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새 학년과 교사의 잡무

지역내일 2013-02-20
신동원 휘문고 교감

매년 이맘때만 되면 학교 교무실의 불안정도는 극에 달한다. 국공립학교는 인사발령에 따라 대략 20~30%의 교사들이 전출입하게 되고, 그에 따라 담임 배정과 교무분장이 바뀌게 되면서 전국의 거의 모든 교사가 책상을 옮긴다. 학교 업무가 진학지도에서 용의복장지도까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업무를 맡느냐에 따라 1년 동안 잡무에 허덕일 수도 있으며,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도 있다. 교무분장을 놓고 교직원간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될 수밖에 없다.

일선 고교에서 교사들의 업무를 분석해보면 가장 큰 부분이 수업이다. 교사들은 일주일에 16~20시간의 수업을 맡으므로 하루에 3~4시간의 수업을 하게 된다. 이외에 방과 후 학교 수업에 참여하면 1~2시간이 더해진다. 교육과정이 집중이수제로 개편되면서 수업 준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다. 종전까지는 교사들이 1시간 분량의 수업 연구를 하면 5~6개 반을 순회하면서 같은 내용을 가르쳐 왔는데, 집중이수제로 3~4개 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매일 수업 연구를 해야 한다.

게다가 방과 후 수업이나 수준별 수업, 창의적체험 활동 등과 같은 수업을 맡으면 수업 연구 부담은 급격히 늘어난다. 교육과정의 변화로 교사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났다.

담임업무도 만만치 않게 일이 많다. 조례와 종례와 같은 일상적인 업무부터 학생의 각종 활동을 관찰하고 기록하여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업무, 교실을 관리하고 학습 분위기를 유지하는 업무까지 다양하다. 이들 업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업무량이 많은 것은 학생 상담활동이다. 한 학급 학생이 30~40명인데 담임교사가 방과 후에 하루에 한 두명 씩 매일 상담을 해도 한 달 가까이 걸린다.

부쩍 늘어난 담임교사의 역할

학급에서 폭행이나 도난과 같은 사안이 발생하거나 우울증 등 정신장애로 학업에 적응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일반 학생 상담 업무는 마비된다. 과거와 달리 결손가정, 기초수급자, 다문화가정 자녀와 같이 특별히 신경을 써 줘야 할 학생들도 부쩍 늘었다. 새 학년이 되어 한달이 지났는데도 학급 학생들과 개인 상담을 절반밖에 못했다고 푸념하는 담임선생님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수업과 학급 경영 이외의 일들을 교육지원업무라고 한다. 지원 업무에는 수업을 편성하거나 조정하는 수업계, 방과후 학습을 편성하고 교사들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과 후 학습계, 학생들의 상과 벌을 관장하는 상벌계, 학생들의 교과서 수요를 파악해서 공급하는 교과서계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상벌계와 같이 학생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일도 있으나, 수업계나 교과서계와 같이 학생과 거의 관련이 없는 잡무도 많이 있다. 이들 잡무는 시일을 다투는 일이 많고, 학기초나 학기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정작 학생들에게 손길이 가장 많이 가야 할 시기에 잡무가 몰린다. 학생 면담과 교과수업은 뒷전으로 밀린다.

많은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과 학생을 보살피는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교과부는 전년도 3월에 '효율적인 학교업무 분담안'을 내놨다. 교육지원업무는 별도의 '교육지원전담팀'을 구성해서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학교 실정에 맞게 교감, 부장교사, 교무보조원을 재배치하여 공문서 처리나 통계 관리, 대외행사 지원 등의 힘든 업무를 지원한다.

일부 사립고는 교무행정사라고 하는 직책을 두어 학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를 도맡아 처리한다. 이들이 전문성을 가지면 교사 10여명 분의 잡무를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교사 업무 경감이 교육의 질 높여

학생을 가르치는 일, 학습이나 진로, 진학에 관련된 상담 업무, 인성이나 생활습관을 지도하는 일, 학급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일 등등은 전문적 식견과 역량이 필요한 업무이다.

과거와 달리 현재 학교 현장은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고입이나 대입 전형 방법이 복잡해지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의 평가 방식도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의견은 더욱 분분해지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이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교사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히 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교사의 잡무를 경감시키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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