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실직', '권고사직' … 퇴직위로금 지급 안하려는 꼼수도 증가
유례없는 불황을 맞은 증권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조기퇴직을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예퇴직 대상이 아닌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거나 한직으로 발령해 사실상 '사내실직'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쥐어짜기식으로 관리해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며 퇴직위로금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실적이 마무리되는 3월경부터는 인력구조조정이 더 심해질 듯 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모 대형 증권사는 직원 100여명을 무더기로 권고사직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최근 본사 직원 일부를 지방 지점으로 발령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직에서 영업직으로의 전환은 무척 견디기 힘든 일"이라며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대로 영업직을 관리직으로 변경하는 등 기존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배치를 한 후 일을 계속 할 것인지 알아서 판단"하라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영업직 직원을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해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면서 "그러면 월급으로 기본급 정도 또는 100만원 남짓만 받는데 이는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회사측이 '지방 발령을 받겠느냐 아니면 월급 3개월치를 받고 권고사직을 수용하겠느냐'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부급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는 사례도 잦다"면서 "경기 악화로 이런 편법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지점 통폐합도 자발적 퇴사를 부추기는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1681개로 전년 말(1778개)보다 97개나 줄었다.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9곳이 감소했다. 동양증권도 20곳을 없앴다. 지난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옛 푸르덴셜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기존 119개였던 지점은 103곳으로 16개가 줄었다. 이 밖에 메리츠종합금융증권(11개), 한국투자증권(6개), 대신증권(5개)도 지점을 축소했다. 지점 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극심한 업황 부진에 시달린 증권사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점을 통폐합하면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작년 말에도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지점 축소가 이어졌다. 현대증권은 작년 10월에 5개 지점을 통폐합했고 하나대투증권은 12개, 유진투자증권도 4개 지점을 줄였다.
지점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보직 수가 감소하고 사내실직 상태가 된 직원이 많아졌다. 사내실직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나 실직과 다름없이 특정된 보직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지점 통폐합 후 새로운 영업 책임자가 영입되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해당책임자가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오면 기존 직원들의 입지가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수 많은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직원들을 사내 실직상태로 만들면서 희망퇴직조차 실시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며 "이는 회사측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가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7∼9월까지는 주식시장이 안 좋아도 채권 금리가 내렸고, 정책금리도 인하되는 추세여서 채권운용 수익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10∼12월에는 수익사정이 어려웠고 올해 1월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영업, 투자은행영업 등 부문을 따질 것 없이 고루 안 좋고 특히 중소형사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이번 4분기가 끝나는 3월쯤에는 다수 증권사가 인력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직 비율이 높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3월부터 광풍이 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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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불황을 맞은 증권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조기퇴직을 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명예퇴직 대상이 아닌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거나 한직으로 발령해 사실상 '사내실직'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쥐어짜기식으로 관리해 자발적 퇴사를 강요하며 퇴직위로금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실적이 마무리되는 3월경부터는 인력구조조정이 더 심해질 듯 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모 대형 증권사는 직원 100여명을 무더기로 권고사직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는 최근 본사 직원 일부를 지방 지점으로 발령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관리직에서 영업직으로의 전환은 무척 견디기 힘든 일"이라며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대로 영업직을 관리직으로 변경하는 등 기존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배치를 한 후 일을 계속 할 것인지 알아서 판단"하라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영업직 직원을 연고가 없는 지방으로 발령해 퇴직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면서 "그러면 월급으로 기본급 정도 또는 100만원 남짓만 받는데 이는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예 회사측이 '지방 발령을 받겠느냐 아니면 월급 3개월치를 받고 권고사직을 수용하겠느냐'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간부급 직원의 보직을 박탈하는 사례도 잦다"면서 "경기 악화로 이런 편법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증권가에서 일반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지점 통폐합도 자발적 퇴사를 부추기는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의 지점 수는 1681개로 전년 말(1778개)보다 97개나 줄었다.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9곳이 감소했다. 동양증권도 20곳을 없앴다. 지난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옛 푸르덴셜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기존 119개였던 지점은 103곳으로 16개가 줄었다. 이 밖에 메리츠종합금융증권(11개), 한국투자증권(6개), 대신증권(5개)도 지점을 축소했다. 지점 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극심한 업황 부진에 시달린 증권사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점을 통폐합하면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작년 말에도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지점 축소가 이어졌다. 현대증권은 작년 10월에 5개 지점을 통폐합했고 하나대투증권은 12개, 유진투자증권도 4개 지점을 줄였다.
지점이 줄어들면서 결과적으로 보직 수가 감소하고 사내실직 상태가 된 직원이 많아졌다. 사내실직은 회사를 다니고 있으나 실직과 다름없이 특정된 보직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지점 통폐합 후 새로운 영업 책임자가 영입되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해당책임자가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오면 기존 직원들의 입지가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한 중형증권사 관계자는 "수 많은 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직원들을 사내 실직상태로 만들면서 희망퇴직조차 실시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며 "이는 회사측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퇴직위로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가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작년 7∼9월까지는 주식시장이 안 좋아도 채권 금리가 내렸고, 정책금리도 인하되는 추세여서 채권운용 수익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10∼12월에는 수익사정이 어려웠고 올해 1월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영업, 투자은행영업 등 부문을 따질 것 없이 고루 안 좋고 특히 중소형사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서 "이번 4분기가 끝나는 3월쯤에는 다수 증권사가 인력관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약직 비율이 높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도 3월부터 광풍이 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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