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낄 수 없어 힘들었죠. 이젠 나만의 삶 꿈꿔요"
서울다솜학교 부티튀옥, 방기묵, 조려화, 전동혁 학생 … 외국인 노동자 부모, 재혼한 어머니 따라 한국살이
"일반 학교 다닐 때 과제 조 짤 때마다 누구랑 할지 항상 걱정됐어요. 한국어 잘 못하니까 무시도 당하고요."
2013년. 세계와 한국경제에 거는 기대가 그리 높지 않다. 저성장, 장기침체, 고령화, 양극화 등이 뒤섞인 2013년에 또 한번 기적을 바라는 건 과욕이다. 그래도 마음만 열면 도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이 되어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다문화 자녀들, 실력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차별없는 한국사회를 꿈꾸는 고졸, 제2의 도전이 힘겹지만은 않은 경력단절여성과 시니어들. 신성장동력은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그들의 희망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자 기적이다.

<호텔관광과 학생들을 위한 실습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전동혁·부티튀옥 학생, 고주희 선생님, 방기묵 학생, 김경옥 선생님, 조려화 학생. 사진 이의종>
2012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다솜학교를 찾았다. 학교수업이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는지 학생들 얼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다솜학교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고등학교 학력 인정 공립 대안학교다. 흥인동 성동공업고등학교 부지 내 건물의 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2014년에는 아현동으로 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이뤄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미성년자 기준으로 90%가 초등학생 연령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려면 시간이 꽤 남았다. 낙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피부색깔을 구분하는 차별적인 문화가 바뀌길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섞여가고 있는 '다문화' 자녀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한국남성과 재혼한 제3국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한 아이들이 또 하나의 부류다. 중도입국자녀라고 불리게 된 이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자신의 모국어를 쓰다가 갑작스레 한국으로 이주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꿈을 꾸다가 이제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중도입국자녀. 이들이 서울다솜학교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어가 제일 어려웠던 아이들
서울다솜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일견 상당한 혜택을 받은 아이들처럼 느껴졌다. 언뜻 교실을 둘러봐도 서울 소재 어느 고등학교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기자재, 호텔 관련 직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실습장 등 제법 모양새가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한국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베트남 출신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부티튀옥(17)은 2013년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2011년 서울에 첫발을 딛고 2012년 3월 서울다솜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기 전 8개월 동안은 한국어학교에 다녔다. 한국어를 배운 지 2년이 다 돼 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복잡한 문장을 말하기는 아직 힘겨워 보였다.
-한국 와서 제일 힘든 게 뭐였어요?
제일 어려운 것은 언어에요. 베트남 살 때 한류가 있어서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어는 전혀 몰랐거든요. 의사소통이 어려우니까 한국생활의 모든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조려화(20)는 이날 모인 학생 중 가장 나이 많은 고1이다. 꿈도 고민도 가장 많다. 중국인 엄마가 한국인 아빠랑 재혼해 중국에서 오랫동안 지냈지만 엄마 아빠는 려화를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났다. 중국 친척집에서 지내면서 고등학교도 입학해 중국에서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던 2011년초에는 집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고 부모님 원망만 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는 쉽지 않았다.
"엄마 원망 많이 했어요.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왜 와야 하는지 너무 밉더라고요. 중국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은 벌써 외국유학 간 친구들도 있어요. 다솜학교 오기 전에는 피자집에서 알바를 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 무시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학교 다니려고 많이 찾아봤는데 외국인이라서 잘 안 받아줬어요."
차별을 느낀 친구는 려화뿐은 아니다. 역시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전동혁(18) 친구는 한국에서 일반중학교를 다니면서 무시를 많이 당해봤단다.
"수업에서 과제같은 것 할 때 2명씩 조를 짜서 하는데 짤 때마다 누구랑 해야 할 지 걱정이 됐어요. 한국어도 잘 못하니까 애들이 자꾸 무시하고. 3학년 돼서 친한 아이들이 생겼는데 그 친구들하고만 놀았어요."
