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한국 일본, 합동각료회의는 망상인가 (임춘웅)

지역내일 2013-02-12

한두군데 신문을 제외하면 한국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쳐 버렸지만 한달여 전 독일에서 주목할만한 행사가 벌어졌다. 1월 22일 수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과 프랑스 양국 합동각료회의가 그것이다. 이 합동각료회의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 각료 전원이 참석했다.

두 나라가 20세기에만 두 차례나 대전(大戰)을 치른 유럽의 대표적인 앙숙국가란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이날 합동각료회의는 그런 두 나라가 1953년 1월 22일 양국간 화해협력을 다짐하는 '엘리제조약'을 맺고 하나의 유럽을 향해 같은 길을 걸어온 지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행사의 일환이었다. 같은날 베를린의 라이히스타크 국회의사당에서도 양국 합동의회가 열렸다. 라이히스타크 의사당은 히틀러 시대 제국의회, 바로 그 자리로 히틀러가 1939년 9월 1일 독일민족주의의 부활을 역설했던 곳이다.

일본은 자국민에, 독일은 피해국에 사죄

"독일은 2차대전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겠다." "독일은 나치범죄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행사중에도 전쟁범죄에 대한 영원한 책임을 거듭 강조하며 독일 국민의 연대책임론까지 제기했다.

"일제 당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자료는 없다." "고노담화 등 일본 과거사 관련 모든 사죄담화를 수정하겠다." 같은 시기 일본의 아베 총리의 발언이다.

두 나라의 전쟁에 대한 인식에 왜 이런 차이가 나고 전후처리 방식도 왜 그렇게 괴리가 큰 것일까. 그것은 출발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전후처리 과정에서 양국 정치지도자들이 한쪽은 상행선, 다른 한쪽은 하행선을 타버린 것이다.

독일 지도자들은 전쟁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거듭거듭 사죄하며 피해국가들에 용서를 비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했다. 반면 일본의 지도자들은 축소하고 은폐하는 게 사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일본지도자들은 전쟁 책임도 최소화했다. 그것이 전쟁에 지친 국민들로부터 용서를 받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은 용서를 비는 대상이 자국민들이었던 반면, 독일은 전쟁 피해국가들이었다. 그 결과 독일은 용서를 받았고 일본은 아직도 2차대전의 늪속을 헤매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열가지 변명을 계속해서 하게 된다'고 가르친다. 미국의 일본문제 전문가 제니퍼 린드 다트머스대 교수는 최근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이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과거 악행을 계속 부인하면서 오히려 2차대전 범죄가 더 두드러지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드 교수는 그것이 일본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과 일본 두 정부 합동각료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고 한국과 일본 두 의회 합동회의가 도쿄에서 열리는 일은 불가능한 것일까.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서는 가능한 일이 한·일 간에는 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일까.

그러나 생각만 바꾸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생각해보자.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용기를 내어 20세기 일본의 침략사를 사실대로 밝히고 피해국가들에 무릎을 꿇어 거듭거듭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고 가정해 보자. 동북아 역사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정치지도자들이 생각만 바꾸면 어렵지 않다

한갓 망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극우파 일부를 제외하면 일본국민 대다수는 오히려 환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의 진실은 하나이고 일본의 전쟁범죄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수도 없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일본에서 그랬다가 선거에서 살아남을 정권이 있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의문이지만 꼭 그렇게만 될까.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평범한 일본시민들의 생각에서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그만큼 용기있는 정치지도자가 일본에 과연 있느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독·불 양국은 2006년 공통역사교과서를 만들어 양국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공통역사교과서를 만들 수 없는가. 그러면 일본인들도 독일식 해법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일본인들이 지금까지 자기들이 전쟁 피해자라고 교육을 받아온 데 있다. 그러나 그들이 배워온 역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일본인들도 어렵지 않게 진실을 받아들일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의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