 기준을 맞출 공직 후보자를 찾기 힘든 것이다. 박 당선인측 관계자는 "검증망을 통과할 후보가 많지 않은 현실이 대한민국의 비애"라며 고개를 저었다.
◆2000년 이후 쏟아지는 낙마 = 김용준 총리후보가 낙마했다. 당초 김 후보는 야당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로 꼽혔다. 장애인이었지만 최연소 판사와 첫 장애인 대법관이라는 인간승리의 산증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명 닷새 만에 두 아들의 병역면제와 수십억원대 부동산투기 의혹이 쏟아지면서 백기를 들었다.
이런 장면은 2000년 인사청문회법이 도입된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이 지명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자도 같은 운명이었다. 이들은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 편법증여, 자녀 이중국적, 자녀교육비 이중공제, 재산 축소신고 등 추문에 휩싸여 낙마했다.
2009년 검찰총장에 지명된 천성관 후보는 오랜 기간 스폰서로부터 이득을 봤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2010년 문화부장관에 지명된 신재민 후보는 부동산투기와 차량 스폰, 위장전입 등 의혹에 휩쓸려 중도탈락했다.
김대중정부 시절 잇따라 낙마한 총리후보(장 상, 장대환)도 부동산투기와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다.
◆청문회 통과에 목매는 박 당선인 = 박 당선인도 총리후보로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물을 찾는 데 나름 애를 쓴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인과 교수,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중에 능력을 갖춘 이들로 후보군을 압축해 검증에 들어가려 했지만, 본인들이 손사래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인사청문회 낙마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에 적지 않은 인사들이 "나는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자진포기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측 인사는 "상당수 인사가 검증과정에서 걸러지거나 스스로 포기했다"며 "일부인사는 부모로부터 편법증여를 받은 사실 때문에 검증동의서 제출마저 포기하더라"고 전했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살다가 검증요청이 들어오니 포기한 것이다.
현재 고위공직자 후보군이 될 만한 연령대인 40∼70대 사회지도층 상당수는 1960∼199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평균적 도덕수준에도 미달하는 삶을 산 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들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었다. 도덕과 청렴보다 편법과 술수를 더 가까이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30일 "사회지도층들은 개발시대식 사고에 젖어 결과만 중시할 뿐 수단과 방법을 가볍게 여겼고, 대접받고 혜택 누리는데 익숙할 뿐 져야 할 도덕적 책임은 외면하기 일쑤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사회지도층은 부과 권력을 함께 가지려는 욕심을 애당초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