호텔관광과 고주희 선생님은 서울다솜학교에 오기 전 특성화고에 근무할 때 경험을 이야기했다. 외모가 특별히 한국인과 다르게 생기지 않았다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자신의 출신(?)을 밝히길 꺼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부터 한국학생과 다르게 시작하기 때문에 학생증 만들 때부터 오류가 뜨곤 했다고 한다.
다문화정책이라는 것이 실시되면서 한국에 섞여 있던 아이들을 되레 골라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한국에 적응시키고 섞이게 하려고 만든 정책들이 오히려 다문화 아이들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고 선생님은 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면 뭔가 심리적으로 불안하리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환경이 안정적이면 여느 한국 아이 못지 않게 정서가 안정된 아이들이 많았다고도 말했다.
학교 포기하는 친구들 많아요
갈색 머리가 눈에 띄는 기묵이에게 질문을 돌렸다. 방기묵(18) 학생의 엄마 아빠는 모두 중국인으로 한국에서 맞벌이로 일하고 있다.

-학교 생활은 괜찮아요?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학교 규칙을 지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제 적응은 된 편인데 다른 애들을 보면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중국에서 온 저같은 친구들 굉장히 많은데 학교 안 다니는 애들이 많아요. 일반 인문계나 실업계에 들어가려면 한국애들이 많다 보니까 학교를 포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요?
그냥 아르바이트하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어떤 애들은 디제이. 어떤 애들은 운동선수하고 싶어해요. 학교 얘기 거의 안 하는데 학교 안 다닐 거냐고 물어보면 학교 규칙 못 지키겠대요. 그냥 그 아이들도 걔네들 방식으로 적응을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서울다솜학교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도 자퇴한 학생이 3명 있었다. 학생들 개인적 사정도 있었지만 직업교육을 주로 하다 보니 학업적인 면에서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를 나갔다고 했다.
징검다리 학교 있었으면
컴퓨터미디어과 과장을 맡고 있는 김경옥 선생님은 자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과 한국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만한 학교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직업이라는 최종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교가 아니라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내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경험을 해나갈 수 있는 학교 말이다. 그러다 보면 한국에 적응도 하고 또 스스로의 흥미나 자질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게 돼 자연스럽게 학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김 선생님 생각이다.
기묵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학교가 있으면 포기했던 친구들도 학교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만약 학교에 다닌다면 그 친구들에게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불행히 아직 한국 내에선 그런 학교는 찾기 쉽지 않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시작할 만한 대안학교는 드물다. 정식학교에 들어가기 전 6개월 과정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 26곳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국 가정에 머물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과 알아서 부딪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 선생님은 학교가 안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몽골 쪽 학생들을 돌려보낸 경우가 있었어요. 부모님이 직장이 없거나 비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입학이 안 되거든요. 학교 가고 싶다고 왔는데 돌려보내니 안타깝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려화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차피 한국에 왔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인생을 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묵이는 오색 빛깔의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튀옥이는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외교관, 동혁이는 불법을 퇴치하는 변호사가 꿈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서울다솜학교는
2012년 3월 개교한 국내 최초의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고등학교 학력인정 공립대안학교다. 직업교육과 한국어교육에 역점을 둔다. 호텔관광과와 컴퓨터미디어과 2개과를 운영한다. 현재 중도입국자녀, 외국인노동자 자녀 등 50여명이 재학중이다. 올해 배출한 졸업생은 3명이다.
중도입국 자녀 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 9명의 이중언어 강사를 배치해 학업에 문제가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박준규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관련기사]
- 외국인자녀 연평균 111% 증가
- 올 외국인자녀 2613명, 선거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서울다솜학교 부티튀옥, 방기묵, 조려화, 전동혁 학생 … 외국인 노동자 부모, 재혼한 어머니 따라 한국살이
"일반 학교 다닐 때 과제 조 짤 때마다 누구랑 할지 항상 걱정됐어요. 한국어 잘 못하니까 무시도 당하고요."
