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내가 살던 집터에서] 섬진강, 안간힘으로 버티다

지역내일 2013-01-18 (수정 2013-01-18 오후 1:02:29)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 개울물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 … /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1982년 '섬진강1'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래 지난 30년 동안 시로, 산문으로, 동화로 끊임없이 섬진강 이야기를 이어왔던 김용택.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섬진강 시인'이란 별칭이 따라붙는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섬진강에 빚 갚음이라도 하듯, 모두 8권으로 구성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를 내놨다. 지난 30년간 써왔던 섬진강에 대한 산문들을 한데 모아 정리해 완성한 것.

섬진강 시리즈의 첫 책이 바로 '내가 살던 집터에서'다.

이 책은 현재 진메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옛날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 그리고 마을 곳곳에 붙은 지명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마을에서 살아간 이웃들의 따뜻하고도 서러운 사연이 김용택 시인의 입담과 시를 통해 구수하고 푸근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한시도 쉬지 않는 자본의 뜀박질은 무서웠다. 자본은 농촌, 농민, 농사 한가운데로 깊숙이 파고들어 그 풍경과 속살을 구석구석 사정없이 헤집어 하나하나 파괴해버렸다. 그 가운데에 나는 안간힘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이 책에서 그는 진메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지만, 사실 어느 시골에서나 진메마을과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는 것을 우리는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은 그 어디나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그 유구함이 막을 내리는 순간을, 버림받은 가난한 땅을 덮친 착취와 파괴, 오염의 현장을 텅 빈 집터에 홀로 선 작가는 나지막이 읊조린다.

작가는 스스로 복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 크고 작은 산 아래 작은 마을들은 그를 늘 사람에게 가까이 가도록 이끌었고, 그곳에서 작가는 나무와 풀과 곡식과 밤하늘의 달과 별들, 평생을 같이할 아이들을 만났다.

작가는 그런 자연이, 그런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행운을 알아보는 눈은 행운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러고 보면 김용택이 섬진강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고 섬진강이 김용택을 만난 것 또한 행운이지 않을까.

문학동네 / 김용택 지음 / 1만3500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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