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출발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대통령 취임과 함께 내각도 동시에 출발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출범 3주차만에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다. 13명의 장관에게 어제 임명장을 준 것이다. 첫 국무회의도 어제서야 열렸다. 박근혜 정부가 아직 정상적이지 못한 것은 경제를 지휘할 경제부총리와 박근혜 정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임명되지 못한 때문만도 아니다. 정치가 실종하면서 여야 대화는 불발, 정부조직법은 아직 '미결'이다. 간판은 박근혜 정부로 바뀌었지만 그 속에는 이명박 정부 조직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지각정부와 정치실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때인가. 부동산 위기와 가계부채, 그리고 뛰어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은 신음하고 있다. 부자와 빈자, 대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도시와 농촌 간 양극화는 대한민국을 갈등과 대결의 장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경제만 어렵다면 지각정부에 너그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어제 판문점 직통전화를 차단하는 등 정전협정 백지화 수순에 돌입했다. 북한은 전쟁 중단 상황을 전쟁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3년전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듯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군사적으로 비상상황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민주당 모두 국민 실망시켜
이렇게 대한민국호는 위기인데 한국정치는 어떠한가. 3류정치, 헌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절대 다수 국민 판단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를 다스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건만 정치는 민심을 따르지 않아 정치가 실종됐다.
정치실종의 주역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는 원칙과 통합 대통령을 주장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 이후의 행적은 이와는 다르다는 것이 다수 국민 생각이다. 오히려 독선과 불통의 대통령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정치는 대화이고 절충이고 타협이건만 그는 압박과 권위주의로 정국을 표류시키고 있다. 국정의 핵심인 인사도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다음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무기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에 일부 의원들이 쓴소리를 하기도 했으나 다수는 침묵한다. 황우여 이한구 지도부는 청와대의 눈치만 봐 새누리당은 청와대 여의도지부라는 비난마저 들린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도 국민들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다. 대선 패배후 참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했건만 민주당은 아직 친노와 비노간 주도권 다툼으로 무너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당권 다툼에 민심은 안중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칩도 지났다. 아직 아침 저녁으로 다소 쌀쌀하지만 분명 봄은 왔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경우 봄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 국민 판단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더구나 정권초 100일은 5년을 좌우할만큼 중요하지 않은가. 100일의 1/6이 지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정치권은 대오각성, '민생 약속 탕평 통합'이라는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
특히 대선날 미국에 갔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어제 귀국했다. 그도 정치권에 재등장한만큼 새 정치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헌 정치를 계속할 경우 국민들은 엄중하게 청와대와 여야를 심판할 것이다.
정치 실종, 한국 정치엔 언제 봄이 오려나
안보와 경제상 위기임을 감안해 청와대와 여야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양보해야한다. 힘센 쪽이 양보해야한다는 논리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한 발 물러서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경우도 북한 도발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덤터기를 쓸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정정도 양보가 불가피하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마음에서 하루 빨리 타협해야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보통신의 융합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정보통신의 융합, 그리고 미래정보통신부의 발족으로 제2의 한강 기적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일의 기반을 만들고 새 정치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할 때 선진국 진입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이를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여야 모두는 민심에 굴복, 새 정치에 다가섰으면 한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