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희망이다!│서울 수서초등학교] “국가대표 꿈 키우는 100년 배움터”

지역내일 2013-02-20

누구나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던 행복한 기억을 갖고 있다. 소꿉놀이를 할 땐 위계가 없다. 따라서 누가 누구에게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는다. "너는 이거 해, 나는 이거 할게." 이렇게 분담하면서 소꿉놀이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역할을 나눠 협동해야 아기자기한 놀이가 가능하다.

서울 수서초등학교 김희아 교장의 교장론도 바로 '소꿉놀이론'이다. 교장의 역할은 방향을 정하고, 거기로 나아가는 동력을 얻는 것. 김 교장이 지시하거나 훈육하는 대신 아이들, 학부모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이유다.

◆아이들 눈높이로 소꿉놀이하듯 = 수서초가 위치한 지역은 다소 독특한 분위기를 뿜는다. 인근에 대한민국 교육특구인 대치동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수서동은 영구임대 4300세대가 밀집해 있다. 때문에 전체 학생 40%가 중식지원을 받는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간 보이지 않는 두터운 벽이 존재함은 물론이다. '강남 속 외딴 섬' 형국인데다 섬 주민 사이에도 단절이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2010년 9월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김 교장은 이같은 벽을 깨는 데 사활을 걸었다. 부임 직후부터 설정해 나가야 할 교육방침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김 교장은 수서초등학교 특성에 맞는 비전을 세우고 싶었다. 아이와 학부모를 만나면서 느낀 점은 '아이에게 꿈이 없다'는 것. 이유를 찾아봤다. 결론은 '롤 모델'이 없다는 것이었다.

김 교장은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만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당연히 아이들의 자존감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아이들에게 큰 꿈을 갖게 해야겠다 싶었다"고 회고했다.

고심 끝에 나온 방향성은 △모두가 국가대표 △100년 꿈을 키우는 배움터였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야"라고 말해주며 자신감을 안겼다. 동시에 100년을 내다보는 학교운영 방안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런 모토에서 나온 프로그램이 △꿈둥이 아침 밥상 △북모닝 △녹색사랑 등이다.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좋은 학교 박람회'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된 프로그램들이다.

아침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게 꿈둥이 아침 밥상이다. 처음엔 따뜻한 밥만 챙겨줬다. 아이들의 느낌은 예리하다. 스스로 눈칫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이게 아니다 싶었다. 한 명 한 명과 식탁을 마주하며 앉았다. "너 어제 뭐했니?" "너 삔 참 예쁘다, 얘!" "오늘 체육복을 입고 왔구나. 오늘 체육수업 있니?" 등 단순한 일상 대화부터 이어갔다. 이런 식으로 대화의 문을 텄더니 첨엔 경계하던 아이들이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각 아이들이 처한 상황, 마음에 담긴 속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됐다. 전에는 "숨지 말고 당당히 먹어라" 해도 의기소침했던 아이들이 어깨를 펴고 웃으며 밥을 먹기 시작했다. 지원대상이 아닌 일반 아이들도 이같은 아침밥상 분위기에 매료돼 "나도 참여할 수 있나요?" 하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독서교육, 이런저런 부담 없어야 = 북모닝 프로그램도 아이들에게 꿈을 선사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아침에 독서를 하는 프로그램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이 학교에선 '아침 8시40분부터 15분간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제한이 없다. 권장도서는 물론 독후감숙제도, 독서퀴즈도 없다. 아이들에게 시간엄수 외에는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다. 2년 동안 지켜진 북모닝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은 독서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 더불어 구체적으로 꿈을 그리며 키워가고 있다. 외부에서 사람들이 오면 "마치 고3 수험생 교실에 온 것 같다"며 이 학교 학생들의 독서분위기에 놀란다고 한다.

성공비결이 뭐냐는 주변의 질문에 김 교장은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 시간에 한자나 영어, 줄넘기 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한가지라도 확실하게 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그 시간만은 절대 넘볼 수 없는, 아이들의 꿈이 영글어 가는 독서시간"이라고 답한다고 한다.

올해로 교직 입문 33년째를 맞는 김희아 교장. 그에게 지난 33년은 주기보다는 받았고, 가르친다기보다는 오히려 배웠던 시간이다.

김 교장은 "시대나 사회가 요청하는 걸 학교가 어떻게 받아안을 수 있을까, 또 학교 구성원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고 공부한다"며 "교장이 된 지 2년 6개월 됐는데, 가끔 스스로에 대해 '대견하다' 여기곤 한다. 그만큼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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