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례의 발차기]혁신학교, 흔들지 말고 지원을

지역내일 2013-03-19
차미례 언론인·번역가

"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한국인들은 그런 믿음과 특유의 교육열로 이만한 나라를 만들었다. 좋은 말엔 중국제가 많지만 이 말도 아득한 춘추시대 제나라의 (관포지교의 우정으로 유명한 ) 관중(管仲)의 책 '관자'에 나오는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만큼 좋은 게 없고 10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만큼 좋은 게 없고 100년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 만한 게 없다"는 말에서 옮겨 온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교육의 백년지계라는 말을 믿기조차 어렵게 됐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제도와 정책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는 물론이고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바뀌기만 해도 1년이 멀다하고 요동치며 변하기 때문이다.

친했던 교수 한분이 교육부 장관에 취임한 뒤 "출근길에 근무하던 대학 앞을 지날 때면 학교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보게 된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본 적 있다. 온갖 구설수, 복지부동, 윗선의 정치적 주문등 상상도 못했던 일이 많아서 "왜 이렇게 사나"하는 기분까지 들었다니 이해가 갔다.

1990~2000년대 교육부장관의 평균수명이 불과 6~8개월일 정도로 교체가 심한 상황에서 그 분은 1년 만에 교체되었다. 그간 20여개의 교육정책을 발표했고 준비하던 것도 많았지만 미발표분은 포기했고 기왕 발표한 정책은 희미해졌다.

업무파악에만 6개월이 걸리는 장관직이 이 지경이면 학교현장의 혼란과 부담은 피할 길이 없다. 교체 이유는 개각 때마다 여론 무마용이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바꾼다고 한다. 정권에 따라 입시가 바뀌는 것도 큰 비용 없이 명령하나로 가장 크게 판을 흔들 수 있는 전시효과 때문이라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다보니 입시제도만해도 너무 자주 너무 복잡하게 변해서 난수표, 미로가 되었다.

교육정책 변동 너무 잦고 심해
2011년에는 정부의 국가기록원에서 아예 대학입시제도 변천관련 기록물을 공개, 문서와 간행물등 총 27건을 포털에 공개하기까지 했다. 내 아이에게 맞는 대학과 전형을 고르려면 대학선택 과외를 받거나 수천 수백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묘기(?)를 부려야 한다.

교육행정이 흔들리면 학교와 교사가 흔들리고 학생이 흔들리고 그 여진은 학부모를 흔든다. '학부모'라고 하지만 사실상 자녀 교육이 엄마책임처럼 된 한국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엄마들이다. 불쌍한 한국의 엄마들은 '학부모'란 명칭의 최악의 직업군이다.

자녀 뒷바라지에 손발이 닳지만 퇴직도 못하는 3D직종이다. 보수는 무보수 책임은 무한 책임,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시간제 노동까지 한다. 자녀가 빗나가기라도 하면 평생의 상처와 책임을 다 뒤집어 쓴다.

직장 맘은 반장 엄마 요구대로 각종 분담금을 바치면서도 죄인 취급을 당하고 내신제도나 학제의 변동 파악에 늦으면 아이와 교사에게 "친엄마 맞아?"소리까지 듣는다.

개혁 성향의 교육감이 선거에 의해 진출하면서 마련된 '혁신학교'들은 모처럼 그런 학부모들에게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했지만 서울의 경우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감사나 평가에서 외풍을 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교육감이 바뀌니 학교특성에 맞게 수업내용이나 방식에 자율성이 허용되던 혁신학교를 없애버리는 게 아니냐는 공포에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경기도의 교육개혁 일환으로 시작된 혁신학교는 현재 전국에 456곳이 지정되었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서울은 가장 적어 초등학교 32곳, 중고교 35곳이 지정돼 있지만 곽노현 교육감이 추진하던 이 사업에 대해 후임 교육감은 "더 이상의 지정은 없다"며 기존 학교도 감사나 평가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로 '행복교육' 안되나

1억4000여만원의 지원금도 예산의 자율권을 폐지, 시설 등을 못하게 되면서 해당 학교들은 "천천히, 함께 가는" 혁신학교의 모토에 다시 '성과주의'의 잣대를 들이대면 경쟁판으로 내몰릴까 우려하고 있다. 폐교 위기에서 인기학교가 된 초등학교들의 학부모들은 새 교육감의 '행복교육'이 지금과 뭐가 다른지 반문하면서 폐교소문에 다시 전전긍긍하고 있다.

교육감이든 장관이든 백년지대계는 고사하고 10년만이라도 큰 그림을 유지하는 교육정책을 펴는 것을 보고 싶다. 교육행정도 통치행위가 아니라 피교육자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혁신학교를 더 늘리고 도울 수는 없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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