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선의 초록희망] 새 역사를 쓸 여성대통령에게

지역내일 2013-02-26
언론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1979년 11월 27일 황망히 떠나왔던 그 청와대에 33년 만에 주인이 되어 돌아가 보낸 첫 밤의 감회가 어떠하였을까요. 만감이 교차하여 어쩌면 뜬눈으로 밤을 밝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이 된 당신을 세 번 가까이에서 만났습니다.

첫 만남은 1974년께 동양방송(TBC) 스튜디오에서였습니다. 그날 '대통령 영애와의 특별대담'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로 나선 당신의 공인으로서의 데뷰무대였다고나 할까요. 중앙일보 기자였던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여기자도 당신도 20대의 새파란 젊은이였지요.

두번째는 그 5년 뒤 청와대에서였습니다. 당신이 아버지마저 잃고 그곳을 떠나기 몇 달 전이었겠습니다. 동아일보가 영애를 단독인터뷰하는 자리였지요.

그 신문의 기자였던 나는 인터뷰를 맡은 당시 최일남 부국장 옆에 앉아 대화를 열심히 받아 적은 기록자였습니다.

세번째는 2007년 2월, 미국 보스턴에서였습니다. 한나라당 대표이자 유력 대선경선주자였던 당신은 교민들을 만나고 하버드대학의 케네디주니어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해 보스턴을 찾았었지요.

그 때 나는 보스턴 총영사로서 당신의 3박4일 보스턴 방문을 수행했습니다. 총영사관저에서 마련한 만찬에 참석한 당신은 30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단정하고 부드러운 모습이었습니다.

보스턴 방문을 마친 후, 공항으로 환송을 나간 내게 당신은 수고했다며 '촌지'를 건넸습니다. 기자 시절 한사코 거절한 촌지였습니다만, 그 땐 두말없이 받았습니다. 직원들과 회식이나 하자며 바로 부총영사에게 건네주어, 얼마가 들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여성의 벽 넘어 최고권력의 자리에

아직도 유무형의 남녀차별이 엄존하는 대한민국에서 당신은 여성이라는 장벽을 너무도 가볍게 뛰어넘어 최고권력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여성인 당신이 대통령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여성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은 앞으로 정치학, 사회학, 여성학의 매우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에 대해,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 남자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만, 성공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면 당신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나라의 여권신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또 틀림없이 남성들과는 다른 여성의 통치 스타일이 발휘되리라 생각합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생래적으로 풍부하고 민감한 특성 중의 하나가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아닐까요. 헌데 불행하게도 후보시절의 정책공약이나 당선 뒤 인수위의 활동을 보아서는, 환경은 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로 밀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이명박정부에서 어렵사리 독립기구로 발족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자력개발진흥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배속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상황으로 보나, '국민 행복'을 추구하는 여성대통령으로서 환경문제는 결코 소홀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복지선진국의 경우를 보아도 알 일입니다.

지난 정부 내내 국민 갈등의 핵이 되었던 '4대강 사업'의 처리와 원전 문제는 새 정부의 환경정책, 아니 국정운영의 성패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가동중인 원전의 안전 확보는 물론이거니와, 정책공약에서 약속한 대로 에너지믹스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수급의 기반이 마련되기 바랍니다.

평화롭고 환경친화적이기를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국토관리' '범국가적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대책 수립'이라는 약속도 충실히 지켜지기를 바랍니다. 환경을 개발의 장식품쯤으로 생각한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인간중심의 환경복지뿐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호에도 관심을 돌려 주십시오. 지난 정부에서 허술해진 남북환경협력도 확대해 나가야 할 일입니다. 또 있습니다. 방조제 건설 후 속으로 곪아가는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첫 여성대통령으로서 당신이 써내려갈 새 역사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우며, 환경친화적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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