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차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서거석 전북대 총장] “대학 경쟁력 도움되면 정부에도 쓴소리”

지역내일 2013-02-26
지역 대학 한계 극복, 주요 대학과 경쟁 … '소통의 리더십'이 대학 개혁 견인차

대학 경쟁력 향상의 주체는 개별 대학이 되어야 한다.
대학들은 대학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왜 따가운지,
현재 처해 있는 현실은 어떤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들은 변화에 둔감했다.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18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4월 8일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회장에 전북대 서거석 총장을 선출했다. 서 총장은 이날 수락연설을 통해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회원대학 총장들과의 소통을 통해 대학 경쟁력 향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진단과 해법은 서 총장이 7년째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다. 서 총장이 재임한 지난 7년 간 전북대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대학 경쟁력을 측정하는 각종 지표에서 전북대는 서울·수도권 주요 대학들과 경쟁하고 있다. 서 총장을 만나 전북대의 성장 비결과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교협은 어떤 단체이고,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대교협은 국·공립대 44개교와 사립대 156교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설립목적은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대학의 자율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차기 대교협 회장에 선출된 소감을 말해달라.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반값 등록금 등 재정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회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면 대학 총장들의 뜻을 모아 교과부와 적극 협력하고 때론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대교협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대학 경쟁력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대학 재정이다. 이번 대교협 총회에서도 대학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대학 경쟁력과 재정은 불가분의 관계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계 대학들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대학재정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상황은 어떤가.

OECD 회원국의 평균 예산은 GDP 대비 1.1%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절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올해 고등교육 예산이 7조5000억원 규모이므로 OECD 평균 수준에만 도달하려 해도 7조5000억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대학경쟁력 강화는 재정확대 뿐만 아니라 대학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대학 경쟁력 향상의 주체는 개별 대학이 되어야 한다. 대학들은 대학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왜 따가운지, 현재 처해있는 현실은 어떤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학들은 변화에 둔감했다. 학생을 잘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했는지,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불과 4~5년 후 본격화될 대학 붕괴의 쓰나미 현상에 대해서도 대학과 정부, 국민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경쟁력 향상 면에서 많은 대학들이 전북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대학은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학에 불과했다.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서울로 떠나는데 구성원들은 국립대라는 현실에 안주했다. 대학의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대학 시스템 리모델링부터 시작했다. 교수 연구력 향상을 위해 승진요건을 기존보다 2.5배 이상 강화했다. 깐깐한 학사관리라는 원칙을 세우고 학사제도를 손질했다. 학생들의 취업 지원도 생색내기가 아니라 입학에서부터 졸업할 때까지 4년 내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바꿨다.

■변화에 대한 반발은 없었나.

처음에는 반발이 적지 않았다. 특히 교수 승진요건 강화를 위해 단과대학 순회 간담회 같은 공식 여론수렴 통로 외에도 교수 개개인을 직접 찾아가 읍소했다.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학생들과 4~5시간씩 '끝장토론'을 하기도 했다.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왔나.

결국 구성원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단과대학과 학과에서 본부가 제시한 교수 승진 규정보다 훨씬 강화된 안을 내놓기도 했다.

제도 시행 직후 세계적인 과학기술 논문이 40%나 늘어 증가율 전국 1위에 올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이 실시한 세계 500대 대학 과학기술 논문의 질적 평가에서 우리 대학은 국내 종합대학 중 3위를 기록했다. 연구비 수주액 규모에서는 최근 2년 연속 국립대 1위다. 연구비를 많이 수주한다는 것은 그만큼 교수들의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다.

교육 분야에서도 호남과 영남지역 주요 거점 국립대학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교육 분야 정부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에도 이름을 올려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정부 인증을 받았다. 이런 성과들이 이어지자 학생들도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장학금 만족도 조사에서 국립대 중 1위였다. 한국표준협회가 실시한 대학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는 전국 종합 1위에 올랐다.

■소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과다. 성과를 견인한 또 다른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구성원들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지역대학들에서는 공통적으로 패배의식이 나타났다. 지난 7년 동안 구성원들의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이다. 교수와 교직원 나아가 학생들까지 할 수 있다, 해보니까 된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변화를 일으킨 원동력이다.

■특성화는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다. 전북대는 어떤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나.

우리 대학에는 100여 개 전공이 있다. 이중 전라북도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와 복합소재, 식품 및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대학은 세계 석학들과 함께 바이오와 정보통신 그리고 나노분야가 융합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을 통해 인재양성과 핵심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북대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로스알라모스연구소, 세계 5번째 규모의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대학 최초 식물공장을 보유한 LED융합기술지원센터, IT융합농기계종합기술지원센터 등의 연구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학생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들었다. 특히 국제화 프로그램이 화제던데.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을 해외에 보낼 때 어학 성적순으로 뽑는 것으로 안다. 우리 대학은 성적이 좀 낮더라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해외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글로벌 리더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으로 영국과 호주 등지의 자매결연 대학에 연간 800명 이상 파견한다. 국립대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학교가 항공료와 파견 대학 학비를 지원한다. 자매 대학과는 내실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협조 시스템을 갖춰 놨다.

이 외에도 방학 중 세계 선진 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세계교육기행'과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해외봉사활동' 제도를 통해 연간 500명 이상 내보내고 있는데 갈수록 참여 열기가 뜨겁다.

■전북대 교육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대학은 기초가 튼튼한 학생을 기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부터 확실히 잡으면 전공교육이 내실화되고, 전공지식이 풍부한 졸업생들이 좋은 곳에 취업해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대학 평판이 좋아지면 우수한 신입생이 입학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대학 1학년 때부터 기초과목을 확실하게 마스터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공계의 경우 수학과 물리, 화학 과목 등을 밀도 있게 교육하고, 평가를 해서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과목을 듣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 1년을 4학기제로 운영하여 학생들에게 기초학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있다.

이와 함께 가족회사제도와 같은 산학협력을 통해 매년 2000명에 이르는 학생을 기업에 보내 기업 현장의 실무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생 취업이 갈수록 어렵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우리대학의 취업 경쟁력은 '입학에서 졸업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취업지도'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평생지도교수제와 큰사람 프로젝트다.

국립대 최초로 시행한 평생지도교수제는 학생들이 입학하면 지도교수가 배정되어 취업이나 학업, 대학생활 등에 대해 상담하고 지도해주는 교수-학생 멘토링 시스템이다. 큰사람 프로젝트는 학년별로 전문지식과 인성을 쌓을 수 있게 하는 경력관리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 두 프로그램은 정부로부터 우수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았다. 총장과 보직교수들이 기업을 찾아 졸업생을 세일즈하는 것은 기본이다. 발로 뛰는 인재 홍보다. 리더기업 인사 책임자를 초청해 대학이 거둔 우수 성과와 졸업생들의 우수성을 알리고도 있다.

■전북대 총장으로서, 그리고 대교협 회장으로서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은.

총장으로서는 첫째도, 둘째도 전북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조성하고, 학생 교육 역시 전국 최고 수준을 넘어 세계 최고를 지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전북대가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대교협 차원에서는 고등교육 재정 확대를 통해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역 대학, 규모가 큰 대학과 작은 대학, 특수목적대학과 일반대학이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 이를 위해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총장님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대학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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