2013년. 세계와 한국경제에 거는 기대가 그리 높지 않다. 저성장, 장기침체, 고령화, 양극화 등이 뒤섞인 2013년에 또 한번 기적을 바라는 건 과욕이다. 그래도 마음만 열면 도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인이 되어 코리안드림을 꿈꾸는 다문화 자녀들, 실력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차별없는 한국사회를 꿈꾸는 고졸, 제2의 도전이 힘겹지만은 않은 경력단절여성과 시니어들. 신성장동력은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다. 그들의 희망이 곧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자 기적이다.

<호텔관광과 학생들을 위한 실습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전동혁·부티튀옥 학생, 고주희 선생님, 방기묵 학생, 김경옥 선생님, 조려화 학생. 사진 이의종>
2012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 서울다솜학교를 찾았다. 학교수업이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는지 학생들 얼굴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울다솜학교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고등학교 학력 인정 공립 대안학교다. 흥인동 성동공업고등학교 부지 내 건물의 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2014년에는 아현동으로 이전할 계획도 갖고 있다.
국제결혼으로 이뤄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미성년자 기준으로 90%가 초등학생 연령에 머물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려면 시간이 꽤 남았다. 낙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피부색깔을 구분하는 차별적인 문화가 바뀌길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섞여가고 있는 '다문화' 자녀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한국남성과 재혼한 제3국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한 아이들이 또 하나의 부류다. 중도입국자녀라고 불리게 된 이 아이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자신의 모국어를 쓰다가 갑작스레 한국으로 이주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꿈을 꾸다가 이제 한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중도입국자녀. 이들이 서울다솜학교 학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어가 제일 어려웠던 아이들
서울다솜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일견 상당한 혜택을 받은 아이들처럼 느껴졌다. 언뜻 교실을 둘러봐도 서울 소재 어느 고등학교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기자재, 호텔 관련 직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실습장 등 제법 모양새가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한국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였다.
베트남 출신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부티튀옥(17)은 2013년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다. 2011년 서울에 첫발을 딛고 2012년 3월 서울다솜학교 1학년으로 입학하기 전 8개월 동안은 한국어학교에 다녔다. 한국어를 배운 지 2년이 다 돼 가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복잡한 문장을 말하기는 아직 힘겨워 보였다.
-한국 와서 제일 힘든 게 뭐였어요?
제일 어려운 것은 언어에요. 베트남 살 때 한류가 있어서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한국어는 전혀 몰랐거든요. 의사소통이 어려우니까 한국생활의 모든 것이 쉽지가 않았어요.
조려화(20)는 이날 모인 학생 중 가장 나이 많은 고1이다. 꿈도 고민도 가장 많다. 중국인 엄마가 한국인 아빠랑 재혼해 중국에서 오랫동안 지냈지만 엄마 아빠는 려화를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났다. 중국 친척집에서 지내면서 고등학교도 입학해 중국에서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던 2011년초에는 집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고 부모님 원망만 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는 쉽지 않았다.
"엄마 원망 많이 했어요.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왜 와야 하는지 너무 밉더라고요. 중국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은 벌써 외국유학 간 친구들도 있어요. 다솜학교 오기 전에는 피자집에서 알바를 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 무시하는 걸 많이 느꼈어요. 학교 다니려고 많이 찾아봤는데 외국인이라서 잘 안 받아줬어요."
차별을 느낀 친구는 려화뿐은 아니다. 역시 중국에서 중도입국한 전동혁(18) 친구는 한국에서 일반중학교를 다니면서 무시를 많이 당해봤단다.
"수업에서 과제같은 것 할 때 2명씩 조를 짜서 하는데 짤 때마다 누구랑 해야 할 지 걱정이 됐어요. 한국어도 잘 못하니까 애들이 자꾸 무시하고. 3학년 돼서 친한 아이들이 생겼는데 그 친구들하고만 놀았어요."
