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시평] 격차와 사다리, 매트리스(사회안전망)

지역내일 2013-03-11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대관소찰(大觀小察)이라 쓰고, '크게 보되 작은 것도 세밀하게 살피라'는 뜻으로 풀면 대체로 끄덕끄덕한다. '소찰'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모든 생활인들에게 체화된 습성이다. '대관'은 거시적 통찰을 말한다. 사건·사물을 바라볼 때 사고의 시공간을 확장하여 맥락도 보고, 핵심과 구조도 본다는 의미다. 내가 사는 동네, 지역, 나라를 대관소찰하려면 산 위에도 올라가고, 지도나 위성사진도 보고, 각종 사회 통계 자료도 본다. 소찰 없는 대관을 흔히 공리공담(空理空談), 탁상공론(卓上空論)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대관' 중의 하나가, 아마 OECD통계 지표와 마르크스주의적 프레임일 것이다. GDP 대비 복지·교육 재정 비율,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등 수많은 OECD 통계 지표는 복지국가 담론의 주요한 근거다. 마르크스주의적 프레임은 사회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 투쟁으로 본다. 이는 신자유주의 주적론과 경제민주화론의 주요한 근거이다.

한국사회의 과도하고 불합리한 격차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이 두가지 지표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다. 한 사회의 모순부조리와 개혁 방향을 제대로 '대관'하려면 격차, 사다리, 매트리스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격차는 처우, 소득, 자산, 권능 등의 합리적 격차 혹은 사회적 인센티브 문제다. 사다리는 경쟁 기회나 계층 이동성 문제다. 매트리스는 사회안전망 문제다. 거칠게 단순화하면 격차는 공평, 사다리는 공정, 매트리스는 복지 문제다. 한국에서 정치와 정책을 논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매트리스에 비해, 격차와 사다리 문제를 경시해 왔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좋은 부동산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에 엄청난 자산, 소득, 기회의 격차가 있다. 좋은 학위, 학벌, 자격증 소지자와 비소유자 간에도 마찬가지다. 잘 나가는 산업, 기업(재벌 및 수출대기업) 종사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근로조건 격차도 매우 크다.

국가가 진입 규제를 하는 부문(금융, 방송통신, 법률, 의료 등)과 그렇지 않은 곳의 근로조건 격차도 매우 크다. 선진국과 달리 공공부문이 최고 선망의 직업·직장이다. 노조는 주로 잘 나가는 산업, 기업과 공공부문과 국가규제부문에 포진해 있다. 노조원과 공공부문 종사자는 대체로 노동의 최상층인데, 자신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 및 생산력(1인당 GDP)에 상응하는 적정한 처우 수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기업, 노동, 국가가 부담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교수 변호사 정치인들도 다르지 않다. 이것이 과도하고 불합리한 격차를 만들고, 비교우위 산업·부문으로 하여금, 신규고용 창출보다는 장시간 노동을 선호하게 만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

유일한 사다리는 학벌·고시 … 승자에 지나친 특권
사다리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에서는 부와 권력과 권위, 명예로 접근하는 거의 모든 길은 학위·시험 사다리(학벌 학위 자격증)로 통한다. 승자에게 너무 많은 권리, 이익이 주어진다. 국회 정당 검찰 법원 헌재 청와대 로펌 등에 포진한 1만수천명의 사법고시 출신자들과 청와대와 주요 행정부처를 좌지우지 하는 행정고시 출신 관료들과 교수들의 위세를 생각해 보라!

이런 구조에서는 살인적 교육시험 경쟁과 과잉 고학력화, 사교육 광풍, 입시 비리는 필연이다. 복지국가는 많은 세금과 큰 공공부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해서 세금을 내는 사람과 노력·실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다양한 사다리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 소모적 경쟁과 과잉 교육 투자가 해소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여, 부담과 권리, 이익의 균형, 곧 공평(합리적 격차)이다. 이는 힘센 이익 집단이 누리는 권리, 이익을 투명하게 드러내야만 쟁취할 수 있다. 복지국가는 합리적 격차, 다양한 사다리, 높은 투명성이라는 인프라 위에 건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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