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청와대 인선에 나타난 ‘박근혜 구상’] 강한 대통령, 작은 청와대

지역내일 2013-02-19
장관은 전문가형 … 대통령 눈치살피기 급급할 우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9일까지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 인선을 대부분 완성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박근혜 구상'을 보면 전문가 내각과 작은 청와대로 집약된다.

박 당선인의 구상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국정은 힘있는 장관들이 주도하고 청와대 비서실은 부처를 돕는 역할에 머물게 된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 특유의 나홀로 리더십 때문에 대통령과 측근만 돋보일 뿐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은 눈치꾸러기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18일 내정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은 실세정무형이라기보단 비서형에 가깝다. 민정수석(곽상도)에는 검찰 수뇌부격인 검사장을 거치지 않은 인물을 기용했다. 전례에 비춰 급을 낮춘 것이다.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이남기 홍보수석은 전문가일 뿐 정무형과 거리가 멀다. 19일 내정된 이정현 정무수석도 비서형이다.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나 모철민 교육문화수석도 '힘'을 쓸만한 인물이 아니다.

이 정도의 청와대 비서실로는 내각 위에 군림하기 어렵다. 앞서 박 당선인은 청와대 규모를 줄였다. 청와대 비서실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파하고 내각을 돕는 역할에 머물도록 축소조정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조각에선 전문가들을 대거 발탁했다. 부처출신 관료나 학자들을 중용했다. 정치인은 최대한 배제했다. 박 당선인은 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소신있게 일할 수 있도록 인사권을 비롯한 전권을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결국 박 당선인은 대통령이 책임내각을 이끌면서 국정을 주도하는 가운데 청와대 비서실은 옆에서 조용히 돕는 역할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상은 1970년대 박정희 국정운영에서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다. 역대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 전 비서실장의 회고록 '아, 박정희'에 따르면 1970년대 박 전 대통령은 장관에게 실권을 주는 동시에 청와대는 대폭 축소했다. 정원을 줄였고 수석의 급도 낮췄다.

'책임 내각과 작은 청와대' 구상은 실현만 된다면 새로운 국정운영 틀로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박 당선인 특유의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책임 내각과 작은 청와대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이다.

박 당선인은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과시한다. 권력을 나누는 데 인색하다. 모든 결단이 베일 속에 가려 있다.

이렇게 되면 정무적 능력이 떨어지는 관료 또는 학자출신 장관들은 소신은 커녕 인사권자인 청와대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강력한 카리스마에 눌려 기를 못 펼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비서실은 쓴소리는 꿈도 못꾸고, 대통령의 심기 살피기에만 급급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의 비중만 커지고 동시에 대통령이 믿는 측근그룹만 활개를 칠 공간이 만들어진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당선인만이 존재하는 현재의 국정운영 틀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칫 대통령과 극소수 측근만 남는 국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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