호텔관광과 고주희 선생님은 서울다솜학교에 오기 전 특성화고에 근무할 때 경험을 이야기했다. 외모가 특별히 한국인과 다르게 생기지 않았다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자신의 출신(?)을 밝히길 꺼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부터 한국학생과 다르게 시작하기 때문에 학생증 만들 때부터 오류가 뜨곤 했다고 한다.
다문화정책이라는 것이 실시되면서 한국에 섞여 있던 아이들을 되레 골라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한국에 적응시키고 섞이게 하려고 만든 정책들이 오히려 다문화 아이들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고 선생님은 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면 뭔가 심리적으로 불안하리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가정환경이 안정적이면 여느 한국 아이 못지 않게 정서가 안정된 아이들이 많았다고도 말했다.
학교 포기하는 친구들 많아요
갈색 머리가 눈에 띄는 기묵이에게 질문을 돌렸다. 방기묵(18) 학생의 엄마 아빠는 모두 중국인으로 한국에서 맞벌이로 일하고 있다.

-학교 생활은 괜찮아요?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학교 규칙을 지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제 적응은 된 편인데 다른 애들을 보면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중국에서 온 저같은 친구들 굉장히 많은데 학교 안 다니는 애들이 많아요. 일반 인문계나 실업계에 들어가려면 한국애들이 많다 보니까 학교를 포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요?
그냥 아르바이트하면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어떤 애들은 디제이. 어떤 애들은 운동선수하고 싶어해요. 학교 얘기 거의 안 하는데 학교 안 다닐 거냐고 물어보면 학교 규칙 못 지키겠대요. 그냥 그 아이들도 걔네들 방식으로 적응을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서울다솜학교에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도 자퇴한 학생이 3명 있었다. 학생들 개인적 사정도 있었지만 직업교육을 주로 하다 보니 학업적인 면에서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를 나갔다고 했다.
징검다리 학교 있었으면
컴퓨터미디어과 과장을 맡고 있는 김경옥 선생님은 자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과 한국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만한 학교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직업이라는 최종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학교가 아니라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내되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경험을 해나갈 수 있는 학교 말이다. 그러다 보면 한국에 적응도 하고 또 스스로의 흥미나 자질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게 돼 자연스럽게 학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김 선생님 생각이다.
기묵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학교가 있으면 포기했던 친구들도 학교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만약 학교에 다닌다면 그 친구들에게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불행히 아직 한국 내에선 그런 학교는 찾기 쉽지 않다. 다문화가정 자녀 중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한다 하더라도 새롭게 시작할 만한 대안학교는 드물다. 정식학교에 들어가기 전 6개월 과정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 26곳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결국 가정에 머물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상과 알아서 부딪쳐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김 선생님은 학교가 안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자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데 몽골 쪽 학생들을 돌려보낸 경우가 있었어요. 부모님이 직장이 없거나 비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입학이 안 되거든요. 학교 가고 싶다고 왔는데 돌려보내니 안타깝더라고요."
마지막으로 꿈을 물었다. 려화는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차피 한국에 왔으니 열심히 노력해서 자기 인생을 찾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기묵이는 오색 빛깔의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튀옥이는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외교관, 동혁이는 불법을 퇴치하는 변호사가 꿈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서울다솜학교는
2012년 3월 개교한 국내 최초의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고등학교 학력인정 공립대안학교다. 직업교육과 한국어교육에 역점을 둔다. 호텔관광과와 컴퓨터미디어과 2개과를 운영한다. 현재 중도입국자녀, 외국인노동자 자녀 등 50여명이 재학중이다. 올해 배출한 졸업생은 3명이다.
중도입국 자녀 중에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 9명의 이중언어 강사를 배치해 학업에 문제가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박준규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관련기사]
- 외국인자녀 연평균 111% 증가
- 올 외국인자녀 2613명, 선거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