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북한 해킹 포착" 오후 "전달과정서 오해"
대통령직 인수위를 둘러싼 세간의 평가가 싸늘하다. 인수위 초반을 놓고 정치권과 관가, 언론계에선 "불통과 무기력, 아마추어리즘만이 돋보였다"는 비판이다. 인수위는 17일 북한 해킹 소동을 자초하면서 말바꾸기 훈장까지 달았다.
인수위는 '함구령'을 모든 업무의 1순위에 내세우는 바람에 불통 비판 속에 출발했다. "확정되지 않은 검토내용이 보도되면 국민은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정작 확정된 정책에 대해선 (정권이) 말을 바꿨다며 비판한다"(박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며 인수위 활동을 대부분 비밀에 붙였지만, 집권세력이 국민의 수준을 자의적 잣대로 판단하면서 여론과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인수위는 지도부(김용준 위원장, 진 영 부위원장)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데다 '낮은 자세'만 강조한 탓에 전체적으로 무기력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권력 최상층부의 눈치만 보면서 내 앞가림에 급급한 복지부동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인수위가 전체 판을 읽을만한 리더와 정무적 능력을 가진 정치권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학자들로 꾸려진 탓에 "아마추어집단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관료들 사이에서 "인수위가 허당"이란 말이 끊이지 않았다. 5년전 이명박 인수위를 꾸렸던 인사들도 "박 당선인이 애당초 인수위에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 와중에 인수위는 말바꾸기까지 하면서 비판을 키웠다. 인수위는 17일 오전 갑자기 "정보당국에서 보안점검을 했는데 북측에서 해킹한 게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인수위를 겨냥해 해킹을 시도했다면 이는 중대한 사건이다. 언론들이 속보를 쏟아냈고 여론도 강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인수위는 오후들어 "내용의 전달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해킹설을 부인했다. 중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에도 윤창중 대변인은 "국가보안과 관련된 문제여서 구체적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해 빈축을 샀다. 불통과 무기력, 아마추어리즘이 판치는 인수위의 결정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대통령직 인수위를 둘러싼 세간의 평가가 싸늘하다. 인수위 초반을 놓고 정치권과 관가, 언론계에선 "불통과 무기력, 아마추어리즘만이 돋보였다"는 비판이다. 인수위는 17일 북한 해킹 소동을 자초하면서 말바꾸기 훈장까지 달았다.
인수위는 '함구령'을 모든 업무의 1순위에 내세우는 바람에 불통 비판 속에 출발했다. "확정되지 않은 검토내용이 보도되면 국민은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고 나중에 정작 확정된 정책에 대해선 (정권이) 말을 바꿨다며 비판한다"(박 당선인측 핵심관계자)며 인수위 활동을 대부분 비밀에 붙였지만, 집권세력이 국민의 수준을 자의적 잣대로 판단하면서 여론과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인수위는 지도부(김용준 위원장, 진 영 부위원장)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데다 '낮은 자세'만 강조한 탓에 전체적으로 무기력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권력 최상층부의 눈치만 보면서 내 앞가림에 급급한 복지부동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
인수위가 전체 판을 읽을만한 리더와 정무적 능력을 가진 정치권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학자들로 꾸려진 탓에 "아마추어집단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관료들 사이에서 "인수위가 허당"이란 말이 끊이지 않았다. 5년전 이명박 인수위를 꾸렸던 인사들도 "박 당선인이 애당초 인수위에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 와중에 인수위는 말바꾸기까지 하면서 비판을 키웠다. 인수위는 17일 오전 갑자기 "정보당국에서 보안점검을 했는데 북측에서 해킹한 게 포착됐다"고 전했다. 북한이 인수위를 겨냥해 해킹을 시도했다면 이는 중대한 사건이다. 언론들이 속보를 쏟아냈고 여론도 강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인수위는 오후들어 "내용의 전달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해킹설을 부인했다. 중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에도 윤창중 대변인은 "국가보안과 관련된 문제여서 구체적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해 빈축을 샀다. 불통과 무기력, 아마추어리즘이 판치는 인수위의 결정판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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