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선생님 만나지 마세요

지역내일 2002-02-27 (수정 2002-03-02 오전 8:09:02)
자두색 새교복을 차려입은 신입생들의 맑은 웃음 소리에서 봄이 먼저 묻어난다. 3월에 아이들은 새 옷을 입고 새 학교에 가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난다. 초등학교든 중학교든 신입생의 모습은 마냥 달뜨고 어설퍼서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 우리의 학교는 아직 가부장적인 학급문화를 갖고 있고, 스무평 교실에는 내 아이를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 할 수도 있는 담임선생님이 있다.
교사와 부모는 만나야 한다. 세 번 선생님을 만나면 자녀 교육은 더 이상 걱정할 것이 없다는 옛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사와 학부모는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전화도 하고 만나야 할 사정도 생기지만 서로의 만남이 만만치가 않다. 때로 부모는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사는 부모를 부담스러운 벽으로 생각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을 병적으로 꺼리는 자녀가 있는 가정은 더욱 그렇다. 아이가 “선생님 만나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열등감에 빠져있거나 소심한 경우이다. 공부도 뜻대로 되지 않고 학교생활도 소극적이어서 부모가 담임을 만나봤자 자신에 대해 악평을 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다. 둘째, 요즘 드물다고 하지만 엄마가 치맛바람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살까 두려워서이다. 이런 경우 과거에 잠시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확률이 있다. 셋째, 가정에서 매사에 이겨 버릇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자식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키우다 보면 아이가 선생님과의 면담 문제에서도 주도권을 쥐게 되는 일이 생긴다. 부모는 부모답지 못하고 아이는 아이답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 넷째, 부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이다. 학교생활에서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러 담임선생님에게 약점이 잡혀 있는 경우에 아이들은 면담을 통해서 그것이 탄로날까 봐 엄마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 학교를 향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의 면담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부모 입장에서 이럴 때 면담 문제에 획을 긋지 못하면 모두가 괴로워질 수 있다.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국제적으로 볼 때도 전적으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이니까 상관하지 말라는 단호함을 아이에게 보여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 교사와의 면담에 지레 짐작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모호한 자세,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따위는 금물이다. 무엇보다 담임 만나기는 “권리”이지 “인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와 부모의 만남이 생산적이라면 그 만남 속에서 “사람을 일깨워 그 사람이 되게 하는” 교육의 진정한 의미가 꽃 피울 것이다.

/ 김대유 서울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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