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행훈이 보는 세계] 혼란과 폭력 속 이집트 혁명 2주년

지역내일 2013-02-04
언론광장 공동대표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혁명 2주년을 맞은 이집트가 혼란 상태에 빠져 헤매고 있다. 1월25일은 2011년 이집트 국민이 무바라크의 장기독재를 무너트리기 위해 처음으로 혁명을 외치기 시작한 날이다. 혁명 2주년을 맞아 스웨즈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스웨즈는 2년 전 무바라크 퇴출 시위에 선봉을 섰던 도시다.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 대통령 정권에 불만을 품은 청년들의 반정부 시위가 포트사이트, 이스마일리아를 거쳐 수도 카이로에도 반정부 시위의 불을 붙였다. 무바라크를 축출한 이집트인들의 아고라가 됐던 타흐리르 광장에는 다시 혁명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흥분하고 있는 시점에 26일 포트사이드 법원이 1년 전 카이로 축구팀과 시합 때 일어난 난동으로 74명의 사망자를 낸 사건의 용의자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증거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비 책임자들에게는 아무 책임도 묻지 않은 채 18세에서 30세 사이의 젊은 축구팬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이다. 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시위는 요원의 불처럼 퍼져나갔다.

25일부터 2월1일 사이 불과 1주일 동안에 최소 56명이 시위로 목숨을 잃었다. 1일에도 23세의 대학생 후세인 카르니가 경찰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번주에 사망한 시위자 수가 지난 2년간의 시위 사망자보다 더 많았다. 지난 28일 무르시 대통령은 폭력시위가 가장 치열한 스웨즈 등 세 도시에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했다.

최근 시위의 폭력이 배가했다. 타흐리르 광장의 반정부 시위대들은 경찰과 무슬림형제단의 민병대가 시위 진압에 거친 폭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위책으로 자신들도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자신들의 폭력시위를 정당화한다.

군 참모총장, "국가붕괴 위험" 경고

주말의 타흐리르 광장 주변은 평온했다. 그러나 압델 파타 알시시 군 참모총장은 지난 1주 간의 폭력시위를 언급하며 정치세력 간의 충돌이 "국가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시위를 격화시킨 원인은 무르시 대통령과 그가 속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의혹과 불만이다. 젊은 시위대들은 무슬림형제단이 2년 전 혁명에 기여한 것도 없으면서 혁명의 열매를 독점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그들은 혁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고 혁명이 도둑 맞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혁명을 도둑질 한 사람은 떠나라고 주장한다. 무르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들은 무르시 대통령이 독립적으로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주의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결정을 집행하는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작년 6월 무르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집트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찬반을 두고 나라가 둘로 갈라진 상태가 됐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러한 비판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별로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폭력 시위로 관광객과 외국 투자가 급감하고 있다. 국가의 재정상태가 파탄 직전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적 파산 상태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는 언론들의 지적이다.

일단 모든 책임은 무르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는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자유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으로 거대한 정치세력인 무를림형제단을 지지 기반으로 갖고 있다. 국민투표로 채택된 헌법은 그에게 광범한 권력을 부여했다. 문제는 그가 갖고 있는 자산을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고 위기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무르시, 야당연합체 구국전선에 대화 제의

이집트 전문가들은 그가 종교를 달리 하는 반대 세력에게 손을 내밀고 안으로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오랫 동안 무슬림형제단이라는 반 비밀조직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온 탓에 국가를 경영할 경제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문호를 넓게 열고 필요한 두뇌들을 영입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다행히 폭력시위를 겪으면서 무르시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과 긴급히 회합을 갖고 "국가가 당면한 전반적인 문제 해결책을 논하자"고 제의했고 야당의 구국전선을 대표해서 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위원장도 무르시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들과의 회담을 촉구했다.

당장 어떤 해결책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여야가 만나 지혜를 짜내는 것이 이집트가 지금의 혼란 상태를 벗어나는 데 유익한 첫 걸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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