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험적으로 보낸 수삼과 금년 산 사과 배,단감의 판촉을 위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다녀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계 롯데마트에서 한국산 농축산물판촉전을 진주시와 같이 열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 식품을 수입해서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바이어 '아씨필' 신종철 회장을 만났다. 그는 자체매장을 9개나 가지고 있으며 현지인 마켓에도 한국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십여 년 전에 필리핀에 진출,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경영체를 일구어 냈다.
그런데 이번 대한민국 국회의 식약청 국정감사시 벤조피렌이 검출된 라면을 리콜조치하고 재검사하겠다고 답변한 내용을 필리핀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정부 대 정부의 문제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
필리핀 식약청은 관련제품들을 즉각 수입금지 시켰다. 필리핀 언론에서는 연일 극성스럽게 이를 보도하면서 한국산 식품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필리핀 국민들은 마치 한국식품이 병을 유발시키는 원인물질이라도 되는 것처럼 인식해서 한국식품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한국 식당에는 손님이 줄고 유통업체 매장에서 한국식품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한국 식약청에서 문제의 라면에서 벤조피렌이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부는 금수조치를 풀 기미가 없었다.
'아씨필'의 경우, 이미 주문을 해서 필리핀에 도착해 통관을 기다리는 한국산 농식품과 추가적으로 도착한 물건들이 쌓여 약 한달 간 21개의 컨테이너가 세관에 적치돼 있었다. 최대의 경영위기임을 감지한 신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정부 대 정부의 문제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혁 대사는 "하루만 시간을 달라"며 진상파악에 나섰다. 다음 날 아침 참사관과 서기관 등 참모들과 회의를 마치고 필리핀정부에 정식 외교문서로 관세청장, 식약청장을 동반한 보건부장관의 면담을 요청하였다. 다음 날 양 청장과 보건부장관을 면담했고, 이때 한국식약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제공하면서 "필리핀 정부가 한국 농식품의 통관을 부당하게 금지시키고 있으니 즉시 수입 금지를 해제하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필리핀 정부는 당일자로 한국 농식품의 수입 금지를 해제했다. 일반적으로 대사라는 직책은 외교사절로서 근엄하게 행사에 참석하거나 외교 안보 등 중요한 업무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라고 이해되어 실용적인 면에서는 좀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혁 대사, 임재훈 참사관, 김동곤 서기관 등은 이를 개인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국가의 일로 판단하여 신속하고 명쾌하게 처리함으로써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소임을 충실히 수행했다.
외교문서로 관세청장·식약청장·보건장관 면담 요청
많은 공직자들이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국익을 위해 밤잠을 거르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대열에 당당히 진입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씨필' 신 회장한테서 필리핀대사관의 본 건 업무처리소식을 접하면서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훌륭한 공직자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이런 좋은 소식을 듣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나 자신도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 농산물 수출이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마닐라에서 귀국하는 세 시간의 비행시간이 즐겁고 행복했다. 더욱 열심히 한국의 농산물과 그 가공품을 해외에 팔아야겠다는 각오를 더욱 굳게 다졌다.
황의영 NH무역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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