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 번역가
사노고를 비롯한 100여명의 군인은 위험한 북벌 명령에 반발, 수도를 장악하고 대통령궁을 접수하는 더 쉬운 길을 택했다. 쿠데타 생각은 없었다.
대부분 정치사로 만들어진 역사를 붙들고 가정법의 질문을 되풀이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만약 그때 쿠데타가 불발로 끝났더라면.." "야당이 이번에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하는 식의 가정법 조건절을 입에 달고 산다. 대선이 끝난 지금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개인사도 마찬가지다.
알제리 인질구출(?)작전의 사망자가 모두 8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나는 대규모 보복인질극을 초래한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 프랑스군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든 말리 반군의 득세와 수도 바마코 위협, 전국을 거의 장악한 쿠데타의 주역 사노고 대위를 역순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막힌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다. 아프리카에서도 20년 전통의 민주국가였으며 프랑스의 두배나 되는 영토를 가진 말리 공화국이 지난해 3월 대선을 불과 6주 앞두고 회복불능의 운명에 빠진 것이 그 사람, 사노고의 쿠데타 때문이었다.
단 한명의 군인이 취약한 민주체제의 국가를 단숨에 망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접국에까지 피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국제사회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프리카판 '위화도 회군'을 감행한 사노고의 쿠데타는 기실 말리 국민 뿐 아니라 사노고 자신도 놀랐을 정도로 사전계획도 정치적 목표도 없는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말리반군 평정 대신 수도 점령한 사노고
그는 여러 장교학교에서 영어 때문에 낙방을 한뒤 절치부심 영어공부에 열을 올려 여러 차례 미국연수로 꿈을 이뤘고 육사영어교관까지 지냈다. 2001년부터 10년간 여섯차례나 미국에서 최고급 연수과정을 마쳤고 텍사스의 국방부 언어교육센터와 버지니아주 장교훈련학교등도 수료했다. 북부 알카에다 무장세력과 싸울 군사 양성을 위해 미국이 10억달러 이상의 원조금을 말리에 쏟아 붓던 시기다.
하지만 육사에서 신입생 학대 사망사건으로 여러 교관들과 함께 파면당한 사노고는 수도인근 카티부대로 좌천된 후 북부의 반군 정벌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독립투쟁중인 북부 투아렉족은 리비아내전에서 카다피의 용병으로 싸웠던 잘 무장된 군대인데다 말리군은 부패한 장군들 때문에 신발도 무기도 없이 싸우던 수십명의 부대가 전멸당한 사건 직후였다.
사노고를 비롯한 100여명의 군인은 위험한 북벌 명령에 반발, 수도를 장악하고 대통령궁을 접수하는 더 쉬운 길을 택했다. 애초엔 쿠데타 생각은 없었다. 사노고의 모친 말대로 "크게 사고를 친" 것이다. 결국 본의 아니게 쿠데타 세력을 키운 미국의 자금과 훈련의 결과가 말리의 내전을 확장시켰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국가들이 유엔군 파병시기를 두고 줄다리기하는 새에 프랑스가 폭격으로 반군을 밀어내자 무슬림 무장세력의 보복 인질극으로 알제리 쪽에 불똥이 튄 것이다. 아프간 철군을 앞두고 사막전의 희생자를 내기 꺼리는 미국보다 말리 수도가 이슬람 반군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프랑스가 먼저 손을 쓴 것이 결국 아프리카제국 군대 뿐 아니라 유엔군 개입까지 불가피한 상황을 몰고 왔다.
알제리 인질들만 억울한 죽음
초록빛 베레모와 검은 안경, 군복 차림의 사노고 초상화가 전국 곳곳에 붙어있는 말리 공화국의 경우 아프리카연합 등 세계 각국의 제재 결의와 군사정권 불인정, 각국의 참전으로 민주정권을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엉뚱하게 알제리에서 목숨을 잃은 세계 각국 인질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줄 것인가.
신기한 것은 피해국민이 발생한 나라들의 태도이다. 인질의 안전보다 전통적인 테러 강경진압책을 택한 알제리 정부에 항의하는 대신 "대규모 인명피해는 잔인하고 비겁한 공격을 감행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책임"(영국. 프랑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국민보다는 정치논리가 먼저인가. '구국의 결단'조차 없이 정권을 강탈한 사노고 대위가 아직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부음(訃音)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국민, 참 별볼일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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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고를 비롯한 100여명의 군인은 위험한 북벌 명령에 반발, 수도를 장악하고 대통령궁을 접수하는 더 쉬운 길을 택했다. 쿠데타 생각은 없었다.
