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 대부분 대인관계 방법 몰라 … 사후 심리치료로 범죄유발요인 제거해야
강력범죄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범죄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결국 출소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다시 살아가야 한다. 해마다 170여만 건의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지고, 매년 14만명 이상이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돌아온다. <내일신문>은 '새 삶'과 '재범'의 기로에 선 출소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자리잡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2011년 만기출소한 정기영(가명·36)씨. 성적 자기통제가 불가능했던 정씨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성범죄를 억누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늘 범행계획과 공상을 즐겼고, 결국 범행에 이르렀다. 정씨는 "범행 직후에는 분노와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점차 스스로 은폐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들의 범행을 '습관의 재발'이라고 한다. 그만큼 빠져나오기 어렵고, 다시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다. 성범죄 사건 발생이 2011년 2만건을 넘어섰다. 수많은 성범죄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이 '습관'을 고쳐야 한다.
◆'습관'의 대표적 사례 음란물 = 성범죄자들은 소소한 외부 환경에도 습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음란물이다.
법무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폭력 범죄 수형자 288명과 일반인 170명을 대상으로 '아동 음란물과 아동 성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성범죄자의 56.8%가 '아동 음란물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일반인은 38.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성범죄자는 일반인보다 아동·폭력 음란물에 대해 성적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음란물에 대한 성적 충동은 일반인 77.5%, 성범죄자 64.9%로 일반인이 더 높았다. 아동 음란물은 일반인이 5.9%, 성범죄자가 10.2%로 나타났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음란물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성범죄자들은 스스로 성충동 억제 장치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전자발찌 등 강제적 보안조치를 해놓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전문가들은 음란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적 조치보다는 성범죄자들의 성충동 억제와 성적 일탈성 부분을 개선하는 중장기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캐나다, 심리치료로 재범률 '뚝' = 중장기 프로그램으로 성범죄자 사후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범죄자들이 사회에 나오기 직전과 사회에 나온 후에도 성범죄 유발요인을 억제해 안정적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사후관리 서비스가 선진형 재범방지 대책"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 연구를 통해 효과를 점칠 수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로 2년 이상을 선고받으면 대상자의 동의여부에 관계없이 반드시 사회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심리·약물치료를 확대해 온 캐나다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성범죄 재범률은 5년 후 18%, 10년 후 25% 정도였다. 치료프로그램을 거친 사람은 5년 재범률이 3.2%, 10년 이후는 5.5%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강명령만으로 치료 어려워 = 캐나다의 성범죄자 심리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 박사는 지난해 국내 토론회에 참가해 "범죄자들의 재범 유발 요인에 집중해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며 "스스로 범죄 유발요인을 깨닫게 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성적 일탈성향을 제거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원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범한 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3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교육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이 전부다.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은 일탈적 이상행동의 진단·상담, 성에 대한 건전한 이해를 위한 교육, 그 밖에 성범죄자의 재범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성범죄자들을 상담해 온 전문가들은 그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취약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분명한 범죄유발요인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성적 일탈성과 대인관계기술의 결핍, 반사회성 등이다. 이 범죄유발요인을 감소시키는 추가 조치 없이 범행의지만을 억지시켜서는 재범을 방지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자들에게는 일탈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 복귀 후에도 정기적인 심리상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교정시설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심리치료를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주기적인 상담과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이나 제도는 아직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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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범죄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결국 출소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다시 살아가야 한다. 해마다 170여만 건의 크고 작은 범죄가 벌어지고, 매년 14만명 이상이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 돌아온다. <내일신문>은 '새 삶'과 '재범'의 기로에 선 출소자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자리잡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4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성폭력범죄를 저지르고 2011년 만기출소한 정기영(가명·36)씨. 성적 자기통제가 불가능했던 정씨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성범죄를 억누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늘 범행계획과 공상을 즐겼고, 결국 범행에 이르렀다. 정씨는 "범행 직후에는 분노와 부끄러움이 있었는데, 점차 스스로 은폐하고 인식을 왜곡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들의 범행을 '습관의 재발'이라고 한다. 그만큼 빠져나오기 어렵고, 다시 범죄의 유혹에 노출된다. 성범죄 사건 발생이 2011년 2만건을 넘어섰다. 수많은 성범죄자들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이 '습관'을 고쳐야 한다.
◆'습관'의 대표적 사례 음란물 = 성범죄자들은 소소한 외부 환경에도 습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음란물이다.
법무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폭력 범죄 수형자 288명과 일반인 170명을 대상으로 '아동 음란물과 아동 성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 성범죄자의 56.8%가 '아동 음란물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일반인은 38.3%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성범죄자는 일반인보다 아동·폭력 음란물에 대해 성적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 음란물에 대한 성적 충동은 일반인 77.5%, 성범죄자 64.9%로 일반인이 더 높았다. 아동 음란물은 일반인이 5.9%, 성범죄자가 10.2%로 나타났다.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음란물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성범죄자들은 스스로 성충동 억제 장치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전자발찌 등 강제적 보안조치를 해놓고 있다. 하지만 성범죄 전문가들은 음란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적 조치보다는 성범죄자들의 성충동 억제와 성적 일탈성 부분을 개선하는 중장기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캐나다, 심리치료로 재범률 '뚝' = 중장기 프로그램으로 성범죄자 사후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범죄자들이 사회에 나오기 직전과 사회에 나온 후에도 성범죄 유발요인을 억제해 안정적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사후관리 서비스가 선진형 재범방지 대책"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독일과 캐나다의 사례 연구를 통해 효과를 점칠 수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로 2년 이상을 선고받으면 대상자의 동의여부에 관계없이 반드시 사회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심리·약물치료를 확대해 온 캐나다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았을 때 성범죄 재범률은 5년 후 18%, 10년 후 25% 정도였다. 치료프로그램을 거친 사람은 5년 재범률이 3.2%, 10년 이후는 5.5%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강명령만으로 치료 어려워 = 캐나다의 성범죄자 심리치료 전문가 윌리엄 마셜 박사는 지난해 국내 토론회에 참가해 "범죄자들의 재범 유발 요인에 집중해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한다"며 "스스로 범죄 유발요인을 깨닫게 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성적 일탈성향을 제거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법원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범한 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3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교육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하는 것이 전부다. 수강명령 또는 이수명령은 일탈적 이상행동의 진단·상담, 성에 대한 건전한 이해를 위한 교육, 그 밖에 성범죄자의 재범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성범죄자들을 상담해 온 전문가들은 그들의 심리상태가 매우 취약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성범죄는 분명한 범죄유발요인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성적 일탈성과 대인관계기술의 결핍, 반사회성 등이다. 이 범죄유발요인을 감소시키는 추가 조치 없이 범행의지만을 억지시켜서는 재범을 방지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자들에게는 일탈의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 복귀 후에도 정기적인 심리상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위원은 "교정시설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심리치료를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주기적인 상담과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이나 제도는 아직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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