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이 2주일 남짓 남았는데 인적구성은 윤곽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당장 중요 인사구상이 발표되어도 청문회 절차에 20일이 넘게 걸리게 되어 순조로운 출범이 어렵다. 기다리다 못해 여당에서도 조바심이 터져 나온다. 대통령 당선인이 사람은 내놓지 않고 가혹한 청문회 타령만 되풀이한다는 불만이다.
박 당선인은 엊그제 새누리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불만을 또 쏟아놓았다. "인사청문회가 개인의 인격을 상처내지 않고 능력과 소신을 밝힐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가득 묻어났다. 같은 말이 여러 차례 반복되어 특별한 뜻을 담긴 것으로 들렸다.
김용준 총리 후보가 언론검증 단계에서 자진사퇴한 뒤 새누리당 의원들과 대면한 '식사정치' 모임에서 그 말이 몇 번 되풀이되었다. 비공식 자리에서 하던 말이 공개석상에서 반복되어 제도개혁 논의로 번지자,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는 열린 일이 없는데 가혹한 청문회 타령이 앞서니 앞뒤가 바뀐 셈이다.
언론검증 넘지 못하면 본무대는 가보나 마나
사퇴한 김 총리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간 일이 없다.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의혹에 시달리던 후보자 본인의 사전선택이었다. 그러므로 인사청문회가 개인 인격에 상처를 낸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두고 한 말이라면 번지수가 틀렸다. 박 당선인 측과 협의했다지만 그를 지명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따라서 "가혹한 청문회 때문에 훌륭한 인재가 공직을 꺼린다"는 말도 성립할 수 없다.
이 후보자 지명이 당선인 작품이라면, 그런 불평을 할 계제가 아니다. 김 총리후보 지명까지 아우르면 그런 사람들을 선택한 인사권자 책임이 먼저다. 이동흡 후보자의 경우 언론에 제기된 의혹이 20가지가 넘었다. 청문회 역사상 그렇게 많은 의혹이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 김 후보자의 경우도 '단골'이라 불리는 의혹들이 망라되었다.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고 해서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그렇게 중요한 일에 그토록 의혹이 많은 사람을 고른 것은 우선 인사권자의 허물이다. 국민에게 미안한 뜻을 밝히고 나서 "검증을 좀 누그러뜨려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순서다. 국민이 보기에 자격이 없는 사람을 쓰지 못 하게 되었다고 인사검증을 탓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청문절차가 필요한 인사는 단단히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증업무를 맡은 정부기관이나 자료를 충분히 활용해 훑고 또 훑어 내놓아야 한다. 언론검증 과정을 넘지 못 했다면 본 무대는 가보나마나 아닌가. 언론사 검증은 너무 기초적이고 표피적이다. 공개된 재산신고 자료나 학력 경력 등을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경로로 취재해 제기하는 의문 정도다.
그러나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정부기관은 더 내밀하고 구체적인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인사위원회나 경찰 국정원 등의 존안자료만 활용해도 웬만한 결격사유는 걸러진다. 그런데도 결격 있는 사람을 골랐다면 인사권자 말고 누구를 탓할 것인가.
당선인 의중을 받들듯 새누리당은 후보자 도덕성에 관한 사항은 청문회에서 비공개로 하고, 능력 자질 비전 등에 대한 것만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걸었다.
'도덕성 검증 비공개'는 청문회 하지 말자는 얘기
그러나 미국은 우리보다 더 가혹하다. 공직 후보로 지명되면 백악관 인사국과 연방수사국(FBI) 공직자윤리위원회 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샅샅이 도덕성을 검증한다. 본인과 가족에 관한 검증사항이 61항목, 직업 및 교육배경 61항목, 세금납부 32항목, 전과 및 소송 35항목, 교통범칙금 등 경범 34항목 등, 무려 233개 항목을 훑어보고 흠결이 큰 사람은 지명에서 제외한다. 비리의혹 있는 후보가 지명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러고도 청문절차가 무려 3개월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질문, 답변기회를 주지 않는 일방적인 다그치기 등 청문회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자는 것은 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국가대사를 맡을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은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고위공직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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