대부분 정치사로 만들어진 역사를 붙들고 가정법의 질문을 되풀이 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만약 그때 쿠데타가 불발로 끝났더라면.." "야당이 이번에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하는 식의 가정법 조건절을 입에 달고 산다. 대선이 끝난 지금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개인사도 마찬가지다.
알제리 인질구출(?)작전의 사망자가 모두 80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에 나는 대규모 보복인질극을 초래한 프랑스의 말리 내전 개입, 프랑스군의 개입을 불가피하게 만든 말리 반군의 득세와 수도 바마코 위협, 전국을 거의 장악한 쿠데타의 주역 사노고 대위를 역순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막힌 우연과 필연의 연속이다. 아프리카에서도 20년 전통의 민주국가였으며 프랑스의 두배나 되는 영토를 가진 말리 공화국이 지난해 3월 대선을 불과 6주 앞두고 회복불능의 운명에 빠진 것이 그 사람, 사노고의 쿠데타 때문이었다.
단 한명의 군인이 취약한 민주체제의 국가를 단숨에 망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접국에까지 피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국제사회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아프리카판 '위화도 회군'을 감행한 사노고의 쿠데타는 기실 말리 국민 뿐 아니라 사노고 자신도 놀랐을 정도로 사전계획도 정치적 목표도 없는 급작스러운 것이었다.
말리반군 평정 대신 수도 점령한 사노고
그는 여러 장교학교에서 영어 때문에 낙방을 한뒤 절치부심 영어공부에 열을 올려 여러 차례 미국연수로 꿈을 이뤘고 육사영어교관까지 지냈다. 2001년부터 10년간 여섯차례나 미국에서 최고급 연수과정을 마쳤고 텍사스의 국방부 언어교육센터와 버지니아주 장교훈련학교등도 수료했다. 북부 알카에다 무장세력과 싸울 군사 양성을 위해 미국이 10억달러 이상의 원조금을 말리에 쏟아 붓던 시기다.
하지만 육사에서 신입생 학대 사망사건으로 여러 교관들과 함께 파면당한 사노고는 수도인근 카티부대로 좌천된 후 북부의 반군 정벌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독립투쟁중인 북부 투아렉족은 리비아내전에서 카다피의 용병으로 싸웠던 잘 무장된 군대인데다 말리군은 부패한 장군들 때문에 신발도 무기도 없이 싸우던 수십명의 부대가 전멸당한 사건 직후였다.
사노고를 비롯한 100여명의 군인은 위험한 북벌 명령에 반발, 수도를 장악하고 대통령궁을 접수하는 더 쉬운 길을 택했다. 애초엔 쿠데타 생각은 없었다. 사노고의 모친 말대로 "크게 사고를 친" 것이다. 결국 본의 아니게 쿠데타 세력을 키운 미국의 자금과 훈련의 결과가 말리의 내전을 확장시켰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국가들이 유엔군 파병시기를 두고 줄다리기하는 새에 프랑스가 폭격으로 반군을 밀어내자 무슬림 무장세력의 보복 인질극으로 알제리 쪽에 불똥이 튄 것이다. 아프간 철군을 앞두고 사막전의 희생자를 내기 꺼리는 미국보다 말리 수도가 이슬람 반군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프랑스가 먼저 손을 쓴 것이 결국 아프리카제국 군대 뿐 아니라 유엔군 개입까지 불가피한 상황을 몰고 왔다.
알제리 인질들만 억울한 죽음
초록빛 베레모와 검은 안경, 군복 차림의 사노고 초상화가 전국 곳곳에 붙어있는 말리 공화국의 경우 아프리카연합 등 세계 각국의 제재 결의와 군사정권 불인정, 각국의 참전으로 민주정권을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엉뚱하게 알제리에서 목숨을 잃은 세계 각국 인질들의 억울함은 누가 풀어줄 것인가.
신기한 것은 피해국민이 발생한 나라들의 태도이다. 인질의 안전보다 전통적인 테러 강경진압책을 택한 알제리 정부에 항의하는 대신 "대규모 인명피해는 잔인하고 비겁한 공격을 감행한 이슬람 무장단체의 책임"(영국. 프랑스)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국민보다는 정치논리가 먼저인가. '구국의 결단'조차 없이 정권을 강탈한 사노고 대위가 아직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부음(訃音)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국민, 참 별볼일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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