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겐 꿈을 찾아주고, 교사들에겐 신바람을 불어넣어주고, 학부모에겐 감동을 안긴다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입니다."
서울 오류남초등학교의 지역 사정은 열악하다. 때문에 이 학교 변용주 교장은 우선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서울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과학과 수학 영재반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성취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변 교장은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한글 뗐느냐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글을 모르면 이후 급속도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한글을 못 깨친 아이들 세 명에게 지도 강사를 붙여 집중교육했다. 다행히 2명의 아이들이 한글 깨치기에 성공했다. 아직 한 아이가 남았긴 하지만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
어려운 점도 많다. 미진한 학생들을 집중 가르쳐 어느 정도 따라가게 만들면, 우수한 학생들이 강남이나 목동 등으로 전학가는 경우가 많고, 또 그에 맞춰 전학오는 아이들 중 상당수가 미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진아 집중교육 과정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변 교장을 비롯한 그 어느 교사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매달린다.
변 교장은 "초등교육은 보편적 교육이기 때문에 출발점이 같아야 하는데, 요즘은 출발부터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최소한 중학교 입학 전까지 출발점을 같게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교육의 3주체는 가정과 학교, 아이다. 이 세 박자가 잘 맞물려야 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 오류남초등학교가 아이들에겐 꿈을, 교사들에겐 신바람을, 학부모에겐 감동을 주는 것을 제1 목표로 삼은 이유다.
먼저 아이들의 꿈과 관련해 다양한 체험학습과 진로교육, 독서 등을 강조하고 있다. 체험학습의 경우 단체로 놀이동산에 가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해 다양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설가, 시인 등 문학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모아 파주출판도시로 체험학습을 가고, 만화영화를 좋아하고 그 방면에 소질이 있는 아이들을 모아 만화박물관이나 만화축제에 체험학습을 간다. 야구나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프로경기장에 체험학습을 간다. 소질을 찾아가는 체험학습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학교시설이든, 교과과정이든 모든 것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자세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실행할 때 교육의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운동장 한켠에 있던 테니스장을 헐어내고 야외교실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용률이 떨어지는 테니스장을 방치하는 것보다 아이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변 교장이 그 다음으로 강조하는 건 교사들의 신바람. 선생님들이 맘놓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아이들의 희망을 갖고 배울 수 있다. 그래야 부모들도 아이들을 믿고 맡긴다. 즉 학부모들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교사들에게도 책임 있는 선생의 모습을 강조한다. 의사들이 환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꼼꼼한 진료기록을 갖고 있듯, 선생님도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느 부문에 흥미가 있는지, 그에 따라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아이가 그에 맞춰 발전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세세적 기록 말이다. 이렇게 되면 그 누구보다 그 아이의 꿈을 찾아주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에게도 마찬가지다. "아는 것과 교육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말을 학부모에게 자주 한다고 한다. '참여는 하되 간섭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내 아이'보다 '우리 아이'로 인식할 때 간섭이 아닌 참여가 이뤄지고, 주장이 아닌 설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변 교장의 지론은 교육에 은근함과 끈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류남초등학교는 지난 한해 동안 전교생들에게 아침 등교시 1~2바퀴 걷거나 뛰도록 했다. 이른바 '아침건강달리기'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힘들어 하더니, 나중에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영하 3도 이하로 한파가 몰아칠 때는 아이들 건강이 우려돼 아침건강달리기를 중단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운동장을 걷거나 뛰었다.
변 교장은 "교육이란 은근함, 끈기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일관된 방향을 갖게 되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평가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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