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경제-안보) 위기 키우는 ‘리더십 위기’

지역내일 2013-03-15
박 대통령, 야당에도 북한에도 '강한 리더십' 일관 … 문제해결 아닌 '갈등유발'
외환위기엔 금모으기, 2차북핵엔 남북정상회담으로 대응 … 'DJ리더십'도 모델

리더십의 위기가 한반도를 둘러싼 불황과 북핵의 양대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역설적으로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며 단기간 만에 IMF 구제금융을 졸업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관철 아니라 '포용의 리더십' 필요 = 여야 정치권의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하다. 원안고수다.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이것(종합유선방송 미래부 이관)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며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그는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 하면서 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던 '양보론'을 봉쇄했다. 12일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어조에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문희상 비대위원장조차 대국민담화에 대해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을 정도다. 그는 13일 "(정부조직 개편 지연이) 마치 야당이 발목잡기를 하는 듯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적반하장도 유분수고 사돈 남 말하는 형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强) 대 강(强)'이 정면으로 부딪히면서 협상은 한발 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쟁점이 'SO(종합유선방송) 미래부 이관' 뿐인데도 묘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새로운 방안이 제시돼도 박 대통령의 직접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있다.

협상장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엿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야 모두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형국이 만들어지면서 협상은 '욕먹지 않기 위해' 만나는 '면피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의 '강경론'이 결국 협상을 교착 상태로 빠뜨린 근본원인"이라며 "자신의 뜻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강한 리더십이 아니라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B정부와 달라진 것 없는 남북관계 = 북핵위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응도 '강한 리더십'에서 출발한다. '국방색' 재킷을 착용하고, 거수경례를 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서 '원칙적인 대응'이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국가안보실장, 국가정보원장에 군 출신을 배치함으로써 '안보우선 체제'도 확실하게 구축했다. "도발에는 반드시 응징한다"는 언급도 여러 차례 나왔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인도적 지원을 언급했을 뿐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를 선택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겠다는 프로세스는 있지만 북한의 핵포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은 전략은 없다. 가장 큰 책임이 북한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명박정부 대북정책과 달라진 것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말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도발 가능성도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이런 측면에서 1998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으로 불거진 2차 북핵위기에 대응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택한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시사적이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결정권을 높이는 동시에 북핵문제를 풀어내는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담대한 결정'으로 주목받았다. 이전까지의 국제적 해법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은 "햇볕정책에 대한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남북관계의 해결자로서 DJ의 성과는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라며 "안보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문제해결형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소통은 72%, 카리스마 강화는 25% = 이런 측면에서 '금모으기 운동'은 위기에 대응하는 리더십의 전형으로 꼽힐 수 있다. 모인 금의 양보다 '국민의 역량'을 이끌어낸 '공감 리더십'이 핵심이다. 금모으기 운동과 2002년 월드컵 응원은 국가부도를 벗어나 제2 부흥을 일구는데 국민의 자발성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이 원하는 리더십이 권위주의에서 탈권위로, 카리스마에서 공감과 소통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새누리당 중진의원은 "세상은 바뀌었는데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오히려 부친을 닮은 듯한 강한 리더십"이라며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세 대신 함께 고민하면 더 좋은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일신문·디오피니언 3월 정례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이 보완해야 할 리더십으로 '국민과의 소통(41.3%)'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의미하는 '강력한 추진력'은 25.2%에 머물렀다. '탕평인사와 통합(18.3%)', '국회·야당 존중(12.5%)'을 국민과의 소통과 합하면 공감과 소통의 범주에 속하는 리더십을 보완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72.1%로 압도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위기가 닥치면 강경한 태도, 분명한 입장,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태를 돌파했던 것은 과거방식"이라며 "올드 리더십은 붕괴됐지만 뉴 리더십이 준비되지 않은 시기인 만큼 박 대통령이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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