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 칼럼] 쓴소리 하는 측근이 있어야한다

지역내일 2013-03-14

가천대교수 언론학

쓴소리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제 편한 사람만 만나려는 것을 굳이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의 덕목은 다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쓴소리를 싫어하면 주위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자칫하면 눈 밖에 나 권력 주변에서 내쳐질 수 있는데 굳이 그런 모험을 감수하려 하겠는가.

그 폐해는 일차적으로 본인에게 간다. 문제는 국가 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의 실패는 개인적 실패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돌아간다는데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강제로라도 '쓴소리'를 담당할 견제 시스템을 만들어 그 폐해를 줄이려 한다. 감사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견제기구를 만들거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쓴소리를 듣게 한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지 18일이 됐다. 대통령 당선일부터 따지면 벌써 석달이 돼간다. 국민의 기대와 지지가 가장 쏠리고 새로운 기운과 활기가 넘쳐야 할 시기에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준비된 대통령'으로 포장했던 이미지가 몇 차례 '헛발질'로 벗겨지면서 그만큼 기대감이 낮아진 탓이 아닐까 싶다.

그 중심에 '준비 덜 된 인사'가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 임명부터 시작해 총리와 장관, 청와대 비서실 인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되는 비리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과 주변에서 적임자를 천거하거나 사전 검증하는 시스템에 의문이 싹트기 시작했다.

자신이나 자식의 병역비리 의혹과 석연찮은 해명,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납세 회피, 논문표절 등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비리 패턴'은 많은 국민을 분노케 했다. 밀실인사 논란과 함께 차일피일 지지부진했던 인사는 과연 '준비된 대통령'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준비 덜 된 인사'에 기대감 낮아져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주의 행태가 그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권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며 깊숙이 의논하는 팀도 없이 일방적인 지시만 존재하는 듯한 모습도 실망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거나 잘못을 시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첫 단추에 해당하는 극우논객 윤창중의 인수위 수석대변인 깜짝 임명에 대해서는 여권과 보수언론들조차 아연실색했다. 어쩌다 빚어진 실수로 치부하며 적절한 시기에 시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자질부족, 능력부족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충성'이 도드라져 청와대 대변인으로 중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의 입방아 따위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오기와 고집을 읽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이 한 인사를 철회한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에 결정적 상처를 입힌 김용준 첫 총리지명자의 낙마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지명자의 사퇴도 가족들의 반대로 본인 스스로 물러난 것이지 박 대통령이 철회한 것이 아니다. 만일 이들이 끝내 버텼다면 그대로 갔을 개연성이 크다.

김병관 국방장관 지명자가 4성 장군 출신으로 외국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취직해 로비스트로서 엄청난 '떡고물'을 챙긴 낯 뜨거운 행적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버티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천안함 사건 다음날 골프를 치고, 연평도 포격에도 아랑곳없이 일본 관광을 즐긴 '무신경'으로 장관 자리를 탐하는 것은 명예를 먹고 사는 군 조직 전체를 욕보이는 행태다.

지난 주말 북한의 위협에 대통령은 지하벙커에서 안보회의를 하는데 군전용 태릉골프장이 별판을 단 장성 차량들로 북적였다 한들 무슨 명분으로 벌할 것인가.

낯 뜨거운 '떡고물' 챙긴 장관 후보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교과서에도 분명히 나와 있는 5·16 쿠데타와 유신에 대한 평가 질문에 많은 후보자들이 "깊은 공부가 안 돼 있다"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 "견해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얼버무린 행태야말로 박 대통령 눈치 살피기의 극치였다. 박 대통령 주위에 포진한 여당 고위층이나 측근들조차 그를 두려워하고 눈치를 본다면 과연 누가 쓴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중국 한(漢) 왕조를 세운 유방이,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忠言逆於耳而利於行)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良藥苦於口而利於病)면서 자신의 잘못을 신랄하게 지적하는 측근 번쾌와 장량의 쓴소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는 한낱 변방의 장수로밖에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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